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휘자 정명훈 사태 한국오케스트라 교훈 삼아야
[기고] 지휘자 정명훈 사태 한국오케스트라 교훈 삼아야
  • 최영철<음악평론가>
  • 승인 2011.12.2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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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국감장에서 표출된 정명훈 지휘자 사태 점입가경

프레시안, 한겨레,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로 이어진 진보 언론의 대공세와 YTN의 취재는 인터넷과 트위터를 후끈 달오르게 했다. 이른바 진보 논객이라는 진중권씨와 세금혁명당 선대인씨, 목수정씨 등이 가세하면서 논쟁은 더욱 가열되었다.

이를 두고 음악계 전동수 평론가는 “진중권씨는 그의 누나 진은숙씨의 서울시향 재직으로 이해 당사자가 되니 발언이 적절치 않다며, 연봉 논쟁은 국민의 GDP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순리이다”라고 했고,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연봉이나 지휘자가 세계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歐美(구미)의 교향악단의 운영 실태를 공개하며 이제껏 한국 오케스트라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더 문제”라며 기본 매뉴얼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전안을 제시해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러는 사이 클래식 애호가들과 음악인들의 갑론을박이 뜨거워지고 있는데, 필자 역시 약간 다른 視覺(시각)에서 이를 다루어 보려고 한다.

사실 정명훈씨는 이명박, 오세훈 시장에 이어 박원순 시장과도 재계약에 동의한 상태이다. 그의 심경에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서울시민은 향후 몇 년간 그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처를 안은 채 봉합된 이 사안은 재계약으로 마무리된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것은 본격적으로 서울시향의 발전적인 미래를 그려야 할 이해당사자인 서울시향 측의 태도가 지금 언론에 표출된 기사들에 대한 반박 글로 사태를 재점화 하는 동시에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설혹 오해가 있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입은 상처를 생각해 자신들의 주장대로, 세계적인 명성의 지휘자를 잘 보필하지 못한 그 일차적 책임이 시향에 있다며 사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오르지 음악밖에 모른다는 정명훈씨를 트위터에서 사정없이 “돈명훈이니, 저렴한 예술가니” 하며 차마 입에 담기에도 민망스러운 네티즌들의 혹평을, 해명성 기사로 반박한다고 해결될 문제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경위야 어떻든 서울시 의회 자료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불투명 회계는 예술가를 존경해야 하는 상황과 별개로 느낄 시민 정서가 있기에 이의 책임이 먼저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태를 다룬 진보언론과 김상수씨, 김갑수씨, 목수정씨 등 인터넷의 논란 확산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이다. 비싼 호텔비니 가족 비즈니스석이니 하며 YTN뉴스가 시간마다 방영하여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정명훈씨의 실추된 명예를 사전에 미리 보호하고, 국민과의 동떨어진 시각을 바로잡을 책임은 일차적으로 서울시향 측에 있었던 것이다.

실상 진보언론이든,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하는 트위터 논객들이든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국감장에서 터져 나온 이후에야 알게 되었으니, 이후 모든 논쟁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국감장이나 언론에서 다뤄질 정도의 그렇게 중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언론이나 국민과의 소통을 전혀 무시하여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 사태로 말미암아 불투명 행정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는 언론과 시민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결국 정명훈씨는 최대의 피해자가 되었다. 아울러 음악인 나아가 클래식계의 자존심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시향 반박보다 시민에 대한 사과가 우선되어야 다시는 이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구미의 교향악단의 운영과 지휘자 실태, 낙후한 예술행정의 선진화 등 자구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같이 서구 문화 특히 클래식 문화의 정착 기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시민들에게는 아무리 세계적인 연주자나 기라성 같은 대가라 해도 자신들과 상관없는 이웃집 동네잔치로 비쳐질 수 있다. 과다한 수입 구조의 음악환경을 우리 창작이나 우리 상품으로 전환시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터인데, 우물 안 개구리 사고로 세계 음악계의 봉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음악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상업주의에 의해 과포장된 세계적 명성의 음악가, 한국을 빛낸 몇몇 유명 스타 음악가에 대한 획일적이고 과다한 쏠림 현상은 음악 분야마저 양극화로 제2의, 제3의 정명훈 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 천정부지의 묻지 마 개런티, 이를 부추기는 상업 언론, 지자체의 절대 문화마인드 결핍, 불투명 회계 등 지극히 후진성의 한국적 상황의 극복 없이는 우리 예술의 선진화는 악순환을 되풀이할지 모른다.

MB 대통령의 소통은 예술계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시민을 향해 낮은 자세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서울시향 측은 과오를 거울삼아 시민을 향해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다가설 새로운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이미 정명훈씨 개인의 불명예스러운 결과는 대가를 충분히 치렀다고 본다. 꽹과리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이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예술의 본질과 예술을 뒷받침하는 행정, 서울시의 입장 등이 순리로 풀어져야 한다. 아무쪼록 뼈아픈 교훈을 바르게 새겨 한국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 되어야 우리 오케스트라의 국제 경쟁력도 생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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