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득권을 버리는 정치인들
[시론] 기득권을 버리는 정치인들
  • 전대열<대기자>
  • 승인 2011.12.17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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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빅뱅에 들어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누가 연출한 것도 아닌데 정치권 스스로 변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무상급식에서 비롯된 것은 좀 이상한 일이다. 잘 살고 못 살고를 가리지 않고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의 생각이었다.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은 환영일색이다. 그러나 이성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지나친 복지는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못내 걱정했다.

이태리,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는 모두 복지에 치우친 정책시행으로 국가재정이 좀먹었기 때문이다. 대처가 등장하기 전 영국 역시 복지문제로 영국병을 앓다가 지금은 겨우 원상 복구되었다. 이런 전례를 잘 알고 있는 식자들에 의해서 무상급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운동이 벌어졌다.

무상급식 다음에는 무상의료를 요구하게 되고 무상교육으로 이어져 우리나라는 공짜 세상이 된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양상이 되었다. 국민의 복지와 관련한 문제가 이념을 주제로 하고 있는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는 것 자체도 잘못된 것이지만 표를 의식하여 복지 포퓰리즘에 빠지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침묵을 지킨다.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일색의 다수위력으로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한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중심을 잡고 주민투표 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서울시장 오세훈이 힘을 보태기 위해서 대통령 불출마와 투표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한다. 33.3%이상의 투표가 이뤄져야만 가부간에 개표라도 할 수 있는데 겨우 26%에 그쳤다.

개표가 이뤄졌으면 무상급식은 물 건너갔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복지 포퓰리즘 반대 측의 참패로 오세훈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 때 느닷없이 등장한 사람이 안철수다. 컴퓨터 전문가로만 알려졌던 안철수는 젊은이들에게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었고 카이스트와 서울대에서 경쟁적으로 끌어가는 통에 유명해졌다.

더구나 시골의사 박경철과 청춘콘서트를 열어 많은 공감을 얻어왔다. 그가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거의 동시에 시민운동가 박원순도 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상호간에 피 터지는 경쟁을 하지 않고 슬그머니 박원순으로 단일화를 이룬다.

민주당은 독자후보를 내지 못하고 시민단체와 합쳐 야권단일화 후보로 박원순을 민다. 민주당은 굴욕적이라는 당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호응한 것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나경원의 개인인기에 현혹되어 시민단체가 추천한 이석연을 외면하고 한나라당만으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것은 선거의 기본조차 모르는 오만의 소치다. 재야 시민세력과 연합한 민주당과 홀로 뛰는 한나라당이 국민의 뇌리에 어떻게 비쳐졌을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박원순을 검증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낙승했다. 대통령 사저 논란에 이어 FTA 강행통과는 정국을 싸늘하게 식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최구식 비서의 디도스 공격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나 한나라당을 사실상 공중분해 시키고 있다.

소속의원들 중에서 쇄신파들이 잇따라 탈당을 감행한다. 재창당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목소리가 한나라당 내외를 휩쓴다. 이를 실행할 강자는 박근혜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인자중하던 박근혜는 빗발처럼 쏟아지는 여론 앞에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다.

한나라당 지도부 와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것이다. 위원장을 맡기로 한 박근혜는 쇄신파의 탈당을 막으며 재창당과 같은 수준의 당 개혁을 약속했다. 가장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친박’을 해체한다. 방향은 잘 잡은 느낌이다. 문제는 국민이 식상(食傷)해 하고 있는 지역구도에서 기득권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제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우리 정치는 크게 양당구도다. 그러나 사실은 호남과 영남구도로 짜여 있다. 민주당은 호남, 한나라당은 영남이다. 여기서 당선한 국회의원은 지역선호정당의 공천만으로 배지를 달았다.

이를 깨지 않고서는 정치개혁은 없다. 마침 정장선과 장세환이 불출마선언을 했다. 그들은 민주당에서 큰 하자 없는 정치인이다. 당선이 확실한 지역을 버리고 출마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상득과 홍정욱이 안 나오겠다고 회견을 했다.

이에 곁들여 정세균과 김효석은 탄탄대로인 호남을 양보하고 서울로 지역구를 선택했다. 김부겸 역시 민주당으로서는 어려운 지역인 대구로 옮기며 김영춘은 부산으로 몸을 틀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한나라당에서 영남을 반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개혁은 기득권을 박차는데 있다. 본인이 머뭇거리면 옆에서 내쳐야 한다. 박근혜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개혁할 수 없다. 내 식솔부터 처내는 읍참마속의 고통을 견뎌내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기득권을 버리는 정치인에게는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희생 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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