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60년 역사의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
[탐방] 60년 역사의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2.08.02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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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중 1.5세대가 80%, 최정범 회장 최초 1.5세대 한인회장

 
“한줌씩 모아주신 모래알이 모여 ‘우리의 집’ 회관의 주춧돌이 마련되었다.”

7월 31일,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 균일한 간격으로 배열된 벽돌집 2층 건물들 중에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가 있는 애난데일은 버지니아 한인밀집 거주지역이다. 기자가 워싱턴에서 이틀밤을 묵었던 메릴랜드 남부 ‘월도프’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곳이다. 워싱턴DC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미주한국일보, 버지니아한인회, 워싱턴 유명 맛집 한식당들이 애난데일에 있다. 버지니아 센터빌이 워싱턴 인근 신흥 한인타운이라면, 애난데일은 예전의 명성을 간직한 한인타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더운 날씨가 애난데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땀을 흘리며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자, 시원하고 큼직한 전형적인 미국 사무실 모습이 펼쳐진다. 카펫이 깔려 있고 사진이 걸려 있다. 입구에는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 설립 기념판이 보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열리는 것 - 이곳 수도의 한복판에 한겨레의 의지의 상징을 기둥 내리고픈 우리의 숙원은 이제 그 열매를 맺었다” 신필영, 이도영 회장 등 수십명의 예전 한인회 회원들이 1988년 연합회가 자체 회관을 마련하도록 도왔다. 20여년 전부터 연합회는 한인회관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김명호 코러스준비위원장이 40여년 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44년 전 워싱턴한인들의 연말행사 모습을 한번 보세요. 크리스마스 이브 때 사진이에요. 연합회는 60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요” 김명호 코러스준비위원장이 기자를 맞으며, 고풍스러운 사진을 보여준다. 40여년전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속 아버지들은 기름으로 머리를 단정히 넘겼고, 어머니들은 원피스 드레스를 곱게 입었다. 저마다 슬픈 사연을 갖고 미국 워싱턴에서 뿌리내렸을 것이다. 어떤 아픔이 있을까. 사진 속 주인공들은 흐믓한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8.15 광복절이 되면 한인들은 워싱턴DC까지 모두 왔어요. 5시간 거리가 결코 멀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워싱턴 일대의 한인들은 광복절에 축구시합을 하러 왔지요.”
존주 부회장이 오래된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돕는다.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는 한인들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존주 부회장은 중학교 1학년 때인 1974년도에 워싱턴에 왔다. 1.5세다. 그는 5시간 거리의 볼티모어에서 학교를 다녔고, 1년에 한두번 워싱턴으로 왔다고 한다.

왼쪽부터 이재억 사무총장, 김명호 준비위원장, 존주 부회장.
이날 한인연합회 임원들은 코러스(KORUS) 행사 준비로 한창 바빴다. 사무국 직원들은 한달여 밖에 안 남은 프로그램을 체크했다. 컴퓨터로 이번 행사에 쓰일 사진을 고르고 있었다. 가수 노라조, 강인원, 이태현, 에일리씨가 축하무대에 오를 예정. 태권도, 오케스트라, 음식경연대회, 사생대회 등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코러스는 한인연합회가 가장 역점을 두는 행사 중 하나다.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김영근 회장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7만명의 한인들이 찾는다. 올해는 센터빌 인근의 한 지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100여개 부스가 마련된다.

 최정범 회장
“1970년대에는 8.15 행사와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리는 송년회 단 두개의 행사만이 있었어요. 워싱턴 한인들의 유일한 행사였지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먹고사느라 너무 바빴으니까요.”
최정범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장의 말이다. 그는 1.5세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워싱턴에 왔다. 아버지는 세탁소를 했고 최 회장은 어렸을 적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7일을 일하는 한인들이 많았아요. 우리 아버지처럼요.”

최정범 회장에 대한 인생스토리는 최근 KBS 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됐다. 그는 워싱턴뿐만 아니라 뉴욕 등 동부지역에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최 회장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급식업을 한다. 영어로는 F&B라고 하는데, 그가 운영하는 카페테리아가 35개에 달한다. 농림부, 팬타곤, 국회의사당 등 미 정부기관에 그가 운영하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직원은 450명. 수천만달러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김명호 위원장은 귀띔한다.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를 영어로 표현했을 때 중간에 메트로폴리탄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연합회는 워싱턴DC를 기준으로 반경 50마일을 관할합니다. 메릴랜드 버지니아를 포함하지요”

이렇게 말하는 최정범 회장은 미국 한인회 역사상 처음으로 선출된 1.5세 한인회장이다. 1.5세라는 말은 고등학교 때까지, 사춘기를 미국에서 보낸 한인들을 말한다. 놀라운 점은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의 임원 중 80%가 1.5세다. 미국 현지사회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를 1.5세대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은 한인회 역사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사례다. 1.5세대가 주축이 되서 한인회를 운영한 적은 미국에서 없었다. 최정범 회장의 임기는 올해로 끝난다. 과연 내년에도 1.5세대가 연합회를 이끌 수 있을까?

“1.5세대 젊은이들이 한인회를 역동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뉴욕이나 어디서도 볼 수 없었죠.” 이재억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이 사무총장은 올해 연합회가 수십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러스 행사를 비롯해 애난데일 거리청소, 차세대멘토링, 고등학교 대학생 인턴십 페어, 신년하례식, 각종 문화행사 등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달에 두세 번의 행사가 이어지고 있어요” 이재억 사무총장은 풀타임으로 한인회 일을 돕고 있다. 사업상 바쁜 최정범 회장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풀타임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역시 1.5세다.

사실 이날 뉴욕의 1.5세대 패트릭 최 사장을 소개하고자 연합회를 방문했다. 그는 뉴욕에서 5시간을 운전해 워싱턴까지 왔다. 그는 뉴욕에서 임대건축사업을 하다가 최근에 무역일을 하고 있다. 영어가 현지인들 이상으로 완벽하다.

“왜 1.5세대들이 한인회에 참여해야만 하나요? 목적이 무엇일까요. 해답을 찾고 있어요.”
최 패트릭 사장은 뉴욕의 한인젊은이들도 한인사회에 관심이 있지만, 워싱턴만큼은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1.5세대들이 한인회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알고 싶었다. 버지니아의 오래된 미국 전통 식당인 '스위트 워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스위트 워터에는 서부개척시대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있다. 이런 식당을 테번(Tavern)이라고 한다. 서부시대 총잡이들이 맥주한잔을 걸치는 주막집 같은 곳이다.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는 미주한인들이 미국에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1.5세대들의 한인회 활동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진정한 한인회의 역할일까. 현지 미국인들의 삶 속에 깊숙히 들어가도록 돕는 게 중요할까. 한국 지방자치단체 등 모국과의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게 중요할까. 아무리 대화를 해도 해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인들이 모이는 이유는 따로 없었어요. 1년에 한번이라도 한국인끼리 만나는 것 자체가 좋았지. 그때 우리는 너무 힘든 나날들을 보냈으니까...” 40여년 전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한 사진 속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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