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소환 법제정은 실효성부터 살펴야
[시론] 국민소환 법제정은 실효성부터 살펴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7.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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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실시되고 있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은 지방자치 광역단체장과 의원 그리고 기초단체장과 의원에게만 해당하도록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몇 군데의 주민소환운동이 벌어져 실제 투표에 들어간 곳도 있었다.

주민소환운동이 전개되고 모든 요건이 갖춰져 투표에 들어가게 되면 대상자는 업무에서 손을 떼고 뒷전에 물러나 있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모를 당하는 것이지만 막상 투표가 이뤄지면 과반수 찬성에 의해서 자리가 날아가는 불행을 당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관련한 주민소환은 막상 가결이 되었을 경우에는 해당자는 치명적인 정치적 상처를 입는다. 노무현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을 때 사실상 그는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했다.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여야 하는 탄핵결의는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작품이었다.

노무현을 당선시킨 민주당은 새로운 정치개편에 착수한 노무현에 의해서 두 갈레로 분할되었고 친노 세력만으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여 모당(母黨)인 민주당은 토사구팽의 신세로 전락했다.

민주당의 대표를 맡은 조순형은 노무현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고 한나라당 최병렬을 들쑤셨다. 통과를 확신하지 못했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확답 아래 사상 미증유의 대통령 탄핵에 착수한다. 탄핵안은 열린우리당의 결사적인 반대와 읍소에도 불구하고 통과된다.

법리적으로 보면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한 탄핵은 즉각 효력을 발생하여야 하며 노무현은 즉시 청와대를 물러나는 게 순서다. 다른 나라들은 이 절차가 이처럼 단순하게 정해져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만은 헌법재판소로 넘기게 되어 있다.

당시 국회의장으로서 탄핵안 가결을 선포한 박관용은 “헌법재판소는 국회에서의 탄핵절차에 하자가 없었는지 등 절차와 순서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지 국회결의 자체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어느 법에도 헌법재판소가 국회결의보다 우월하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헌재에서 탄핵이 뒤집어진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사회봉을 잡겠다.”라고 확신에 찬 결의를 다짐한다. 아무튼 두 달간 노무현은 대통령 업무를 중단하고 청와대에서 낮잠만 잤다. 헌재는 박관용의 말대로라면 ‘권한 없는 권한’으로 국회결의를 무효화시키고 대통령 복귀를 보장하는 판결을 한 것이다.

지자체의 주민소환 역시 여러 군데서 발의되었지만 소환이 이뤄진 곳은 없다. 겨우겨우 발의는 가능하지만 주민의 3분의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만 개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대부분 개표조차 하지 못하고 불발로 끝났다. 하남시나 과천시 등은 소환운동이었지만 서울시에서 벌어진 주민투표는 좀 성격이 다르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린 시장과 시의회가 맞붙은 것이다. 시장소환운동이 아닌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찬반운동이었지만 찬반의 결과는 소환과 똑같은 정치적 효과를 가져 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결국 시장 자리까지 내건 승부수를 띄었던 오세훈은 투표율이 26%에 머물러 패배했고 결과적으로 사퇴하고 말았다.

이러한 주민투표가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개표조차 하지 못하는 난센스로 끝나는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참여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선이나 대선에서는 오히려 과열하면서도 보선이나 주민투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개원한 19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민주당의원들이 국회의원도 국민소환을 할 수 있다는 법 제정안을 제출했다. 지자체의 주민소환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국민소환도 취지는 나쁘지 않다.

아직 제출된 법안내용을 입수하지 못해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소환대상이 되는 국회의원은 어떤 경우에 해당되어야 할까. 우선 품위손상, 폭력행사, 금전수수 등등을 헤아려볼 수 있을 듯하다. 국회에는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가 있어 위에 적시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징계를 취할 수 있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어 지금까지 징계효과를 보진 못했다. 그렇다고 이를 국민소환으로 한다면 일은 꼬이고 복잡해지기만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전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출신 지역구에서 소환할 수는 없고 국민 전체가 투표에 임할 수도 없다.

법안 제출자는 전국 유권자의 1%에 해당하는 ‘국민소환투표인’을 추출하여 이 가운데 3분의1 이상이 투표해 과반이 찬성하면 국민소환이 확정되는 것으로 해 놨다.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유권자 1%면 30만이 넘으며 이 중에서 10만 이상이 투표해야만 개표라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참여자가 많다고 할 수도 없지만 우선 막대한 비용을 무슨 수로 감당한단 말인가.

지자체 주민소환도 천문학적인 비용만 낭비하고 개표조차 못했는데 국회의원 소환은 전국을 상대로 하는 것이며 ‘투표인’을 추출하는 것은 형평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이래저래 현실적으로 어려운 소환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한 건 주의’나 다름없다. 지금 우리는 국회의원 소환이나 다루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안보, 인권, 교육, 복지 등 산더미처럼 쌓인 현안부터 처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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