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문화는 민족의 영혼이다
{취재현장} 문화는 민족의 영혼이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0.09.12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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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두만강변에 있는 중국 도문을 다녀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길림과 장춘, 하얼빈, 목단강을 방문하고 도문을 거쳐서 북한으로 들어가기 바로 이틀 전이었다.

연변국제투자무역박람회 개막식날이었지만, 개막식을 마치자마자 도문으로 발길을 옮긴 것은 도문에 새로 개관한 조선족무형문화유산전시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전시관은 막 문을 연 두만강광장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두만강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강변에 넓은 광장을 만들고, 강안에는 부두도 만들어 유람선도 띄웠다. 이웃 북한이 마주 보이는 곳에서 배를 타고, 김정일 위원장이 지나간 도문-남양철교까지 유람할 수 있게 대단한 관광설비 투자를 한 것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전시관이었다. 전시관은 외형부터 웅장했다. 전통기와집으로 된 이 건물은 2000평방미터 면적에 음악 춤 음식 생활방식 등 무형문화유산을 담은 사진과 영상물, 악기 등 4500여건을 전시하고 있다는 게 전람관측의 소개.

우선 전람관 안으로 들어서면 대형 디지털 영상이 관객을 압도한다. 세계급 유산으로 우리 농악무가 소개되고, 이어 다양한 춤들이 사진과 글로 소개돼 있다. 모두 우리말과 중국어로 나란히 소개돼 있었다.

2층에는 식문화도 소개돼 있었다. 부엌이 만들어져 있고, 김치 담그는 법은 물론, 심지어 개고기 요리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었다. 부뚜막에 걸린 솥단지를 손으로 문지르면 개고기 요리 절차가 디지털 영상과 음성으로 흘러나오도록 장치돼 있었던 것이다.

개고기 요리를 소개한 것을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전래의 무형 전통 문화를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잘 소개한 것에 놀라고 감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전시관을 나오면 맺음말이 소개돼 있다. 그 맨 첫문장이 “문화는 민족의 영혼이다”라는 구절이었다.

이곳을 다녀가는 사람은 다수가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이들이 이곳을 다녀가면서 무엇을 느낄까. 조선족 민속문화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매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언젠가 연변조선족민족문화발전촉진회 조성일 회장과 자리를 함께 했을 때가 기억났다. 그는 “연변은 조선족 민족문화의 저수지”라고 말했다. 연변이 없으면 중국 안에서 굳건히 지켜오던 우리 전통의 문화가 희미해지고, 나아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였다.

우리 민족이 모여 사는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있기 때문에 중국내의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 비록 몸은 도시로 나가 흩어져 있어도 전통문화를 알고,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번에 도문을 다녀오면서 그 말이 더욱 귓전을 울렸다. 이제 연변은 도문에 중국조선족무형문화유산전시관까지 갖추면서 중국에서 우리 민족문화의 저수지로서의 역할을 더욱 굳히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전시관을 LA에 세우고, 동경에 세우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해외에 있는 우리 한인들의 문화적 상상력과 창조력도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도 이와 맥이 통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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