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명훈의 서울시향 정도(正道)로 가야한다
[칼럼] 정명훈의 서울시향 정도(正道)로 가야한다
  • 탁계석<편집주간>
  • 승인 2011.12.3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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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지휘자 논란 대상 된 것 안타까운 일

지난해 12월 말 정명훈 지휘자의 서울시향 재계약협상이 완료되었다. 일부 언론 매체에서 촉발된 정지휘자 관련된 여러 논란들이 일단은 潛水(잠수)한 상태다 .

김상수 연극연출가가 지휘자 정명훈이 “과연 20억의 대우를 받을 만한 세계적인 인물이냐”, “私的(사적)으로 씌여진 경비의 적법성과 오케스트라 운영이 합리적인가”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사안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페이스북, 트위터의 누리꾼들이 가세해 옹호하는 측과 존경하던 예술인의 모습과 다른 이면을 보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사안은 보는(주관적) 시각에 따라 극명하게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누구라도 ‘이것이 정답’이라고 답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정명훈 지휘자는 시향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데 기여를 했고, 관객 기반도 늘렸다. 시민의 반향을 일으켜 세워 一新(일신)된 시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에는 舊(구) 시향 단원들의 희생을 잊으면 안 된다.)

6년간의 재임동안 시향은 소요를 잠재우고 숨죽인 듯 정명훈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의해 운영되면서 유럽 연주, 그라모폰과의 CD 제작 등 나름대로 비전을 보여주었다.(그 방식과 절차에 다소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세계적이냐... 고액 연봉 논란 등 글로벌 정보 부재 탓

따라서 評者(평자)는 정명훈이 ‘세계적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나 ’고액연봉 시비?’ 같은 사안은 네티즌들의 학습 자료로 넘겨주고 그보다 중요하다고 믿는 본질의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

과연 ‘오케스트라’란 무엇인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문제는 어떠해야 하는가? 돈을 많이 투자하면 스포츠에서처럼 당장 몇 년 안에 세계 10대 목표 같은 것을 달성할 수 있는가. 분명한 것은 오케스트라에 관한 답은 우리 보다 오케스트라의 뿌리가 깊은 쪽에서 답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솔직히 ‘세계적인’ 혹은 ‘세계 몇 대 오케스트라’ 하는 식의 목표는 음악계 사람들로서는 쑥스럽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내용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세계적인 악단 만든다고 K 지휘자가 선봉에 나서 국립교향악단을 해체하고 만든 KBS 교향악단이 지금 어떤 모습인가를 보면 결론이 나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 이 같은 전철을 밟아서야 되겠는가. 오케스트라를 등위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후진성이고 그 보다는 한국적인 색깔의 개성을 가진 오케스트라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는 것이 어떨까 싶다.

독단적인 카리스마 보다 단원 중심이 세계 흐름

세기의 거장인 칼 뵘, 토스카니니, 카라얀 등 강력한 카리스마의 지휘자 시대가 끝나고, 사회적으론 민주화가 되면서 오케스트라들도 그 순리를 따라 합리적인 운영 체제로 개편된 지 오래다.

최정상의 악단인 베를린 필은 단원들에 의해 지휘자를 뽑고, 양대 산맥인 빈필하모닉은 상임 지휘자 없이 객원 지휘자 체제로 운영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지휘자에 의해 악단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단원에 의해 악단이 유지되는 점에서 우리와는 정반대 구조다. 어떤 객원 지휘자가 와도 이내 적응하고 세련된 연주를 들려 줄 수 있어야 좋은 오케스트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1인 체제의 카리스마가 아니면 오케스트라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면 上下撐石(상하택석)의 불안감이 남을 뿐이다. 개인과 서울市(시)의 계약 불합리성도 문제지만 시향 운영이 비효율이 된다면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 지휘자 다음은 러시아 지휘자, 이태리, 스페인, 독일 지휘자 하는 식으로 일인 제체의 지휘자 한계를 극복하고 오직 교향악단을 살찌우게 하는 연주력과 레퍼토리, 초청 객원 지휘자의 스케줄이 고도의 전문적인 작업을 통해 짜게 된다.

아바도(Claudio Abbado)가 전성기 때(베를린필) 자기 혼자만 지휘했을까? 아니다. 이때 사이먼 래틀( Simon Denis Rattle)도 초청되어 지휘했고 게르기에프(Valery Gergiev), 마젤(Lorin Maazel ) 등이 계속 베를린 필을 조련했고, 그러던 중 단원들은 래틀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결국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과 경합해 상임 지휘자가 된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객원 단원 문제도 전체의 15%에 해당한다면 의존도가 상당히 높고 정체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화음은 깨뜨려지고 연습 분위기도 앙상블에 좋은 것이 못된다.

보다 기술이 좋은 단원들이 리드한다는 측면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휘자와 함께 우르르 빠져나가는 일이 자존심있는 오케스트라의 구성으로서는 합당하지 않은 것 같다.

오케스트라는 앙상블이기 때문에 지휘자와 단원, 단원과 단원간의 호흡이 더 중요하다. 솔로 잘한다고 앙상블이 좋은 것은 아니기에 서로 존중해야 하는데 한 해에 한명씩 오디션 탈락을 전제로 하는 것도 깊은 음악을 끌어내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정치 담보한 성과주의는 성장 한계와 후유증 남겨

김상수 칼럼니스트의 주장대로 서울시향이 MB 대통령의 토목공사 式 성과 목표를 향해 줄달음치는 것이 정치와 예술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위험하고 불안한 것은 맞다. 그것은 정치의 힘이 변하면 언제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의 속성주의가 자칫 함정일 수 있어 경계하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 ‘정명훈과 서울시향 문제’는 오케스트라에서의 합리적인 운영뿐만 아니라 특혜 의혹 부분에서도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예술가를 진정으로 우대하고 존경하는 것과 오케스트라의 기본 생리를 잘 몰라 초월적 특권을 부여하고서는 그 특권의식이 빚어낸 탈법적 문제들을 뒷감당 못해 안절부절 하는 서울시의 모습에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단원들이 음악적인 기쁨을 누리면서 보람찬 악단 생활을 하는 서울시향이 되었으면 한다. 성급하게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좋고 기초를 천천히 만들어가면서 외국처럼 白髮(백발)의 연륜 사운드로 익어가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싶다.

그러지 않아도 외국 오케스트라에 비하면 한국 오케스트라는 '여성(Woman)오케스트라'냐 연륜이 느껴지지 않은 '영(Young) 오케스트라'냐 하는 가벼움이 존재한다.

정명훈 지휘자가 없으면 시향이 닻을 내려야 한다면 어찌 시향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정 지휘자가 그만 두면 停電(정전) 사태가 온 것처럼 느껴진다 해도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지속성장 가능한 오케스트라 발전을 기대할 것인가.

이처럼 우리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 지휘자 대우의 양극화 문제 등 우리가 플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래서 여론에 편승해 반짝 관심에 그친다면 엎치락 뒷치락 세월 낭비는 물론 아까운 시민 세금이 줄줄 세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우리가 성장에 쫓겨 미처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공부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갔으면 한다. 이중주, 삼중주, 사중주, 오중주.... 퍼즐처럼 모든 악기가 서로 엮이면서 앙상블이 되는 기막힌 合理(합리)의 극치인 오케스트라가 한국식 획일주의나 빨리빨리 성과주의의 祭物(제물)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조금 늦더라도 正道(정도)를 가는 것, 그래서 눈을 들어 글로벌 정보를 보면서 애써 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후유증은 없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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