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탈리아 오페라 연출가 체칠리아윤
[인터뷰] 이탈리아 오페라 연출가 체칠리아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2.08.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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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연출가 배우로 변신 중

 
체칠리아 윤은 피아니스트로 유학길에 나섰다. 그는 이탈리아가 마음에 들어 연출가가 되었고 더 나은 연출을 위해 배우가 됐다. 그는 급기야 오페라 종주국 국립음악원에서 외국인으로서 그것도 일부 학생 신분으로 연출을 맡는 대이변을 연출했고, 현지 매스컴에 크게 보도됐다. 예술의 창조성이란 바로 틀을 허물고 기존의 벽 깨기 작업이 기초공사가 아닐까 싶다. 지난 15일 저녁 탁계석 평론가가 국립극장 커피숍에서 체칠리아윤(SONG-A CECILIA YOUN)을 만났다.<편집자주>

탁계석 평론가: 지난 2010년 5월 부평아트센터 개관 초청 ‘벌거숭이 임금님’의 연출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데요. 그간 어떤 작업들을 하였는지요.

체칠리아윤: 사실 ‘발가숭이 임금님’ 작업 이후 큰 변화가 있었지요. 그 작품이 저를 다시 변신하도록 만든 기폭제가 된 것입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제가 연출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또 다른 연출가가 연출을 했습니다. 작품이 평가를 받으면서 관심을 모았지요. 급기야 베네치아 국립음악원에서 다시 무대에 올리는데 비디오 심사를 통해 심사위원들이 저를 연출가로 선정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겁니다. 오페라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 외국인에게 그것도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기 나라 작곡가의 작품을 맡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아마 동양인으로서는 최초의 일이 아닐까 합니다.

탁계석: 얼마 전 올림픽에서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허문 것에 비교할 수 있겠군요. 연출의 本家(본가)에서 사설 단체도 아니고 국립음악원 교수들의 심사를 거쳐 인정을 받았으니 너무 기쁜 일이라고 봅니다.

체칠리아윤: 피아니스트가 연출을 하겠다 했을 때 전공도 아닌 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이었습니다. 하다 보니 연출이 또 그냥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체험 없이는 더 나아갈 수 없는 한계가 보였어요. 그래 연극학교에 시험을 보려는데 이곳 교수님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들 모두가 말렸지요. 연극이 장난이 아니란 거예요. 시험도 까다롭고. 과정도 계속 떨어트려 나중에 1/3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게임 같거든요. 갖은 고생을 해서 연극학교에 들어가 보니 그 과정이 혹독했어요. 몸도 전신에 멍이 들고 그러나 연극을 통해 오페라를 다시 볼 수 있었으니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죠.

탁계석: 우리 말에 多才多能(다재다능)이란 것이 자칫 깊이를 잃기 쉬운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듣고 보니 우리 대부분의 유학이나 예술이 충실함이 부족한 원인이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탓이 아닐까 해요. 뭐든 대충 대충 하는 습관. 대학의 컬리큐럼도, 오페라를 만드는 것도 , 거기다 서로 소통도 원활하지 않고, 이상한 자존심만 내세우고...

체칠리아윤: 우린 그런 점에서 완전 열려있죠. 이탈리아에 오셨을 때 가곡으로 서로 교환해 작업하지 않았습니까. ‘별지기’를 이탈리아 작곡가가 곡을 다시 이탈리아 번전으로 곡을 쓰고 테너 이영화 선생님이 부르는 등 말입니다. 파올로 푸르니(Faolo Farlain)에 작곡가와 우리는 날마다 메일로 곡의 진행 상황을 체크 합니다. 성악적 요소, 오케스트라, 연출이 스타트라인에서부터 동시에 출발하는 것이죠.‘흥부와 놀부’ 오페라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계속 체크해 가니까 그만큼 내용이 탄탄하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탁계석: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외국 작곡가가 한국 작품을 쓰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인 데요. 이는 외국 작곡가의 작품이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체칠리아윤: 푸치니 나비부인의 ‘어떤 개인 날’ 아리아가 일본 선율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나비부인을 이탈리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요. 일본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너무 한국적인 것을 강요하다보면 글로벌 정서에 옳은 것인지를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작품의 세계화를 앞두고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민속과 한국적인 것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탁계석: 사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흥부 놀부;가 되어 한국 땅에 상륙하면 원작의 코믹성을 능가하는 상품성이 예상됩니다. 스파게티 입으로 보리떡을 먹는 것이 개콘보다 재미있을 수 있겠군요.

체칠리아윤: 이탈리아어로 부르고 한글 자막을 띄울 겁니다. 그래야 세계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한국은 오페라 시즌과 네트워크가 매우 빈약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뜨기만 하면 유럽 전체에 알려지는 것은 순식간이거든요. 그래서 흥부 놀부에 각별한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탁계석: 지난번에도 작곡가의 작품이 현대적인 것이고 변변한 아리아도 없지만 아이들까지 몰입해 너무 진지하고 흥미롭게 보는 것을 보고 솔직히 우리의 엉터리 현대음악에 반성했어요. 현대음악과 비슷한 현대음악이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르는데 오히려 뭘 모른다고 생각하는 관객은 임금님이 발가벗었다고 말하는 것 말이죠. 사실 오페라가 재미 없으면 관객이 나가버리는 행위가 바로 고발성이거든요. 결국 깊이 없이 남의 것 흉내 내는 것의 한계가 소통장애를 불러 오는 것이죠. 나는 ‘발가숭이 임금님’ 이후 많이 불안해졌어요. 이런 작품들이 우리 소재로 세계에서 히트를 쳐버리면 한국 작곡가들을 어디서 변명할 수 있을까 하는 심각한 고민이 평론가의 눈에는 들어 왔거든요. ‘흥부 놀부’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한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체칠리아윤: 그간의 작업들을 통해 이탈리아 극음악의 전통을 공부하고 또 현대적 해석을 내리는 것에 연출 및 배우를 하면서 공부하고 있으면서 대본들을 다시 읽어 가고 있습니다. 너무 몰랐던 것들이 많고 문학 텍스트에 대한 공부를 통해 충격을 많이 받습니다. 대본이 이래서 작곡가가 이런 표현을 했구나. 이래서 이곳은 스타카토 이고 이곳은 레가토이구나. 이런 숨어 있는 악상 기호들을 읽으려면 대본과 악보 공부를 다시 깊이 있게 해야 합니다. 작품이 쓰인 그 시대 상황과 문화도 알아야 하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한국에서 워크샵 형태로 발표하고 싶습니다.

탁계석: 우선 나부터 배워야 하겠네요.(웃음) 내가 유학 갔다 온 것도 아니고 아는 것이 없으니 한참 배워야겠죠. 우리 오페라가 성악만 신나게 깃발을 날리고 있는 것에 비해 기초 인프라가 너무 안되어 있고 연출, 연기, 조명, 무대 미슬 등 한계가 많다고 보거든요.

체칠리아윤: 짧은 학교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특별 과정을 개설해 배우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탈리아 작곡가들이 작곡 클래스 같은 것을 한국에서 시도해 보려고 하는데 많이 좀 도와주십시오.

탁계석: 국립오페라단에서도 몇 차례 시행해 보기도 했는데 연계성이 부족했고 하다 말다 해서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어요. 창작 펙토리도 하고는 있지만 초기 단계여서 시행착오가 많고요.

체칠리아윤: 작업에서 열린 마인드, 서로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술의 자유 못지 않게 동료의식을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야 합니다. 한국에서의 작업이 서로 시간상으로나 대화할 수 있는 장소의 문제 등에서 긴밀성이 떨어지는데 환경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탁계석: 그래서 글로벌 시장을 향한 오늘의 한국 예술, 오페라를 위해 K-Classic , K-Opera를 통해 수입구조로 획일화된 풍토에 인식 변화를 주고 창작의 중요성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어 용기는 나지만 갈 길이 멉니다. 체칠라이윤께서도 많이 좀 도와주십시오.

체칠라이윤: 네, 기꺼이 제가 하는 작업과 동일한 작업이니까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앞장서겠습니다. 곧 다시 이탈리아에 한번 오셔서 이곳 예술가들과 교류하기를 희망합니다. 늘 뜨거운 열정으로 작업하는 선생님을 보며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한국은 잠재력이 많고 능력이 있는 나라이니까 방향만 잘 잡으면 세계에 우리 문화가 꽃 피리라 생각됩니다. 밝고 희망찬 대화가 작업하는데 새로운 에너지를 얻은 느낌입니다.

탁계석: 오랜 시간의 대화로 충전된 느낌이고 더욱 긴밀한 대화를 통해 예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녀의 한국 이름 송아는 아기 소나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는 떡갈나무의 견실함을 가지고 있고 용기가 있다. 명확한 목표와 강렬한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며 베니스와 한국의 문화교류를 위한 가교를 만들고 있다. -GENTE VENETA, 이탈리아 주간지-
“Si chiama Piccolo Pino – questo sinifica il nome coreano Song–a–ma ha la soliditά della quercia. E coraggio da vendere. Con un obiettivo preciso: vivere intensamente la passione per l’arte trasformandola in un lavoro che crei un ponte fra Venezia e la Corea del S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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