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선 탈 쓰고 부정선거인단이라니
[시론] 경선 탈 쓰고 부정선거인단이라니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3.02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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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모두 개혁의 큰 깃발을 내걸고 국민 앞에 애교를 떤다.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서 국민의 눈을 벗어나는 여러 가지 비리문제가 터지자 심기일신으로 비주류 세력인 박근혜에게 전권을 넘겼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였다가 근소하게 패했던 박근혜는 그동안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꾸준히 인기를 이어왔다. 요즘 안철수가 등장하면서 차기 ‘부동(不動)’의 위상은 깨졌지만 아직도 맨 선두에 서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박근혜는 즉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당 개혁에 착수하였으며 상당수의 중진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총선에 대비한 공천심사위원회는 우선 무 경합 지구에 대한 공천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의 중심이 되어있는 이재오를 첫 번째로 공천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래게 만들었다.

공천 작업이 모두 끝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이재오 문제를 트집 잡는 비대위 의견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재의결로 결정타를 날리는 공심위의 태도는 제법 믿음직스럽다.

한편 야당인 민주당은 과거부터 통합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봐왔던 정당으로서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인다. 비리에 휩싸여 비틀거리는 여당을 공격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삼은 그들은 날쌔게 시민단체들과 연합하여 급조 시민통합당을 만들더니 하루 만에 민주당과 통합하는 절차를 밟아 민주통합당이라는 당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국민의 여론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을 이길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아직도 40여일 남아있기 때문에 가변성이 많지만 이대로 가면 그런 여론의 흐름이 기류를 탈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총리를 역임한 한명숙을 대표로 선출하고 공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공천=당선의 공식을 가진 호남에서의 다툼은 치열하기 짝이 없다. 경선방식은 양당 공히 국민을 상대로 한 ‘국민경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

대의원들이 직접 투표하는 것을 포함하지만 민주당의 경우에는 전당대회를 흥행으로 이끈 주역으로 알려진 모바일 선거인단을 선호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위력이 가장 잘 나타나는 모바일 투표는 일반 국민으로서 먼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에 한해서 투표권을 준다.

경선에 임하는 예비후보들은 무조건 자기를 지지하는 선거인이 많아야 유리하다. 조직의 필요성이 가장 크다. 문제는 아무나 모바일 선거인단에 넣을 수는 없다. 자기를 지지한다는 확신이 서는 유권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여기서 부정이 싹텄다.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책임지고 있던 광주 동구의 전직 동장이 선관위의 고발에 의해서 경찰의 조사를 받다가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치열한 경선이 빚어낸 비극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다수의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라는 포퓰리즘에 빠져 이를 확산하려다가 비극을 낳았다.

부정 선거인단 모집은 모두 ‘돈으로 매수하는 행위’다. 과거에 정주영이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일이 있을 때다. 그는 막대한 자금력을 휘둘러 자기가 만든 국민당의 입당원서를 각 지구당에 할당했다. 풍부한 자금을 지원받은 지구당에서는 경쟁적으로 입당원서 받기에 매달렸다.

한 장에 1만원에서 5만원정도 주었던 모양이다. 이중삼중으로 등록해도 어느 누가 조회할 틈이 없으니 유권자들 중에는 이 지구당에 가서 한 장 쓰고 또 다른 지구당으로 옮겨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국민당 입당원서는 모두 중앙당으로 올려 보내 숫자를 확인했는데 천만장이 넘었다는 얘기다. 그들이 모두 당원이었다면 정주영은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00만표 밖에 안 나왔다. 이처럼 선거란 허허실실하다. 입당원서만 보면 당선이 확실한데 결과는 그와 반대로 나왔으니 허망한 일 아닌가. 본인이 직접 입당의사를 밝히고 자필로 서명해도 나중 일은 알 수 없는 것인데 돈과 교환한 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이번에 터진 광주 사건도 민주당을 선호하는 호남민심을 겨냥하여 경선에서만 이기면 본선은 누워 떡먹기로 생각하고 올인 하다가 생긴 일이다.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자꾸 터지고 있어 민주당에게는 큰 악재가 될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경선을 하되 문제가 많은 모바일 투표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은 시행될 것인데 여기서도 행여 선거인단을 조직적으로 모집하는 등의 불법 부정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문제가 된 지역은 경선을 회수하고 중앙당의 전략공천으로 끝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경선도중 또는 경선종료 후에도 광주에서와 똑같은 사건이 터질 것이고, 낙천한 사람들의 폭로가 이어질 것이 뻔하다.

당은 선거가 시행되기도 전에 좋았던 이미지를 모두 까먹고 경선부터 부정으로 얼룩졌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경선의 흥행효과는 반감하고 말 것이다. 모바일 투표를 중단하고 정상적으로 국민을 참여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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