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태극기를 가장 사랑하는 시장은 누구?
[수첩] 태극기를 가장 사랑하는 시장은 누구?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2.04.05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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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시이다. 면적은 33.3㎢(경기도의 0.31%). 9리밖에 안돼서 구리시다. 시장은 박영순 씨. 그는 기자가 사는 아파트 맞은 편 덕현아파트에 산다.

박영순 시장과 인사하면 민족주의자 같은 인상을 받는다. 최소한 그렇게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고 본다. 한인회장대회가 열리는 워커힐호텔 너머에는 ‘고구려대장간마을’이 있다. 태왕사신기의 촬영 장소로 잘 알려진 곳. 박 시장은 구리를 ‘고구려의 도시’라고 처음 명명했던 사람이다.

이런 구리시의 박시장이 애국심을 자극하는(?) 구리시 캐치프레이즈를 2010년도에 다시 만들었는데 이것이 히트를 쳤다. ‘태극기의 도시 구리시’라는 문구다. 그는 구리시를 태극기의 도시라고 선포했다. 동아일보 등 국내 언론은 그를 인터뷰했다. 주목의 대상이 됐다.

박 시장은 지난해 태극기 관련 기고를 써 관심을 끌기도 했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 대형 태극기를 걸자”는 제목의 글이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멀리 시내 쪽에 솟아있는 수많은 고층빌딩 위에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고 소회한다. 구리시는 한강 둔치에 50m짜리 대형 태극기를 내걸고 있다. 박시장은 어느새 태극기를 가장 사랑하는 시장이 됐다.

박영순 시장을 얘기하게 된 이유가 있다. 최근 박 시장 못지않게 태극기를 사랑하는 시장이 또 있다는 제보를 들었기 때문. 태극기 해외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정윤씨로부터다. 2일 마포구 한 식당에서 만난 한정윤씨는 ‘태극기법’을 만든 6인 중 한명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태극기법은 2006년 국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6년 전까지는 태극기법이 없었다는 것.

그는 30여년 동안 국기만 생각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는 며칠 전 초록색만 있고 문양하나 없는 리비아국기를 새롭게 디자인해 현지 고위 인사에게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 그는 빛나는 태극기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빛나는 태극기’는 밤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전자태극기다. 그는 한인회 등 해외에 이를 보급하고자 했다.

굳이 해외로 이 사업을 펼치는 이유가 있단다. 고국을 떠나 해외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애국심이 더 절절하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는 태극기의 소중함을 무심코 잊고 살지만 외국에서는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은 인생을 태극기 알리기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는 한정윤씨는 질문을 하나 던졌다. 국내 지자체 단체장 중 누가 태극기를 가장 사랑할까?

그러면서 그는 박영순 시장의 적극적인 홍보에 약(?)이 오른 시장들이 있다고 말했다. 태극기 사랑은 결코 뒤지지 않는데 홍보에 약한 시장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태극기법을 만든 주역 중 한명이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대형 태극기를 천안시 곳곳에 게양하며 태극기 사랑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태극기의 소중함을 얘기한다는 것이다. 고종이 1882년 조선의 국기로 태극기를 만들어 사용하기 이전까지 우리나라엔 국기가 없었다. 외압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기를 만든 인물이 고종이다. 태극기는 따라서 일제의 탄압을 이겨내고자 하는 심벌이라는 게 한씨의 말이다. 한정윤씨는 이들 3인방 시장이 태극기 사랑의 ‘빅3’라고 말했다.

어떻게 태극기 사랑이 내가 더 크다고 공방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정윤씨로부터 들은 시장들의 질투(?)는 그리 밉지 않아 보인다. 박영순 시장이 설령 돋보이고자 태극기의 도시를 만들었다고 해도 결코 얄밉지 않은 행동일 것이다.

재외동포 관련 기자로 일하는 동안 아프리카, 중남미 몇몇 국가 한인회로부터 태극기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곤 했다.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태극기를 해외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듯 했다. 한정윤씨의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인다. 며칠 뒤 그는 구리시청에서 빛나는 태극기 사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시청관계자들 앞에서 브리핑을 할 것이다. 태극기의 역사와 의미 등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다.

국내 지자체들과 해외 한인사회와의 네트워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국내 지자체들이 태극기 해외보급 운동을 펼치면 어떨까? 박영순 시장이 태극기의 도시라는 좋은 아이템으로 구리시 브랜드를 높인 것처럼, 태극기 해외보급사업도 선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한인사회는 물론이고 지자체에도 득이 될 수 있는 사업으로 보인다.

너무나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은 쉽게 잊혀지게 마련이다. 태극기 사랑을 홍보하는 박영순 시장의 전략은 그래서 이채롭다. 월드코리안신문도 이에 동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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