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권상우만 알았는데, 이젠 유관순·안중근도 알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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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08.2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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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 100년 모국 찾은 재일동포 3∼5세들

재일동포 3~5세인 대학생들이 17일 칠곡군 다부동 전쟁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역사보다는 문화·연예·스포츠·관광’

국치 100년을 맞은 지금 재일동포 3~5세들의 관심사는 어렵고 힘든 과목이 아니라 쉽고 즐거운 과목이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그런 것처럼 뼈아픈 과거 역사나 골치 아픈 정치·경제 문제보다는 잘생기고, 연기 잘하고, 노래 잘하는 연예인이 더 좋은 것이다.

한·일 강제병합, 신사참배, 독도보다는 배용준이나 이병헌, 동방신기를 더 잘 안다. 실제로 재일동포나 일본 젊은이들 중에는 일본의 한국 강제 침탈에 대해 알고는 있으나 그 기간이 얼마나 됐는지, 어떤 형태의 침탈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모른다. 아예 관심 밖인 경우가 더 많다.

현실은 분명 이렇다. 그렇다고 과거나 뿌리를 잊고 살 수는 없는 법. 누군가 일깨워주면 그것을 알고 새로운 시대를 맞는 한·일 관계 설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65주년이다. 2세대가 이미 지났다. 3세대가 지나면 많은 것이 잊혀진다고 하는데 지금 그런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한·일 교류가 새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터. 이번에 국립국제교육원이 주최하고 영남대에서 위탁연수를 받은 ‘재일동포 대학생 모국 방문연수’에 참가한 재일동포 학생들을 통해 그들의 의식세계를 들여다봤다.

◆안동·성주·고령이 내 뿌리

이번 연수에 함께 참가한 자매 강애영(23)·강시영(18) 씨.
17일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재일동포 대학생 94명을 만났다. 모두들 이국의 관광지에 온 듯한 표정일 뿐 심각하게 기념관을 둘러보는 이는 찾기 어려웠다. 1시간여 동안 ‘아! 한국전쟁이 있었지’ 정도의 생각만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당시 비행기, 전차 앞에서 사진을 찍어대기에 바빴다.

주최 측에 협조를 구해 1개 조 8명의 대학생들과 전적기념관 내 회의실에서 따로 30여 분 얘기를 나눌 기회를 만들었다. 이 중 한국어를 어느 정도 편하게 구사할 수 있는 대학생은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7명의 신분증에는 본적지처럼 대한민국의 뿌리가 기재돼 있었다. 3명은 경북 안동·성주·고령이 선대의 고향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는 듯했다.

선대의 고향이 성주인 정상혁(21·세이게이대학 2년) 씨는 “나는 재일동포 3세인데 역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너무 강하게 과거의 역사를 알라고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 이름이 없는 가와모토 안나(18·여·고베시 외국어대학 1년) 씨는 “한국에 와서 그냥 좋고, 식민지 지배는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했다.

유지귀(22·쓰꾸바대학 3년) 씨는 “한국 역사에 대해서는 일본 고교 역사교과서에서 세계사의 작은 부분으로 배운 게 전부로 그 안에 한·일병합, 한국전쟁 등이 언급돼 있는 정도”라며 “한국도 일본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관심사는 ‘한류’(韓流)

재일동포 대학생 8명이 전쟁기념관 회의실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화에는 이념적 색깔이 없다. 자신의 기호에 맞춰 즐기면 된다. 재일동포 대학생들에게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 얼굴이 확 펴졌고, 웃음도 자주 터져나왔다.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저 없이 말했다.

자매가 함께 이번 방문에 참가한 강애영(23·도우시샤대학 4년)·강시영(18·교토대학 1년) 씨는 이 대목에서 맘 편하게 얘기를 터놓았다. 특히 한류에 관심이 많다는 동생 시영 씨는 “얼마 전 한국드라마 ‘화려한 유산’을 재밌게 봤으며, 연기를 잘하는 이승기·한효주를 좋아한다”고 말한 뒤 “이병헌·권상우·원빈·이준기 그리고 동방신기도 아주 좋아한다”며 손가락을 꼽았다.

다른 학생들도 대부분 한류에 관심이 많았다. 한류 열풍을 이끈 배우들은 일본에도 상당히 알려져 있었으며, 재외동포 사회에서도 스타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재밌는 사실 하나도 있었다. 이곳에 참가한 한 학생의 친구 부모가 얼마 전 자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한류스타 박용하의 장례식장에 직접 참가해 애도를 표했다는 것. 고(故) 박용하는 일본에서 한류를 만들어낸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최지우와 함께 일본 팬들의 사랑을 받아오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고령이 뿌리인 곽진수(21·간다가이고 가구임학원 2년) 씨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 역사를 인정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관계 개선을 해나간다면 더없이 좋겠다”며 “이번에 광복 65주년을 맞아 일본이 식민지배에 대해 반성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담화를 높이 평가한 것에 대해 재일동포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독도로 가는 재일동포 대학생들

“기분이 조금은 묘하겠죠” “독도에 갈 수 있어 정말 좋아요!” “날씨는 좋겠죠?”

이번에 6박 7일 일정으로 대구경북을 방문한 재일동포 대학생들은 20일 울릉도를 거쳐 독도 방문을 앞두고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일본에서 영토 분쟁으로 논란을 만들고, 모국인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이곳이 왜 중요한지, 역사적인 의미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

이상기(19·고우난대학 2년) 씨는 “독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가게 되면 독도가 왜 대한민국 땅인지를 확실하게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진유(19·여·가죠우 단기대학 1년) 씨도 “매년 이 방문행사를 하는 게 재일동포 대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며 모국에 대한 사랑이 샘솟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국립국제교육원은 이번 연수에 대해 ▷광복 65주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재일동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일병합, 한국전쟁의 의미 부여 ▷재외동포 참정권 부여로 고국에 대한 정체성 확립 기회 ▷독도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 및 역사 인식 제공 ▷국제화 역량 배양을 통한 리더십 함양 등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영남대 이원영 홍보담당자는 “이번 방문 연수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역사 특강을 비롯해 다부동 전적기념관 방문, 산업체 시찰, 경주 방문, 대구 전통시장 및 시내 투어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며 “참가한 재일동포 대학생들에게 모국에 대한 인식과 애정을 갖게 해 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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