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두고 온 섬
[詩가 있는 칼럼] 두고 온 섬
  • 이용대<시인>
  • 승인 2012.07.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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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飛揚島

북 제주 서남향에
동그마니 떠있는 초록 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협제 옹포를 건너보며
마음대로 다가가지 못하는
천 년 애타는 발돋움

114m 등대봉은 험한 뱃길을 비추면서
스스로는 푸른 해로를 벗어나고픈 지킴이로
일출봉과 한라봉을 눈으로만 그린 나날

소라처럼 모여 사는 동네 집들을 감싼 채
유채꽃 갈대 잎으로
파도를 달래는 섬이다.
 

 
북제주군 한림읍 해변에 가면 아주 가깝게 섬이 하나 보인다. 물론 용암이 분출하여 생긴 섬인데 제주해협을 멀리 마주하고 있음으로 외항선이 오고 가는 것을 아스라하게 자주 볼 수 있다. 한림 항에서 조그마한 모터 연락선으로 약 30분정도면 도착하는 비양도 라는 섬이다. 어디를 가나 섬 풍광이라는 것은 다 좋지만 특히 이곳엔 임심이 후하다. 전부다 친인척간으로 어촌을 이루며 섬의 90%가 잔디로 덮여있어 골프장 같은 그림이다. 파도가 고요한 날에는 잔물결에 햇볕이 금관 날개처럼 수없이 반짝인다. 달빛 속에서의 바다는 은 조각이 수억 수천 억 개가 되어 팔랑인다. 
 
필자는 약관시절 군 복무관계로 이 섬에서 약 6개월 정도 머물렀다. 그 기간 동안 중학교에 진학 못한 이 섬 소년소녀들에게 필요한 상식문제를 초저녁에 초등학교 교실에서 가르쳤다. 전기가 못 들어올 때니 남포 불 아래서였다. 그 때 가르친 중요한 지식중 하나가 「한국 헌법 전문前文」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헌법 전문만이라도 읽고 알아야 겠다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 소년들 중에 태생적으로 심한 지체불구 소년이 있었다. 16살이 되도록 아무도 그 소년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상대도 해 주지 않았다. 그 소년은 내가 시키는 대로 안하던 머리도 자주 감고 세수도 매일매일 하고 왔다. 손톱과 발톱을 잘 깎고 학교에 와서 나에게 검사를 받았다. 내가 하라하는 것을 소년은 참 재미있게 여기고 다 잘 했다. 내가 사준 칫솔 치약으로 치아도 매일 깨끗이 닦고 왔다. 나이가 들었음으로 나에게서 한글도 금방 깨우쳤다. 100% 출석에 우등생이었다.
 
필자가 그 섬을 영영 떠나오던 날. 그 소년은 나의 손을 잡고 소낙비 같은 이별의 눈물을 흘리던 섬이 비양도飛揚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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