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권자 12만 3천명이 대단한 숫자인 이유
[특별기고] 유권자 12만 3천명이 대단한 숫자인 이유
  • 정광일<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 승인 2012.02.1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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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방법 절차 어려움 극복 투표참여 의지 반영

오는 4월 총선에 참여하겠다는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이 12만 3천 358명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11일 마감됐습니다.

한국 내 대부분의 언론은 12만3,358명 등록이 너무 적은 인원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부각시켰습니다. 여기에 재외선거를 위해 막대한 정부예산이 들어간 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재외국민투표 제도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논조를 보여주는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투표권이 부여되는 잠정적인 재외국민 유권자가 230만 명인데 이 중에서 등록자가 12만3천명 정도이니 숫자상으로 보면 적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외동포사회를 직접 경험했거나 또는 이번 재외유권자 등록 방법이나 절차가 갖고 있는 복잡함이나 어려움을 아는 사람들은 12만3천명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재외국민 유권자가 투표하기위해 방문해야 할 투표소는 한국처럼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도, 간단하게 5분 이내 자동차로 갈 곳이 아닙니다.

자동차로 1~2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에 투표소가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단순한 12만3천명을 적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유권자 등록이라는 절차가 없습니다. 평소에 동사무소에 주민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주민등록 명부가 나이 제한을 기준으로 선거인명부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부재자신고 같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절차가 유권자 등록인 셈입니다.
만약 서울 강남구 거주자에게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 유권자 등록을 하라고 하면 과연 몇 %나 할지 상상해 보면 답이 쉽게 나올 것입니다.

이번에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을 마친 12만3천명은 오는 4월 총선에 누가 출마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총선투표를 위해 유권자 등록을 마친 것입니다. 12만3천명 중에 84%인 10만명 정도는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정당추천)와 지역구 출마후보에게 투표를 하게 되고, 16%인 2만여명은 비례대표 선거만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비례후보나 지역구 후보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 등록을 마친 것입니다.

재외유권자 등록은 158개 공관에서만 접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공관이 없는 도시가 너무 많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등록을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됐습니다. 미국 댈러스는 공관이 있는 휴스턴까지 자동차로 5시간 이상 가야 합니다. 필라델피아는 공관이 있는 뉴욕 맨해튼까지 3시간 이상 자동차를 몰고 가야 합니다.

중국의 경우 연태나 위해지역에서는 총영사관이 있는 청도까지 자동차로 3시간 넘게 가야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12만3천명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총선보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는 훨씬 더 많은 재외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란 예측을 해 봅니다.

12만3천명의 등록이 있기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헌신적인 자원봉사자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있었습니다. 물론 재외선거를 위해 재외공관에 파견된 중앙선관위 재외선거관들의 헌신적은 노력은 기본일 수 밖에 없고, 지역 마다 한국정치 변화에 직접 참여하자는 유권자 등록 운동이 있었습니다.

중국 청도 공항에서 벌어졌던 '칭한모'(칭다오 한인들의 모임 카페) 회원들의 노력은 이번 전세계 유권자 등록 운동에서 가장 눈물겨운 감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외한인 언론 중에서도 미국뉴욕에서 발행되는 '뉴욕일보'의 유권자 등록운동은 눈이 확 띠는 것이었습니다. 등록 후반부에는 유권자 등록 집계를 매일 신문지면에 공지하면서 뉴욕한인들의 유권자 등록 참여를 호소했고, 신문사가 직접 뉴욕총영사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한인타운 곳곳에서 등록 용지를 배부하고 맨해튼에 있는 영사관까지 가는 자동차 편을 제공하는 수송 작전에 직접 나섰다는 점은 언론사가 쉽게 할 수 없는 사례였습니다.

미국 시애틀 지역 역시 한인단체들이 똘똘 뭉쳐 미국 내에서 등록자수 3위를 기록하는 실적을 올린 것도 인상이 깊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미국 내 한인 인구수가 가장 많은 로스엔젤리스의 등록수가 예상 보다 저조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우편으로 쉽게 등록할 수 있도록 한인상가나 한인업소에 우표가 부착된 봉투까지 배치해 상당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호치민의 경우 한국국제학교 관계자들의 캠페인도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일본 동경에 있는 한인유학생들의 인터넷 카페인 동유모(동경유학생 모임)에서는 매일 마다 동경지역 유권자 등록 집계 내용이 올라가면서 유학생들의 참여를 댓글로 이끌어냈고 특히 동경유학생 출신 사업가들이 앞장서서 유권자등록 운동을 막판에 전개해 동경지역 등록숫자를 올리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등록숫자가 막판에 10만명을 넘어 12만명대로 급상승한 것은 재중국한인회(회장 정효권)의 공개하기 어려운 숨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158개 공관 중에서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접수자와 북경 총영사관 접수자가 각각 6천명이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상하이 총영사관과 재중국한인회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외유권자 등록은 투표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이기 때문에 유권자 등록만 하고 투표에 불참할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유권자 등록운동' 기간을 지나 '투표 참여운동' 기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재외공관에서는 곧 등록유권자 명단을 갖고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게 됩니다. 재외국민 투표는 한국 총선투표일보다 먼저 시작됩니다. 투표기간도 하루가 아닌 6일 동안 계속되는 재외선거는 3월 28일 시작해서 4월 2일 끝이 납니다.

4월 총선 유권자 등록을 마감하면서 중요한 현안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번 12만3천여명의 등록자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별도의 등록절차 없이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선거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중앙선관위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항구적으로는 '재외국민등록법'과 '재외국민유권자 등록법'을 하나로 묶어 내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입니다. 재외국민등록을 유권자 등록으로 인정하는 방법, 또는 재외국민유권자 등록을 재외국민등록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시간과 국가예산을 엄청나게 절약하는 행정쇄신에 해당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입니다.
 

▲ 유권자 등록 운동 기간에 말레시아를 방문한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 김성곤 의원이 말레시아한인회 사무실을 방문해 재외국민유권자등록을 하고 있는 한인들과 대회를 나누고 있다.
▲ 청도(칭다오) 한인들의 모임 '칭한모' 카페회원들은 '국외부재자신고 실천본부'를 만들어 청도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한인들을 상대로 3일 동안 유권자등록을 전개해 감동을 전세계에 전달했다.
▲ 동경유학생모임(동유모) 카페를 통해 유학생들의 유권자등록운동을 이끈 장영식 전 동경옥타회장이 등록마감 히루 전인 10일 오후 국외부재자신고서를 단체로 동경 총영사관 김기봉 선거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장영식 회장도 동경유학생 출신이다.
▲ 유권자등록운동기간 동안 줄곧 등록자숫자 1위를 유지한 중국상하이 총영사관 안총기 총영사(가운데)와 박경우 재외선거관(오른쪽). 박경우 선거관은 상하이지역 한인단체들의 단결된 힘이 등록자수 1위 공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재중국한국인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국지역 유권자등록 운동에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재중국한인회 정기총회에서 유권자등록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정효권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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