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FTA 폐기하겠다고 협박하나
[시론] FTA 폐기하겠다고 협박하나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2.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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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통합당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야권대통합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급조된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을 통하여 거대야당으로 자리 잡았다. 그 통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친 통합진보당은 상대적으로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민노당 특유의 독자성으로 그나마 유지되던 민노당은 총선에서 뭔가 보여주기 위한 심모(深謀)를 꾸미는가 싶었으나 민주당과의 야권연대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특유의 돌파력을 상실한 느낌이 있다.

지금까지 민노당이 보여준 정치적 제스처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극좌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확실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한 이후에는 민주통합당의 약진세에 비할 때 커다란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마치 정권이라도 잡은 양 기세등등하다. 공천신청이 마감된 현재 그 숫자 면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한다. 물론 새누리당의 공천신청은 아직 마감되지 않아 그 귀추는 며칠 지나야 알듯 싶지만.

전체적인 기조로 볼 때 민주통합당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달린다. 새누리당은 박근혜를 정점으로 한 비대위가 온갖 아이디어를 다 동원하여 권토중래를 노린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중진의원들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어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군다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홍사덕을 비롯한 영남권의 중진들이 용퇴하고 있는 모습은 정치의 비정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의 중진들은 박상천 등 일부중진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대부분은 자기 선거구를 버리고 다른 지역구를 선택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아무튼 기득권을 버릴 수밖에 없는 정치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꼭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총선을 겨냥한 여론조사나 국민의 성향은 가히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SNS를 무기로 삼아 IT에 전력을 기우린다. 정치적인 이념이나 소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막연히 기득권 반대 성향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면 그만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책임이 지워지지도 않는 것이기에 온갖 요설(饒舌)로 비난하고, 풍자하고, 욕질을 하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꾀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능한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마구 퍼부으면 팔로우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영향력이 생기는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누가 시비를 걸기도 민망하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보여주는 기존 신문과 방송이 이들의 궁금 점을 풀어주지 못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나꼼수 같은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인터넷방송이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도 그들을 부추기는데 큰 역할이 되고 있는 듯하다.

이 분위기는 아직까지 민주통합당에 유리하다. 새누리당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여론을 돌릴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지만 그것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시작과 함께 부각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민주통합당이 자칫 스스로의 암수(暗數)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경파의 줄기찬 공세를 당 지도부가 받아드리게 되면 역풍을 만날 수도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그 조짐은 벌써 나타났다. 이미 체결되어 양국의 국회 비준까지 모두 끝마친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미국 대사관에 문서를 전달한 사건이다.

민주통합당은 지금 착각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까 초강경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누워 떡 먹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상득 박희태 최시중으로 이어지는 여러 잡음만 따로 떼놓고 본다면 민주당의 진단이 맞을 수 있다.

그것은 권력을 이용한 부정부패와 매우 관련이 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미 FTA를 똑같은 범주에 속한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FTA는 순전히 경제논리다. 개인의 부패문제가 아닌 국가의 경제정책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자칫 국익에 커다란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심사숙고할 줄 아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다.

더구나 FTA는 김대중 시대부터 거론하기 시작하여 노무현 때 지금의 FTA안이 확정되었다. 재협상을 통하여 자동차 부문에서 일부 양보한 것이 있다고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절대 찬성이다. 양보하고도 유리한 조건이라는 의미다. 소송제도 등은 트집을 잡기 위한 트집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다만 이를 수행한 주체가 이명박정부라는 이유 하나로 생트집도 모자라 외국 공관을 찾아가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FTA를 폐기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것은 천하공당으로서는 상도(常道)를 벗어난 망발이다. 국가 간의 조약은 일방적으로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불합리하거나 현저히 부당한 조항이 있다면 양국의 합의로 재협상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져 있다. 아직 정권도 잡기 전에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선거를 의식한 것이지만 국민들의 배척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민주당의 사과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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