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 세계로 흐르는 한강 칸타타를 보고
[콘서트 리뷰] 세계로 흐르는 한강 칸타타를 보고
  • 양평수<국제문화공연교류회 회장>
  • 승인 2011.12.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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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같이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 본 ‘한강 칸타타’는 감회가 남달랐다. 강에서의 추억뿐만 아니라 생존의 터전인 풍경들이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근대화 과정에 다리가 생기고 철교가 놓이면서 강은 점차 멀어지고 말았다.

지난 8일 저녁 세종문회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 탁계석 대본 임준희 작곡의 ‘한강 칸타타(Cantata Han River )는 작품 소재의 재발견에서 독창성이 엿보였다. 왜 독창성이라 하는가. 그것은 한강을 매일같이 보면서도 일반인은 누구도 이처럼 큰 스케일의 작품을 구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흔한 3연음부의 다~다~다~단~ 하는 테마로 운명 교향곡을 만들고 실러의 시로 불후의 名作(명작), 합창 교향곡을 만들기 까지 30년의 세월을 가슴에 잉태한 것처럼 한강 역시 ‘作家(작가)의 눈’이 발견한 것 아니겠는가.

조정래 작가의 ‘한강’이 유명하지만 이 대본은 이를 텍스트로 하지 않은 것 같고 누구나 쉽게 느끼는 친근하면서도 생명과 환희, 전쟁과 기적, 평화를 노래하는 음악 어법적 구성이어서 생동감있게 와 닿았다.

임준희 작곡가는 지난해 ‘어부사시사’로 국악과 양악이 결합된 칸타타 양식의 한국적인 모델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 칸타타 역시 우리 칸타타의 방향성이 엿보이는 秀作(수작)이었다. 칸타타 양식이 꿈틀거리는 한강의 생명력을 솟게 하는데 동서양 악기들은 각자의 역할과 융합력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김희조 선생님의 제자로 선생께서 국악과 양악의 결합에서 최초로, 그리고 가장 완성도 높은 우리 창작 뱡향을 제시한 분이셨는데 이날 한강 칸타타를 보고 선생님 이후 이런 작곡가가 있음에 놀랐다. 국악과 양악의 용해 기술이 뛰어나 전체 흐름이 자연스럽고 살아 있었다.(필자는 더는 작곡을 못하고 브라스밴드 활동 지도에서 성과를 보여 제 2회 KBS 전국관악 콩쿠르에서 연주와 지도 부분에서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음)

그러면서 수 십 년 동안 해외 공연, 특히 러시아, 중국, 몽골의 교류음악회를 하면서 일상처럼 동포들과 접촉해 오면서 우리 작품에 목마름을 느껴 왔는데 공연을 보면서 딱! 이 작품이란 생각이 들만큼 감동을 느꼈다.

그간 해외에서 주로 ‘아리랑’이나 조념의 ‘나의 조국(정치근 작사)’이나 ‘애국가’를 통해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풀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 ‘선구자’나 ‘그리운 금강산’, ‘코리아 환타지’만 할 것인가. 솔직히 지금 눈부신 기량을 자랑하는 연주가들이나 세계 음악 활동으로 보아 이럴 때는 지났다고 본다. 특히 제 나라 국가기념일 이나 대통령 취임 등 각종 경축행사에서 ‘환희의 송가’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쌩뚱맞은 일이라 평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비로써 ‘한강 칸타타’는 올해 값진 큰 선물을 주었다. 정말이지 한강은 위대한데 우리가 이를 노래하지 않는다면 보물을 묻어 두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객석이 숙연한 감동으로 눈물짓게 한 우리 정서와 맞닿는 감정이 있었고 내용, 내용이 우리의 삶과 역사 체험과 밀접한 까닭일 것이다. 판소리, 정가, 솔리스트, 오세종 지휘의 서울시합창단, 국립합창단, 강남심포니가 펼친 대향연은 우리의 창작 기술력이 향상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반 청중들에게 쉽게 와 닿으면서도 예술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한강 칸타타’는 세계로 흘러가는 우리 정서, 우리 마음의 노래가 아닐까 싶다. 특히 휘날레를 향하면서 역사의 고난은 희망이 되고, 평화의 메시지여서 공감이 컸다. 밝고 훤한 빛깔의 어린이 합창이 지금도 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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