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세에게 한국 정체성 심는 일 우리 세대 마지막 임무"
"2, 3세에게 한국 정체성 심는 일 우리 세대 마지막 임무"
  • 김한주 특파원
  • 승인 2010.08.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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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필교육관 건립 추진중인 재미교포 방무성-정환순씨

 
"우리 세대가 이 일을 못하면 영영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미디어시의 서재필 기념관에서 만난 기념재단 방무성 고문과 정환순 회장. 올해 만 69세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서재필 기념 교육관 건립의 맨 앞에 서 있다.

지난 1966년 도미한 정 회장은 37년간 의사로 활동하다 은퇴한 뒤 3년전부터 재단 운영에 뛰어들었고, 방 고문은 1973년 국회의원 선거(포항지역구)에서 낙선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식료품점 등을 운영하면서도 미국 내에서 최초로 전두환 군사정권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서재필을 알면 한국 현대사를 알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국 역사교과서에서 상해 임시정부만을 정통으로 삼다 보니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서 박사는 `친미파'라며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방 고문은 "전 재산을 털어 한국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서 박사의 삶을 제대로 알리고 우리 2세, 3세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마지막 임무"라고 말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교육관 건립 운동을 벌이게 된 동기는.

▲내년이 서재필 박사 서거 60주년이고 기념관 건립 21주년이다. 우리도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웠지만, 교포 2.3세 들 뿐 아니라 한국에서 온 중학생조차도 `서재필이 누구냐'고 묻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교육관을 짓고 서 박사의 삶을 통해서 한국의 현대사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세대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영영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재 기념관에는 유품이나 자료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모두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하던데 무엇으로 교육관을 채우나.

▲독립기념관측과 협상했다. 장기 임대해간 유물 1천200점 중 제대로 전시되지 않는 유물을 돌려 달라고 요구해 사실상 얘기가 끝났다. 우선 100 점가량의 유물들을 되찾아와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에도 전시할 예정이다. 교육관은 방문객들에게 서재필과 한국 역사를 가르치는 시청각 교육장으로 꾸밀 생각이다. 또 3천평의 부지에 한국식 정원도 꾸미고 주변에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관을 건립하고 생가를 복원한다고 해도 들르는 사람이 없다면 별 효과가 없을 텐데.

▲세계 각국 관광을 해 보면 훌륭한 인물의 생가가 가장 커다란 볼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차르트나 밀레 같은 사람의 생가를 가면 그 사람의 혼을 느낄 수 있다. 서재필 기념관은 미국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아니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서 박사의 생가다.

이곳 관광 업자들은 물론 한국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해 이곳을 미 동부 지역 관광의 필수 코스로 만들 생각이다. 미 동부 최대의 정원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롱우드 가든'이 기념관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 또 아이비리그를 탐방하는 한국 관광객들도 서 박사가 이민 초창기에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인 최초의 미국 의사가 되고 이곳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치열한 삶을 배우는 것이 가치가 있을 것이다.

--기금 마련은 순조로운가.

▲총 300만 달러가 들어갈 건축 공사 비용은 한국 정부와 교민들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현재 국가 보훈처가 예산 편성을 확정해 기획예산처에 보낸 상태고, 올 정기국회에서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요 의원들과도 다각적으로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또 교민들 상대로는 지난 5월에 대대적인 성금 모금 행사를 가졌고, 상당수의 교민들이 성금을 냈거나 약정을 해 놓았기 때문에 연말이면 충분히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 손쉽게 큰 기업들을 상대로 돈을 모금할 수도 있지만, 교민들에게 십시일반으로 모아 범동포적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관이 건립돼도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서재필 재단은 서재필 의료원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매년 일정액의 수익을 재단에 편입시키기 때문에 무작정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정부가 서재필 기념관을 관리한다면 좋겠지만 형평성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미국 경제가 어려운데 왜 하필 이 불황에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냐는 일부의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세대가 하지 않으면 계속 미뤄지고 잊혀져 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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