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유럽한인축구대회’ 역전승 일군 교포2세 3인방
[참관기] ‘유럽한인축구대회’ 역전승 일군 교포2세 3인방
  • 런던=이석호 기자
  • 승인 2012.05.30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경기 뛰었죠”

▲ 왼쪽부터 석성열, 한마쿠스, 김기동(감독), 김보영 선수.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영국에서도 이런 바람은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결승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26일, 유럽한인축구대회가 열린 영국 런던의 한 축구경기장. 한 사립학교가 엄청나게 큰 부지를 축구장으로 사용토록 한 곳이다. '로빈후드'라는 지역 이름이 눈에 띈다.

축구경기를 동시에 8번은 치룰 수 있는 크기다. 럭비선수들도 연습을 했다. 전 국토가 평지라는 ‘영국’을 잘 보여주는 듯 했다. 이곳에서 유럽한인축구대회가 열린 것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있는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 11개팀이 참가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관람을 했다. 박종범 유럽총연 회장(오스트리아)을 비롯해, 최병원 프랑스회장, 장영재 이탈리아 회장 등이 선수단 단장을 맡았다. 참가자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4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26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예선리그, 토너먼트 방식을 병행해 열렸다. 영국팀과 독일팀이 결승에 올랐다. 예상대로 였다. 두 나라는 영원한 유럽 최강국이다. 교민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결승전 우승자는 뜻밖이었다. 모두들 영국을 점쳤지만, 독일팀이었다. 독일팀은 종료 휘슬을 약 10여분 남기고 1-1동점을 만들고 연장전에서 역전승을 일구는 저력을 발휘했다. 주역은 교포 2세 3인방이었다.

 
“이것이 독일 스타일입니다. 지고 있어도 묵묵히 경기에만 집중을 해요. 지는 것도 축구의 하나로 받아들여요. 2세들도 독일의 강인함을 갖고 있어요”

우승의 주역 중 한명인 김보영 선수의 말이다. 그는 파독광부의 아들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있는 포워딩 회사에서 일한다. 림브호근에서 자랐다. 일주일에 2~3번 축구클럽에서 축구를 했다. 결승 경기 다음날인 27일 인터뷰를 했다. 런던 투워를 위한 버스에 동승했다. 옆에는 30년 가까이 친구인 교포 2세 한 마쿠스와 석성열씨가 설명을 도왔다.

그리고 뒷좌석에 김기동 감독이 있다. 독일 선수들을 지휘한 사람이다. 한국 포항스틸러스에 뛴 선수다. 지도자교육을 위해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왔다. 그래서 독일 교포선수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사실 영국과 독일은 악연이 있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싸움을 했다. 독일팀은 영국팀이 플레이도중 보이지 않게 말로 약을 올렸다고 말했다. 영국은 독일 스타일이 거칠다고 얘기했다. 어쨌든 지난해의 악연이 결승전을 더 뜨겁게 했다.

선수구성과 플레이 스타일도 대조적이다. 영국은 3-5-2 포맷. 선수들은 100% 한국유학생들로 구성됐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 선수생활을 한 뛰어난 개인기를 가진 선수들이다. 그래서 영국을 우승후보로 사람들은 꼽았던 것. 독일은 반면 리베로 시스템. 100% 교포 2세들이다. 파독광부출신 아버지들이 많다. 

“이번 대회에 처음 만난 동생들이 많아요. 그래서 팀안정을 위해 리베로 시스템을 썼던 것이지요. 보영이는 가장 경험이 많아요. 그가 10여년 동안 리베로로 활약하며 어린선수들을 이끌지요” 석성열씨의 말이다. 그는 과거에 골기퍼였다. 포워딩 회사에서 일한다. 아버지는 광부출신이다.

“전국체전에서 4번 우승을 했어요. 보영이, 성열이와는 30년 가까이 만났어요. 이제 나이가 들었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어요” 독일 각 도시에서 선수를 선발한 한 마쿠스씨의 말이다. 그는 ‘MH sports’라는 회사에 다닌다. 한국선수 중 우수한 축구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육성하는 일이다. 아버지는 마찬가지로 광부출신. 한일동 씨다. 그는 독일한인축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독일재향군인회에서도 일한다. 젊었을 때 차범근 선수를 독일에 소개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아버지의 일을 아들이 이어서 하고 있는 것. 한 마쿠씨는 박지성과 같이 이번 대회에서 미드필더로 중원을 책임졌다.

“9살 때 독일로 왔어요. 광부였던 아버지는 가족을 초청했죠. 10살 때부터 축구를 했어요” 리베로로서 이번대회 수비상을 받은 이보영씨의 말이다. 그는 3부리그 선수로 뛰었다. 3부리그는 프로 바로 다음 팀이다. 선수층이 세계에서 가장 두터운 독일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다.

“독일 2세들의 모임에 참여해요. 약 40명 정도가 있지요. 축구하는 사람들은 10여명입니다.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한마쿠스씨는 독일광부, 간호사 출신 부모님들이 한국의 얼을 심는 자녀교육에 철저했다고 강조했다.
“운동장에서 어른들이 있으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요. 깍듯하게 인사하고 예의를 갖춰요. 우리들은 독일에서 자랐지만 정신만큼은 한국식이지요”

▲ 박종범 회장과 감투상을 받은 한마쿠스.
한마쿠스씨는 “이러한 정신을 후배들에게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경기에서 독일 선수들은 마쿠스형, 보영형 하고 형이라고 말하는 선수가 많았다.

“독일에서 커서 솔직히 개인적인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 우리들이 한인회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 어머니를 모두 존경해요. 한인회에서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김보영, 석상열, 한마쿠스씨가 입을 모았다.

“내년에는 독일에서 경기가 열렸으면 해요. 영국과 독일이 최강팀을 구성하면 정말 멋진 경기가 펼쳐질 거예요. 그리고 바라는 점이 있어요. 경기 후에 차세대들끼리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해요. 경기에서 싸우더라도 끝난 후 다시 만나면 더 친해져요” 김보영 씨는 “유럽한인축구대회는 꼭 필요한 차세대 모임”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김기동 선수 감독 데뷔 첫 우승으로 기사 써보세요. 한국 스포츠 신문에 크게 낼 수 있어요. 그렇지 기동아~” 이번대회를 우승으로 일군 3인방이 독일로 가기 전 남긴 말이다.

▲ 석성열 선수.


 

단체 기념촬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