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드라마 속 키스신은 뻔하디 뻔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연인과 단순히 입을 맞추는게 전부였다. 그런 키스신이 변했다. 드라마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장면이 되면서 좀 더 다양한 키스가 안방극장에 펼쳐지고 있다.
가장 달라진 것은 키스 장소다. 은밀한 곳에서 펼쳐지던 것과 달리 상황과 의미에 따라 장소를 달리하고 있다. 부위도 이색적이다. 단순이 입술을 맞대는 것에서 벗어나 눈이나 목 등에 입을 맞춰 더 애틋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사탕 등 도구의 사용도 늘어났다.
안방극장을 녹이는 이색 키스신을 살펴봤다. 장소나 부위는 다양해졌고, 소품 사용도 활발해졌다.
◆ 이색 키스 장소 - "솜틀집부터 플랫폼까지"
드라마 속 고전적 키스신 장소는 여주인공의 집 앞이나 차 안이다. 밀폐된 공간을 이용해 연인간의 사랑을 표현했다. 하지만 요즘 키스신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드라마 속 상황과 맞는 장소라면 야외와 실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한다.
소지섭과 김하늘은 MBC-TV '로드넘버원'을 통해 솜틀집 키스신을 연기했다. 덕분에 배경으로 하얀 솜들이 날리면서 몽환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전쟁으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애틋한 감정이 솜틀집이라는 키스신 장소와 잘 어울렸다.
박시연과 강지환은 플랫폼 키스신을 선보였다. SBS-TV '커피하우스'에서 떠나가는 박시연을 강지환이 붙잡는 장면에서 키스신이 등장했다. 플랫폼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별과 만남'이라는 의미가 두 주인공의 키스신과 맞물려 감정이입이 더 쉬웠다.
'건태커플' 김남길과 오연수는 엘리베이터 키스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SBS-TV '나쁜남자'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커플로 나온 두 사람이 불타오르는 감정을 엘리베이터에서 표출한 것. 짧은 시간과 들킬세라 조마조마한 현실과 키스신이 잘 연결됐다.
◆ 이색 키스 도구 - "사탕에 엽전까지?"
키스란 입술이 직접 맞닿아야 한다는 편견도 깨졌다. 최근 방송된 드라마 속 키스신들은 여러가지 소품을 이용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때론 장난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고, 반대로 소품이 키스신을 더 짜릿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이승기와 신민아는 SBS-TV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구슬 키스신을 선보였다. 구미호인 신민아와 인간 이승기의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함축적으로 녹아든 입맞춤이었다. '여우구슬'을 전해주는 장면에 CG효과를 넣어 이색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병헌과 김태희는 도구 키스의 원조로 불린다. 지난해 방영된 KBS-2TV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이 김태희의 입 안에 사탕을 넣어주며 한 키스 장면은 큰 화제를 낳았다. 화이트 데이라는 극 중 설정을 살린 동시에 일반 키스신보다 애틋함이 뭍어났다.
인기리에 종영한 KBS-TV '추노'의 김하은과 김지석은 엽전을 키스도구로 사용했다. 떠돌이 광대인 김하은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엽전을 입에서 입으로 주고받는 장면에서 기습 키스를 나눈 것. 과감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시대상황과 재치가 엿보였다.
◆ 이색 키스 부위 - "손가락부터 눈까지"
키스신은 꼭 입과 입이 맞닿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지고 있다. 눈이나 코 등 얼굴의 일정 부위나 목덜미에 한 쪽이 키스를 전하면서 연인 사이의 진한 애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입술을 포개는 것보다 한층 여운이 깊게 남는다는 특징이 있다.
김남길과 오연수는 최근 종영한 SBS-TV '나쁜남자'에서 일명 '손가락 키스'로 과감한 애정신을 연출했다.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손가락을 맞닿게 하는 과감한 동작은 입술로 전하는 키스보다 한층 섹시한 분위기를 내기 충분했다.
목덜미 키스도 있었다. MBC-TV '개인의 취향'에서 이민호와 손예진이 선보인 키스신이다. 극 중 손예진의 머리를 말려주던 이민호가 기습적으로 키스했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 손예진을 향하는 이민호의 마음이 더욱 애절하게 나타낸 신이었다.
MBC-TV 드라마 '파스타'에서는 '눈키스신'이 등장해 여심을 흔들었다. 극중 연인으로 등장한 이선균과 공효진이 연기한 장면으로 "딱 한군데만 이뻐 보인다"는 대사와 함께 눈에 키스를 전했다. 강도가 약하지만 로맨틱한 느낌을 살리기에 제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