[한인사회 탐방] 프라하에서 체코를 만나다
[한인사회 탐방] 프라하에서 체코를 만나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1.11.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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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연인'후 10만명 찾아, 숙박 여행업 종사자 많아

▲ Havelska 거리에서 주말에 장이 서고 있다. 한국인이 200년 된 식당을 운영하는 삼청옥 식당에는 ‘포장마차’라는 푯말을 걸고 장사를 한다.
“야경이 환상적이네요”
“누구나 똑같이 말해요. 이곳에 살고 있는 저는 행운아이죠”
3일 밤 9시. 프라하공항에서 마중 나왔던 승용차는 어느새 시내를 관통하는 불타바 강을 건너고 있었다.
“한국인 10만명이나 찾는다고 들었어요. 교민수, 1300명이면 생각보다 적네요”
“현대자동차, 지상사 주재원들을 빼면 더 적어요. 5~600명밖에 안돼요. 한국인들이 프라하는 좋아하는데 체코는 싫어한다는 말이 있어요. 프라하가 프랑스나 서유럽에 있는 줄 알아요”

3박 4일 체코 한인사회 탐방의 시작이었다. 안내를 해준 사람은 Kim’s Vill 민박의 김효수 사장. 그는 한국에서 아버지사업을 물려받았으나 아이들 자녀교육 때문에 4년 전 이곳을 찾았다. 체코어만 능숙하면 자녀교육은 '공짜'인 곳이 체코다.

“체코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면서 아침을 시작하고 인형극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말이 맞나요?”
“1인당 연간 맥주소비량이 157리터로 세계 1위예요. 버드와이저도 본래 체코 거예요. 200년 이상 된 맥주집이 즐비해요. 지금 안내할 곳은 200년 된 식당인데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어요”

▲ 200년된 삼청옥을 운영하는 박경민 사장님과 스타로프라멘 맥주.


동유럽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체코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김효수 사장은 유럽의 심장인 체코, 그리고 다시 프라하의 심장인 구시가광장 옆 스꼬제프까 거리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한 바츨라프 광장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곳. 맥주 한 잔을 하자며 그가 안내한 곳은 200년 됐다는 하벨스카(Havelska) 거리의 ‘삼청옥’ 식당. 입구로 들어서자 주인장 박경민 사장이 스타로프라멘 맥주를 건네며 말한다.

“21년 전 이민을 갔어요. 이집트, 오스트리아 등 여러 곳에서 살아봤지만 체코만한 곳은 없어요”
한인들의 아지트로 불리는 아늑한 곳이었다. 한인들은 새벽 2시까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김준식 프라하한국관 사장, 유로스타 투어스의 김병준 씨가 찾는 곳이다.

이곳 프라하 한인들은 여행업, 민박집, 식당 등의 사업을 하고 있었다. 김효수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프라하 한인사회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2004년부터이다. 전도연이 대통령의 딸 윤재희로 분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 방송되고 대한항공이 직항을 개설했을 때였다. 대한항공은 메인 스폰서로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는데 소위 대박이 나면서 프라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가 된다. 2008년에는 현대자동차가 프라하에서 300km 떨어진 3대 도시 오스트라바에 체코공장을 설립하게 되는데, 파견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또 다른 한인사회가 만들어진다.

▲ 구시가 광장의 대표적 상징물 틴 성당. 우산 쓴 사람은 관광객들에게 체코 버스트립을 해주겠다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대사인 나도 체코 몰랐지"

“오! 체코 좋잖아!”

▲ 오갑렬 체코대사. 한국에서 재외동포영사대사로 재직할 때 기자와 친분을 가진 바 있다.

다음날 한국식당 한일관에서 만난 오갑렬 주체코대사는 2009년 대사로 임명돼 왔을 때 이렇게 외쳤단다.
“대사인 나도 체코를 잘 몰랐으니 말다했지. 사람들은 체첸혁명이 체코에서 일어난 것으로 오해하지”

한국 외교부에서 재외동포영사대사로 일했던 그도 처음에 “한직으로 밀려나는 가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국가 체코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설명. “체코는 동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예요.  12곳이 유네스코에 지정돼 있는 등 문화유산도 많아요”

자리를 함께한 윤종식 영사는 모차르트가 유명할 수 있었던 것은 체코 덕분이라며 설명을 돕는다. 체코는 365일 오페라 공연이 끊이지 않는데 모차르트의 공연이 처음 인기를 끈 곳이 체코라고 한다.

“로봇이라는 말이 체코에서 왔어요. 중노동이라는 뜻이에요. 체코는 기계 산업이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이지요” 
이밖에 맷 데이먼 주연의 본아이덴티티를 비롯, 미션 임파서블, 나니아 연대기, 아마데우스의 촬영지가 프라하이다. 동유럽 영화산업의 메카라 말할 수 있다고.

이런 체코에는 한류 붐이 강하게 불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플래시 몹이 진행됐고 한류 콘테스트가 2번이나 열렸다. 국내 본선진출자를 가리는 한류 콘테스트는 해외한국문화원을 대상으로만 하는 게 원칙이지만 워낙 열기가 뜨거워 문화원이 없는 이곳에서도 대회를 열었다고 윤 영사는 설명했다.

▲ 10년 전 건너와 체코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식당을 차린 한일관의 부부사장님. 성공비결은 이웃 나라 비엔나에 살면서 큰 식당사업을 하는 동생이 전수한 비결덕분이라며 끝끝내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지만 친절하게 배웅을 하며 길을 가르쳐주는 모습.

신생 체코한인사회는 진통 중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로코코 등 1000년의 유럽 건축물을 고스란히 간직했다는 체코. 
17~8세기 파리 런던의 모습을 오히려 더 잘 간직한 곳이 체코란다. 그렇지만 한인사회는 이와 다르게 6~7년 동안 형성된 신생한인회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아름다운 나라 체코에서 한인사회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 지난해 말 회장선거 과정 중에 불거진 상호비방의 글이 현지 한인매체에 아직도 남아있다. 그로 인해 한인사회가 둘로 쪼개질 위기도 있었다고.

2004년 대한항공 직항이 개설되면서 약 300명 교민사회가 두 배 이상 뛰었고 2008년 현대자동차가 들어서면서 현재 1300명 교민사회가 만들어졌다. 직업군도 다양하지 않고 체류기간이 짧은 편이어서 한인사회에 방관자적 입장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한인회 역사가 짧다 보니 겪는 당연한 진통 같아요.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토론을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대로 '쉬쉬'하고 있는게 옳은지 솔직히 갈등이 돼요” 지난 4일 만난 김명희 한인회 여성부회장의 설명.

한인회 임원 10명 내외는 이날 저녁 급하게 slezka 거리의 MANA식당에서 회의를 가졌다. 이곳은 한국 풀무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자녀교육을 위해 체코로 온 신영옥 사장이 운영하는 곳.

“1년 동안은 하루에 손님 한명이 안 왔어요. 체코인들은 보통 1년 정도는 가계가 망하지 않고 잘 운영되는지를 지켜보고 식당을 찾아요” 일식요리로 지역에 소문히 자자한 그가 초밥을 준비하는 사이, 임원들은 다음날 열릴 한인회 체육대회 준비과정을 체크했다.

‘체코인과 함께하는 한인체육대회’로 이름 붙여진 체육대회는 한인회가 설립되고 처음으로 갖는 최대 행사라고 했다. 교민사회가 크지 않고 다들 생업에 바쁜 이유 때문이었다. 한인회 임원들은 대회를 통해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새 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특이한 점은 체육대회의 대부분의 실무 진행은 자녀교육을 위해 이곳에 온 한인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MANA 식당의 신영옥 사장, YTN촬영을 담당하는 오승기 기자, 선물가게를 하는 김명희 여성부회장, 김효수 Kim‘ Vill 사장, 이연재 태권도 사범 등의 공통점은 아이들을 이곳에서 키우고 있다는 것.

“한인사회에 좋은 일만 있나? 때로는 어려운 점도 이겨내야지. 그래야 체코에도 이웃하는 오스트리아의 박종범 회장처럼 거상도 등장하는 것이지” 1990년부터 체코에 거주, 1세대 원로로 불리는 김만석 회장이 조언을 했다.

이날 회의 역시 맥주가 빠질 수 없는 일. 
“황금색 맥주를 처음 개발한 나라가 체코예요.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라는 회사인데요. 한국보다 맥주고 쓰고 도수가 강한 것이 특징이지요” 신영옥 사장의 설명.

체코에는 약 160개의 맥주가 지역마다 있고, 씁쓸한 맥주 본연의 향이 강하다. 체코 맥주는 아픈 환자를 낳게 한다는 말도 있단다. 밤 1시가 다되가도록 회의와 맥주주문은 끝나지 않는다. 한인사회도 체코 맥주처럼 첫맛은 쓰지만, 약이 되기도 하는 경험을 맛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체코는 인형극으로도 유명하다. 외세의 침입이 심한 체코. 인형극을 통해 체코어를 지켰다고 한다.


 

▲ 정명 위쪽에 보이는 것이 프라하 성당. 외국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봄, 여름 성수기와 가을, 겨울 비수기의 구분이 극심하다고 한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배경이 봄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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