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권두환의 웃음 철학과 함께
[시론] 권두환의 웃음 철학과 함께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2.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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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울 일도 많지만 웃을 일이 더 많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뜨면 슬퍼서 울고, 몸에 병이 생기면 아파서 운다. 우리 민족은 한이 많은 백성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억지 누명을 쓰고 탄압 받았을 때에도 울었고, 외적에게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도 울어야 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는가 하면, 가슴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어야 했으니 그 쓰린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었을까. 요즘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높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어린 영혼을 붙들고 그 억울함에 못내 울어야 했던 학부모의 가슴은 가히 찢어지고도 남았다.

6.25사변을 겪으며 전국이 초토화되면서 굶주림에 시달렸던 우리 민족은 조국분단의 참담함에 울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는 일보다 웃는 일에 더 익숙해졌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유일의 나라로 자리매김한 기쁨에서 웃고, 무상원조에 시달렸던 빈곤을 탈출하고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해서 웃는다.

보수정권으로만 치달려왔던 정치판이 진보적인 야당에게 10년 동안 정권을 넘겨줘서 명실상부한 정권교체를 이룩했다고 진보진영이 웃는가 하면, 다시 정권을 되찾았다고 보수진영이 웃음을 짓는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 국민 모두가 웃을 수 있었다. 금년에 있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는 누가 웃을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총집중되어 있다.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다”라는 말이 있으니 결과가 말 할 것이다. 지금 누구의 인기가 어떻고, 누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뒤섰다는 것은 마지막 결과와 일치할 때에만 웃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웃는다는 것은 결국 좋은 일이다.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들도 열 달이 가까워지면 자궁 속에서 웃는다고 한다. 이제 곧 양수(羊水)에서 벗어나 태를 끊고 세상의 일원이 된다는 기쁨에서 웃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웃게 되는 것일까. 뱃속 아기의 웃음에는 가식이 없지만, 태어나 한두달만 지나면 벌써 엄마 아빠에게 잘 보이기 위한 웃음을 지을 줄 안다.

태어나는 순간 터뜨렸던 울음소리를 우리는 고고지성(呱呱之聲)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은 세상 고해(苦海)를 헤쳐나갈 생각을 하니 아득해서 질러대는 울음이라고도 하지만 허튼 소리다.

엄마 뱃속을 빠져나오는 과정은 숨 막히는 고통이다. 엄마나 아기나 똑같은 고통을 겪는다. 그만큼 이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고 나왔으니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승리했다는 본능이 커다란 울음소리로 터져 나왔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맞는 말일 수 있다.

사실은 웃어야 한다. 뱃속에서도 웃었는데 까짓것 못 웃을 것도 없는데 울기부터 하는 것은 우선 목청을 터야하기 때문이다. 나오는 순간 눈도 보이지 않을 터이니 목청을 돋아 존재를 과시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아니던가. 나는 작년 여름 대학생 등 79명과 함께 중국에 산재한 독립군 사적지(史蹟趾) 탐방에 나섰다. 광복군 사령관이며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철기 이범석장군 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매년 한 번씩 독립군의 역사를 배운다.

이 행사는 사무총장 정준(丁俊)이 혼심(魂心)을 다하여 금년으로 7년째다.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던 수많은 애국 독립군을 찾아 후인들의 교훈으로 삼는 일에 매달리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을 꾸준히 해낸다.

일행 중에 마침 대덕대 교수 권두환(權斗煥)과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는 육사를 나와 별까지 달았던 장군출신이다. 앞뒤로 앉게 된 그와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옥수수 밭으로만 이어진 끝없는 만주벌판을 관광버스에 흔들리며 하루 종일 달려야 하는 탐방진은 자칫 파김치가 되기 쉽다.

이 머나먼 길을 맨발로 걸었을 독립군들의 용기와 헌신에 저절로 감동한다. 그나마 옛날과 달리 비포장도로는 거의 없다. 작열하는 태양이 에어컨으로 무장한 버스 속까지 스물 스물 기어든다. 몇날 며칠 계속되는 강행군에 젊은 대학생들도 곯아 떨어지는 찰나 권두환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근엄하기만 했던 장군출신의 교수가 입을 뗀다. “사람은 웃어야 한다. 웃으면 만병이 사라진다.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는 것은 더 말 할 나위 없이 좋지만, 웃을 일이 없어도 소리 내어 웃으면 웃음의 효과는 똑같다. 반드시 큰 소리로 웃어야 한다. 억지로 웃어도 웃음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자기 것이 된다.

지금부터 나를 따라서 웃어라”. 대체로 이런 전제를 한 후 그는 시범을 보인다. 처음에는 모두 어색하여 웃질 못한다. 이에 상관하지 않고 권두환은 계속 웃는다. 나는 목청껏 가장 크게 웃었다. 남들이 보면 미친 사람 소리듣기 알맞았지만 10분이 흘러가니 완전 동화된다. 모든 피로가 사라졌다. 더 웃고 싶어진다.

비굴하지 않은 웃음, 건강을 위한 웃음, 그것이 비록 꼭 웃을 일이 아니더라도 권두환은 오늘도 웃고 있을 것이다. 웃음의 철학을 터득한 그와 만나면 다시 한 번 너털웃음을 웃어야겠다. 혼자 웃기보다 둘이 웃으면 더 좋고, 더 많은 이들이 어울려 웃으면 상승효과가 더 커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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