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부기관도 국민의례를 생략해서야
[시론] 정부기관도 국민의례를 생략해서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6.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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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경선으로 당선했다는 이석기는 나꼼수 김용민처럼 천하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출마한 김용민은 노인비하 발언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끝내 후보를 사퇴하지 않고 버티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김용민 때문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다른 민주당 후보들이 표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컸다고 하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후약방문이 되고 말았다. 이를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한명숙이 이끄는 지도부는 선거 후 자진사퇴하는 민망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지금 통합진보당은 이석기와 김재연을 국회의원으로 진출시킨 부정경선을 그대로 지켜내려는 구당권파와 혁신비대위의 싸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이석기의 애국가 부정(否定)이 돌출했다. 이석기는 부정경선 문제와 그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의 여론조작 그리고 선거홍보물 보전금 부풀리기 등 마치 부정의 종합세트를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곁들여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몰매를 맞는다.

여러 가지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그가 큰 말썽을 빚을 것이 분명한데도 일부러 애국가를 거론한 것은 다분히 고의성이 있다. 고도의 계산을 통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발언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애국가는 곡조는 다르지만 임시정부 시절부터 불러온 국민의 노래다. 이별의 곡인 올드랭사인의 곡조에 맞춰 어쩌면 애절하게 불렀을 애국가는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그나마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지사들은 큰소리로 불렀겠지만 국내에서는 이불 속에서 남몰래 불렀다.

8.15광복 후 우리는 안익태의 곡으로 애국가를 지정했다. 태극기를 국기로 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애국가는 당연히 모든 국민이 합의한 국가다. 대학까지 나온 이석기가 초등학교 때부터 행사가 있으면 부르던 애국가를 이제 와서 부정하는 이유는 자기에게 쏠린 수많은 의혹들을 더 큰 이슈로 잠재우려는 속셈이 있어 보인다.

여론의 뭇매를 의식하여 기자들과의 식사자리를 마련했고 거기에서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 그 증거다. 대형 이슈를 놓칠 리 없는 기자들의 생리에 밝은 사람이 비보도가 되리라고 생각했겠는가.

더군다나 통진당은 전당대회를 열더라도 ‘국민의례’를 하지 않고 ‘민중의례’를 해왔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한반도기로 대체되었는지도 모른다. 애국가는 물론 ‘님을 위한 행진곡’이나 ‘산 자여 따르라’로 바꿔 불렀다.

법령에 의해서 국민의례는 대소행사의 순서 첫 번째에 의무적으로 들어가 있다.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 일부 순서는 생략할 수도 있지만 이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국민의례(國民儀禮)를 하지 않는 행위다. 더구나 민중의례라는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 아예 형식을 바꾸고 내용까지 다르다면 이것은 국민의례가 아니다.

평소 소행이 그러했던 통진당 이석기가 애국가를 부정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에게는 그것이 소신이었고 국가관이었다. 이제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국회 개원식에서도 국민의례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지향하는 국가관과 배치되는 행위 아닌가.

그는 애국가 문제로 여론이 비등하자 이에 대한 사과는 커녕 ‘소신’으로 맞선다. 그의 소신이 진정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면 그는 대한민국에 살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느 누구도 애국가를 부인하지 않는다. 음치가 노래방에 가서 부르는 노래도 애국가다.

필자는 수없이 많은 각종 행사에 참여한다. 때로는 주최자로, 때로는 초청을 받고, 어떤 때는 단순 참여자로 행사장에 간다. 크고 작은 행사에는 반드시 사회자가 있어 회의를 주관한다. 사회자의 솜씨가 행사를 이끌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상당한 수준의 사회자가 분명한데 행사의 기초인 국민의례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유수한 방송국 여성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는데 너무 정직하게 제목만 읽었지 자기 자신은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목청을 높여 애국가를 제창하고 묵념을 했지만 사회자는 꼼짝하지 않고 마네킹이 되었다. 그것도 민주평통 운영위원, 상임위원 합동회의에서였다. 말은 아주 잘하지만 사회적인 기초조차 파악하지 못한 난센스였다.

국가기관의 주요임원 회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주무부처가 국민의례 자체를 중요시하지 않는데 있다. 국민의례는 흔히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생략되는 수도 많다. 이러다보니 이석기 같은 사람이 애국가를 부정하고 김일성이가 선호했다는 아리랑을 국가로 해야 한다는 생뚱맞은 소리를 내지른 것이다.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너진다.

정부기관이나 애국단체들이 불과 몇 분의 시간이 아까워 국민의례를 생략하는 모양새는 참으로 볼썽사납다. 길거리를 걷다가도 국가가 흘러나오면 멈춰서서 함께 부르는 미국시민들의 모습은 우리의 ‘생략’문화를 부끄럽게 한다. 국민의례는 법정절차로 개정되어 반드시 여행(勵行)되도록 우리 모두 반성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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