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북한지령 받고 투표? 말도 안돼요"
"일본서 북한지령 받고 투표? 말도 안돼요"
  • 정광일<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 승인 2011.12.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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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도쿄총영사관 선거담당영사가 답하는 북한지령투표설

해외한인사회 연말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해외한인사회가 주최하는 행사장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2012년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 참정권 시대가 본국 정치권과 해외한인사회를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으나 아무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재외국민선거가 본국과 해외동포사회를 하나로 묶는 탄탄한 끈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외한인들도 한국정치발전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한국 정부 및 정치권도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게 됐으니까.

14일 오후, 일본 동경에 도착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해외시장 개척의 선봉에 선 해외한인무역인들의 모임인 '월드옥타' 동경지회 창립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원래 민주당을 대표해서 일본통인 이낙연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원내사정으로 인해 내가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자격으로 옥타 동경지회 행사장을 찾게 된 것이다.

동경시내 한 복판에 있는 뉴오타니 호텔 행사장은 한인들로 북적거렸다. 일본의 행사지만 멀리 캐나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 옥타 임원들도 참석해 동경지회 30주년을 축하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동경지회를 맡은 장영식 회장이 신임 김효섭 회장에게 회장자리를 넘겨주는 이·취임식도 열렸다. 장영식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면세점 및 할인판매업에서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한 뉴커머의 젊은 사업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신임 김효섭 회장은 한국 막걸리를 일본에 상륙시킨 독보적인 존재로 한국 언론에도 많이 다뤄진 유명한 분들이다.

각계각층에서 참여한 면면들도 화려했다. 유명성악가 김동규 씨, 한류스타 가수 박현빈 씨 등의 특별 공연도 인상 깊었고, 신각수 주일본 한국대사 정진 민단 단장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 옥타 동경지회 회원과 함께 도쿄총영사관이 위치한 민단중앙본부회관을 방문했다. 입구에 재외선거인등록신청을 받는다는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이번 기념행사도 행사지만 일본에 온 김에 꼭 찾아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도쿄대한민국 총영사관이다. 재외국민선거 준비와 관련해서 도쿄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유권자등록을 어떻게 접수하고 있는지 그 현장도 보고 싶었다. 이 바람은 오래전부터 제가 품어왔었다.

왜냐면 "2012년 재외국민선거와 관련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투표에 참여하려는 친북재일동포들이 5만명이나 된다"는 뉴스를 서울에서 여러 차례 접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정보를 해당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 총영사관에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동행한 옥타동경지원 한 회원이 현장에서 국회부재자신고서를 작성해 접수시켰다. 12월 15일 현재 도쿄총영사관에는 975명이 등록을 마쳤다.
일본에서 5만명이나 되는 친북재일 동포들이 한국여권을 만들어서 한국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뉴스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실로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재외국민선거법 자체가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니까 꼭 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재일동포사회에서 재외국민선거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기봉 선거담당 영사에게 전화로 오후 면담을 신청해 놓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일본 내 한류중심지로 알려진 신주쿠 신오쿠보 거리를 걸었다.

한국음식점 앞 곳곳에는 한국음식을 먹으려는 일본인들이 긴 줄로 대오를 이루고 있었다. 오직 이곳만이 북적북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기했다. 수십년 전 서울의 명동이 연상되는 일본 내 한류중심지 신오쿠보 지역 상가에 한국음식, 한국연예인 사진, 한국화장품, 한국 옷 등등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참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필자는 그 신기해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같이 동행했던 뉴커머 지인에 의하면 “도쿄시내에서 유일하게 사람들로 붐비는 지역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오쿠보 거리만이 경기가 살아 있다고 단언했다.

아무튼 오쿠보라는 코리아타운은 정말 생기가 넘쳤다. 식당마다 한국 연예인 사진들이 가득했고, 어떤 곳에는 한국 영상물을 가게 앞에서 방영하는 곳도 있었다. '대한민국'이란 상호를 가진 한국식당에 오후 2시 넘어 들어갔는데 일본손님들로 꽉 차있었고 벽에는 온통 한국 연예인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그렇게 신주쿠 코리아타운을 둘러보고 오후 3시에 아자부쥬방에 있는 대한민국 도쿄 총영사관에 도착했다. 요쓰야에 있는 주일대사관과는 별도로 총영사관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회관 안에 있었다. 영사업무는 지난 몇 십년간 이곳에서 해 왔다고 한다.

김기봉 영사를 비롯해 재외선거업무를 지원하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일행을 맞았다. 영사관을 안내해 준 뉴커머 지인도 영사관 방문기념으로 현장에서 바로 국외부재자 신고서를 작성했다.

여권만 갖고 현장에서 작성한 부재자신고서는 1분도 안 돼 본국 법무부와 선거관계 기관과 연결된 전산 처리망을 통해 신원조회를 실시했고, 즉시 유권자 접수증이 발급됐다. 마치 한국과 일본이 연결돼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빨랐고 확실했다. 세계 최고의 선거시스템이란 말이 단순한 홍보성 문구가 아님은 분명해 보였다.

김기봉 영사는 "이번 재외국민투표는 시스템은 전세계 158개 공관이 하나의 전산망 시스템으로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등록하고 미국에서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대통령선거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전국이 하나의 투표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산유권자가 광주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치 국회 본회장에서 버튼을 눌려 투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투표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개발된 이 시스템이 현재 여야정치권의 입장 차이로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참 아쉽게 느껴졌다.

김 영사는 '전세계 공관별 유권자 접수현황' 자료를 건네주었다. 12월 15일 오전 8시 현재 전세계 등록자는 2만 2천 961명, 일본대사관(도쿄총영사관) 975명, 오사카 총영사관 693명, 나고야 총영사관 601명 등 그 자료에는 전 세계 공관들의 유권자 등록현황이 일목요연하게 나열돼 있었다. 전체 공관 중에는 의외로 베트남 호치민 총영사관이 1,248명으로 가장 많이 등록했다.

김영사는 "유권자 등록 초기에는 도쿄 총영사관이 1등을 했는데 호치민 총영사관이 1등으로 올라간 이후 한달 동안 계속해서 호치민이 1등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다시 도쿄 총영사관이 다시 1등을 탈환할 것"이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최근에는 각종 단체 연말행사장을 찾아 홍보활동을 하고 각 단체에 유권자 등록을 촉구하는 홍보물을 보내고 있다면서 일본에서는 5만명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등록자가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등록절차가 어렵다는 것과 공관을 직접 방문해 등록해야 하는 어려움, 그리고 한국정치에 대한 무관심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또 일본에는 여권 자체가 없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여권자체가 없다는 말이 상당히 생소하게 들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여권 없이도 일본에서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여권 없는 동포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은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여권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요. 여권 만드는데 비용이 5,500엔입니다. 한국 돈으로 7만 5천원 정도 됩니다. 투표만을 위해 그 돈 내고 여권 만들어서 다시 공관 방문해 위에서 말한 이런저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거 아주 귀찮은 겁니다. 사실 이런 분들을 설득시키는 게 아주 어렵습니다"

일본에는 거주기간에 따라 뉴커머 동포, 올드커머 동포로 나눠지는데 여권이 없는 분들은 대부분 올드커머에 해당된다. 재일동포 2세나 3세들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뉴커머는 한국에 있다가 1985년 여행자율화 조치 이후 일본에 건너간 분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권을 소유하고 있다.

재일동포 여권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랫동안 묻고 싶은 본론질문으로 들어갔다.

- 한국 신문에 가끔 등장하는 기사 중에 북한 지령을 받고 재외국민선거에 투표하려는 친북재일동포들이 5만명이나 있다고 한다. 현장에 계신 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 그거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십시요. 그거 그냥 하는 소리입니다"
김 영사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두 손을 들어 X자를 그려 보였다.

- 그래도 그런 말이 한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묻자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현지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일부에서 혹시나 하는 우려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저도 기자들에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사실상 불가능한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당시 남북화해 분위기가 있었을 때 일본 내 무국적(조선적) 동포들이 재외국민 등록을 많이 했습니다. 그 중에 재외국민등록을 하면서 한국여권을 만든 분들이 있었습니다. 등록만 하고 여권 안 만든 분들도 많았지요”

통계를 보면 2000년에 2천명, 2001년에 3천명 정도 되는데 그 숫자를 다 합치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대충 한 5만명 정도이다. 그 숫자를 가지고 그러는 것 같은데 이걸 북한이 지령을 내려서 친북재일동포 5만명이 투표를 한다고 하는 것은 일본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재외국민선거법은 잘 아시다시피 2009년 2월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5만명은 이미 2009년 이전에 재외국민등록을 마친 분들이 대부분이죠. 지금도 한달 평균 500여명 정도 재외국민등록을 새롭게 하는 분들이 있다고 듣고는 있어요. 선거권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 영사의 확실한 보충설명에 저 역시 의문이 풀렸다. 그의 설명을 요약해 보면 햇볕정책 당시의 남북화해분위기가 재일본 무국적 동포들에게 한국국적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그 숫자가 대략 5만명인데 이들은 재외국민선거법이 실시되기 이전에 한국국적을 회복한 것이니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북한지령설'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영사는 한마디 더 추가했다.
“또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에게나 한국여권 발급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고 매우 안심했다. 혹시라도 일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미 시행중인 이번 재외국민 선거투표법 자체를 전부 바꿔야하는 대사건이었는데 실제 현장에서 선거관련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이 확실하게 답변을 해 줬기 때문이다.

총영사관을 나와 숙소로 도착해서 사실이 그렇다면 정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 이런 신문기사가 심심하면 튀어나올까? 일본 현장에서 만난 실무책임자가 북한지령 받고 투표하는 재일동포 5만명은 말도 안 되니까 걱정 말라고 했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언론에 다시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확실한 자료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귀국을 하루 연기하고 이곳저곳에 수소문한 끝에 꽤나 유의미한 자료 하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외교통상부 재외동포과에서 직접 작성한 이 자료 앞부분에는 이 자료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적혀져 있었다.

“요청하신 일본 내 조선적자(者)의 재외국민등록 현황 송부합니다. 다만 조선적자와 조총련계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재외국민등록을 한 5만여명이 모두 조총련계라고 볼 수는 없음을 참고하십시오. 또한 재외국민등록이 반드시 여권발급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권 발급을 신청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거의 김기봉 영사님의 발언과 일치한다. 또한 다음 자료는 16일 오전 확보한 재일본무국적(조선적자) 동포들의 재외국민등록현황 통계이다.

▲ 김기봉 도쿄총영사 선거업무총괄 영사(가운데)와 방문기념사진을찍었다. 오른쪽은 옥타동경지회 회원. 왼쪽이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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