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선(大選)나무에 ‘사과’(謝過) 걸렸네
[시론] 대선(大選)나무에 ‘사과’(謝過) 걸렸네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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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에는 연도 걸리고 사랑도 걸린다. 높이 자라는 나무가 아니지만 가지가 무성해서인지 걸리는 게 많은가 보다. 그래서 속담으로도 쓰이고 TV드라마로도 인기를 끈다. 대추나무에 얽힌 사연은 대부분 일반적이고 통속적이어서 서민들에게 재밋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한 마을의 푸근한 마음 쓰임새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상징성 때문인지 한가위 차례상이나 돌아가신 분들의 제사상에는 맨 처음 오르는 음식이 대추다. 밤과 배, 그리고 감이 뒤를 따른다. 이번 추석에도 어느 집을 막론하고 대추를 선두로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을 모셨을 것이다.

해마다 맞이하는 추석이지만 금년에는 연달아 몰아친 볼라벤 등 태풍 셋의 위력이 너무나 커서 과일과 채소, 벼 등이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도로가 부서지고 다리가 끊겼으며 정전으로 인한 엄청난 충격이 사람들의 정신을 넋 놓게 만들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노래하던 추석 예찬은 간 곳 없고, 이번 태풍에 재산을 잃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은 타들어만 간다. 게다가 인명피해까지 겹친 가구는 하늘이 무너지는 답답한 고통을 이겨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추석은 왔다 간다. 1년 내내 이 날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저마다 먹을거리, 입을 거리, 신을 거리를 한 짐씩 지고 고향을 찾는다. 내가 나서 자랐던 고향마을에는 아직도 부모님이나 일가친척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계신다.

5천만 인구 중에 3천만 명이 귀성길에 오른다. 민족대이동이다. 대부분 수도권 인구들이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요즘에는 역귀성의 사례도 풍부하다. 전국의 촉각이 모두 모여 있는 서울 얘기가 방방곡곡으로 전해지고, 오지의 화제가 서울지역으로 몰려든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소통이다. 이 소통의 화젯거리에 어떤 메뉴가 올라갔는지 관심을 갖게 만든다.

이른바 추석인심의 확인이다. 태풍이나 물가 문제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대종(大宗)은 대통령 선거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할 것이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가 지역색채다. 영남은 김영삼, 호남은 김대중, 충청은 김종필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호남이 빠졌다. 민주화운동의 저항성에서도 선두를 달리던 호남은 김대중의 비뚤어진 리더십에 기울어 특유의 정치색깔을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영남과 충청도 뒤를 따랐다. 극명한 삼자 대립이 형성된 것이다. 호남 출신이 아니면서도 노무현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호남 몰표는 김대중 정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유력후보 세 사람 모두 영남출신이다. 군소후보로 등장한 강지원, 이정희, 이건개도 호남과는 거리가 멀다. 공교롭게도 호남출신은 한 명도 없다. 따라서 호남은 이번에야말로 어느 누구에게도 묶이지 않은 자유로운 입장이다. 민주당 후보 문재인이 야당 적통을 이었다고 자부할만하지만 안철수에 한참 뒤지는 호남 민심에 긴급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것이 열린우리당 창당시 빚어진 호남 정통세력의 배신감에 대한 사과였다.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하자마자 자신을 밀어준 야당을 깨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함으로써 수많은 동지들을 토사구팽했다. 그때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호남정치세력은 친노 그룹을 대표하는 문재인에게 마뜩찮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간파한 문재인이 호남을 찾아 사과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진정성을 얼마나 믿어줄지 두고 보아야 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자인 박근혜는 아버지 시절에 있었던 5.16쿠데타,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역사인식에서 뒤늦게 사과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버지 무덤에 차마 침을 뱉지 못하던 딸의 아픔이 묻어있지만 대선후보가 가져야 할 역사인식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

안철수는 비록 무소속이면서도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건 듯 여론조사 상위를 놓치지 않는 후보다. 젊고 참신한 그는 신기루처럼 화려하고 높다. 기득권을 부정하는 그에게 젊은이들은 환호한다. 그런데 출마선언을 하자마자 예외 없이 언론의 철저한 검증대상에 올랐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군대 간 얘기, 셋방살이의 아픔을 잘 안다는 얘기 등 교과서에까지 등장한 얘기들이 모두 거짓으로 판명되더니 이번에는 집을 사고팔면서 세금을 적게 내려고 다운계약서를 부부간에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과했다.

유력후보 세 사람 모두 검증의 덫에 걸려 초장부터 사과를 거듭한다. 대추나무에 걸린 연보다 대선나무에 걸린 ‘사과’가 더 많게 생겼다. 이번 사과로 후보들의 사과를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정정당당한 경륜과 정책대결로 국민을 잘 살게 만들고 희망이 넘치는 국가를 만들 후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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