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 ④] 우리겨레의 무형문화재가 직면한 문제
[삼강만평(三江漫評) ④] 우리겨레의 무형문화재가 직면한 문제
  • 정인갑<북경 청화대 교수>
  • 승인 2012.07.3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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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갑 (북경 청화대 교수)

2009년 10월에 무용 농악무가 중국문화의 신분으로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재로 등록되었고, 2011년 6월에는 가곡 아리랑이 중국 국가급무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아리랑은 우리 겨레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그가 중국의 무형문화재로 등록된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도 있는가?’라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국국민의 이에 대한 반발도 심했다.

마침 필자의 후배 친구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중국소수민족담당위원 직에 있으므로 알아보았더니 걸핏 보기와 다르다.

농악무를 유네스코에 신청하는 서류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농악무는 조선반도에서 생겨난 것이다. 중국조선족은 조선반도로부터 중국으로 이주하여 올 때 해당 문화를 지니고 왔으며 100여 년간 이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왔다. 전승인(傳承人)은 길림성 왕청현(吉林省 汪淸縣) 노인농악무예술단 김명춘(金明春)이다.’ 중국 각 급의 문화재로 등록된 서류내용도 이와 대동소이하다고 한다. 그러니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보아도 될 듯하다.

다만 우리겨레 문화의 변두리에 있는 조선족이 해당 문화의 주인행세를 하니 좀 외람되었다는 감이다. 또 7,000만 겨레의 공동재산을 200만도 안 되는 중국 조선족이 써 먹으니 좀 꺼림칙하다. 중국 8개 소수민족이 모두 같은 민족의 주변 국가와 이런 상황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해결책은 앞으로 유네스코에 신청할 때 이런 국가들과 공동 신청하련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족의 경우 남북한이 자존심상 공동신청을 거부할 것은 뻔하다.

그러나 중국조선족은 신청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각 민족은 저마다 자기의 문화재를 등록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문화가 가장 발전한 조선족이 남북한의 눈치를 보며 신청하지 못하다가 문화 불모지라는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 등록되면 경비가 조달된다. 또한 관광객들이 찾아오므로 짭짤한 수입의 재미도 본다고 한다. 중국조선족도 이런 경비를 조달받고 관광수입도 챙겨야 할 것이 아닌가? 부자동네인 한국이 중국조선족의 문화 사업을 발전시키라고 경비상 별로 도와준 것도 없는데 이런 신청을 막을 자격이 있겠는가?

문제는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조선족은 중국인구의 천분의 1.5밖에 안 되므로 워낙 세련된 조선족문화의 모든 것이 중국인의 눈에 희귀하고도 높은 수준으로 보여 진다. 그러므로 웬만한 것도 신청하면 등록된다. 큰 농악무, 아리랑으로부터 작은 아기 돌잔치, 퉁소, 짚신까지 말이다. 이미 등록된 것이 유네스코 급 1개, 국가 급 14개, 성 급 25개, 주・시・현 급13개, 합계 53개가 되며 불원간에 100개를 바라보게 된다. 우리 겨레의 모든 것이 중국의 문화재로 등록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우선 한국인의 눈에 짚신, 아기 돌잔치 따위가 무형문화재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국은 지금 한민족의 무형문화재에 관하여 전면적이고 계통적인 평가 표준과 명명(命名) 정책이 없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후 문헌을 뒤적이며 ‘한민족의 문화는 조선반도에서는 벌써 없어졌고 다만 중국조선족이 국가민족정책의 혜택을 입어 계승하였다’라고 왜곡될 우려가 있다. 그러면 중국이 우리겨레 문화의 종주국(宗主國)으로 되는 셈이겠다.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며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직면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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