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총선을 보는 국민의 냉엄한 태도
[시론] 총선을 보는 국민의 냉엄한 태도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4.04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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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을 어지럽게 수놓고 있는 기사는 온통 국회의원 선거뿐이다. 누가 누구보다 몇% 앞섰다는 등 모든 기사의 내용은 오직 흥미위주로 편집된다. 거물급에 대해서는 빅투네, 빅쓰리네 하면서 비교우위에 대한 말초적 신경에만 접근한다. 정치의 근본은 국가와 국민의 평안에 주안점이 있다.

그런데 정치의 중심에 있는 주요정당들은 오직 표 얻기에만 관심을 쏟을 뿐 근본적인 문제에는 눈도 주지 않는다. 그들이 내놓는 것은 ‘복지’다. 공짜로 먹여주고 반값으로 공부시키겠다는데 홀리지 않는 국민이 없다.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중고교 무상급식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 결국 시민투표로 발전했고 여기서 패한 오세훈이 시장 직을 사퇴하는 통에 정치지형이 바뀌고 말았다.

느닷없이 안철수가 등장하면서 박원순의 시장당선으로 이어진다. 컴퓨터 전문가인 안철수는 정치를 할 듯 말듯 하면서 자기 할 일은 다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사회에 기부하여 통 큰 정치의 기본을 다진다.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 비례대표1번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는 얘기도 흘린다. 미국에 가서는 빌게이츠도 만나고 대학생 상대로 연설회도 갖는다.

대선 예상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와 쌍벽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도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는 유보 중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관용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는 결단력이 없어 정치를 못할 것이다”고 예상했지만 필자는 다르다.

그의 행보로 볼 때 대선에 나올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태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장님 문고리 더듬듯 어물어물 하면서 기회만 엿보는 것은 대정치가의 길을 갈 사람의 행태가 못된다.

처음에 비해서 안철수에 대한 평가가 많이 절감한 것도 자칫 기회주의로 비칠 그의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튼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쟁패는 정당성(正當性) 여하를 떠나 삼국지처럼 재미있다. 박근혜와 한명숙 모두 여성이 당권을 쥐었다.

비상시기이니 만큼 결단도 빠르다. 시간을 쪼개 쓰는 그들의 유세활동은 가히 강행군이다. 붉은 옷과 노란 옷으로 대비되는 당 패션에서 박근혜는 까만 옷을 택했다. 붉음의 무리에서 돋보이기 위한 패션 감각이다. 이 지역에 가선 이 말을 하고 저 동네에 가면 저 말을 하는 것까지 두 사람은 꼭 닮았다. 매스컴은 이런 저런 의견을 달지 않고 스케치로만 일관한다.

매스컴은 보도기능뿐만 아니라 국민 계도에도 큰 사명이 있다.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오직 형평에만 기준을 둔다면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번에 KBS파업노조가 폭로한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문제를 앞뒤 가리지 않고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면서 “총선의 운명을 가름한다.”는 등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다가 사찰건수 2600여건 중 2200여건이 노무현정부에서 한 것으로 밝혀지자 머쓱해졌을 뿐 이에 대한 상세한 해명이나 후속보도는 애매하여 뭐가 뭔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총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의식을 비튼다면 결과는 ‘일시적인 충동질’에 넘어가는 유권자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난다. 출마도 하지 않은 유권자가 무슨 패배를 하느냐 하겠지만 잘못된 정보를 진짜로 알고 투표한다면 뽑혀서는 안 되는 사람이 당선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의 당락문제가 아니다. 당선자나 낙선자를 막론하고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다만 그가 속해있는 정당이 제시하는 정강 정책이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느냐에 있다.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튼튼한 재정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재정이 확립되지 못한 나라는 나라를 지키기 어렵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와는 판이하게 군사적인 힘만을 내세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강국과 약소국의 분류는 군사력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군사력은 경제적인 힘이 바탕을 이루지 못하면 힘이 아니다. 북한의 군사력이 겉으로 보면 상당한 수준에 있지만 나라의 경제력은 최빈국에 들어간다.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려도 300만의 주민이 굶어 죽는 현실에서는 강성대국은 어림없다. 오직 도둑처럼 몰래 스며들어와 천안함을 공격하고 연평도를 기습 공격하는 정도에 그친다.

우리는 탄탄한 경제력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것은 나라를 지키지 말자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란(倭亂)을 예견한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을 주장했는데 반대당파가 평화론으로 이를 묵살했다가 7년 대란을 겪었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논리도 중국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등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그들은 북한의 멘토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퍼주기로 지탱시킨 김정일정권이 중국의 지원으로 3대 세습까지 할 수 있었다. 중국은 이어도를 자기네 수역이라고 강변한다. 이 해안은 우리나라 수출입물량의 99% 이상의 운항로이기도 하다. 이 중요한 기지를 결사반대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손을 놓자는 논리다.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한미자유무역협정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정당과 정파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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