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전 發 시민합창 기적은 울리고
[칼럼] 대전 發 시민합창 기적은 울리고
  • 탁계석 <본지 논설주간>
  • 승인 2012.06.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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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평가협회장
이를테면 도시 이미지, 도시 브랜드에서 ‘대전’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뭣일까. 전문 기관의 리서치를 해보아야 하겠지만 대전 발 0시 20분 열차와 냄비우동이 아닐까. 칙칙폭폭 하얀 연기를 타고 가다 중간 쯤 내려 주린 배를 채웠던 그 아련한 추억은 물론 오늘의 세대와 거리가 있다.

그런 대전이 지금 가장 살기 좋은 행복도시가 되었다. 도시 자체가 쾌적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에도 여유가 있다. 여기에 온천도 있고 과학도시란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통해 혁신성을 가진 도시다.

새롭게 지어진 문화예술의전당을 통해 시민 문화가 고양되었고 티켓 살 줄을 몰랐던 시민들이 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에 전석 매진을 시킬 정도로 문화 인식이 높아졌다. 국악 전용홀도 설계에 들어갔고 시민평생교육진흥원을 만드는 등 구체적인 문화 인프라 조성도 착실하게 기반을 딲아 가고 있다.

교통이 사통팔달인 대전에 더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즐길 수 없을까. 염홍철 대전광역시장이 합창에 기적을 울렸다. 대전을 합창의 메카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이 동네방네 합창 소리가 들려 주민이 노래로 화합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마치 그 옛날 새마을 운동이 내 집 앞 골목길을 청소했다면 이번 시민합창운동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정신 미화운동이다.

그러지 않아도 현대는 모두가 핵가족이 되면서 바쁘고 남을 돌아볼 틈이 없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 함께 모여 노래하고 즐기는 것은 행복 그 차체다. 이런 합창 운동은 유산소, 무저항 밝은 사회운동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의 반응 또한 즉각적이고도 뜨겁다. 환영 일색이다. 42개동에서 합창단을 만들자 주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남자의 자격’ 처럼 TV에서나 보던 합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줘 시장께 너무 감사하다’ 고 했다. 특히 50∼70대 여성분들의 참여가 많아 앞으로 보건복지부의 실버 정책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합창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 전국의 시, 군, 구,읍,면까지 확산된다면 아마도 2,000 개가 넘는 합창단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그 옛날 합창전성 시대를 이뤘을 때 각 직장마다 합창 운동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수요가 폭발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본은 수 만개의 합창단이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네 보다 현명했다. 대학 입시 때문에 초,중등 학생들의 예능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코디언반, 합창반, 브라스밴드가 늘 축제를 벌이고 있다. 그래서 학교 폭력 문제도 오래전에 지나갔다고 한다. 시민합창이 뿌리를 내려 5천명 합창, 1만 명 합창을 하고 있다.

광장에 수천명이 모여 노래하면 관객을 따로 부를 필요가 없다. 출연자 스스로가 관객이 되어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민합창운동은 스스로 회비내는 훈련부터 먼저 하는 자치 운동이어야 한다. 市에 많은 것을 의존하면 할수록 관제품이 되어 흥미가 반감한다.

출발의 기적은 市가 울렸다지만 앞으로 많은 것들을 주민자치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생명력도 있고 기쁨이 있다. 합창은 우선 잘 모이는데 승패가 달린다. 그래서 운영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 각자가 협조하고 봉사의 마음을 길러야 한다.

이번 기회에 20년 넘게 컴컴한 지하 노래방에서 노래하던 우리나라의 음주 뒤풀이 문화도 바꿔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술을 마시는 나라라는 오명도 사실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획일화되었기 때문이다. 건전한 문화로 풀 때가 온 것이다. 이제는 밝은 햇살 아래서 노래해야 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노래하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전쟁 중 포로가 되어서도 합창을 하지 않던가. 오페라 장면에 유독 합창이 많다.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을 들어 보시라. 인간의 꿈과 욕망, 생명과 조국에 대한 갈구가 아름다운 하모니에 실려 감동을 주지 않는가.

그러니 웅변조의 설교나 불신받는 정치가에서 받을 수 없는 감동이 들어 있다. 합창은 각자의 가슴에서 솟아나는 감정의 샘물이 하나로 모여 ‘하모니’란 꽃을 만든다. 나만 잘났다 튀어서 되는 게 아니라 그러면 망치는 것이 합창이다. 나를 죽여 아름다움을 만드는 절제의 운동이다. 배려가 뭔지, 겸손이 뭔지, 아름다움이 어떻게 만들어지를 목소리를 통해 조율하면서 배우는 게 합창이다. 가끔씩 합창하면서 싸우는 것을 보는데 기본이 안 된 3류 합창단 모습이 아닐까.

합창을 잘하면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인다. 합창이 있는 도시는 비엔나처럼 음악도시가 된다. 합창을 위해 모이기 가장 좋은 지리적, 환경적 요건을 잘 갖추고 있는 대전이 합창의 메카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전 發(발) 시민합창운동에 기적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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