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국대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는 조달청
[시론] 외국대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는 조달청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0.15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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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코스트코 대형마트에 저승사자들이 들어 닥쳤다. 39명으로 조직된 서울시청 파견 특별감사관들이다. 이들은 코스트코에서 눈곱만큼의 먼지라도 모두 털어내야 한다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 특별 파견되었기 때문에 극히 미약한 법규위반이라도 샅샅이 찾아내야 했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몰라도 사소한 주정차 위반사항까지 점검했다니 비싼 과태료를 물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코스트코를 집중 단속한 것은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일요일 대형마트 휴무와 관련되어 있다.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 영업은 일요일 폐문해야 된다는 강제명령이 내려졌다.

기초의회에서 의결된 것이 광역의회로 확대되었고 결국 주민을 의식한 지자체에서 행정명령으로 강제화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재래시장이나 영세상점의 매출이 약간 늘어나겠지만 시장기능을 행정 권력이 간섭했다는 비난도 없지 않다. 원래 시장이란 자유가 생명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땅을 파고 그물을 친다. 자기가 먹고 남은 물건을 물물교환으로 나누는 곳이 시장이다. 시장의 기초 원리다. 화폐가 발달하고 생산이 증가하면서 오늘날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면 이를 규제하거나 단속하는 것은 바른 길이 아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공산 북한에서도 배급제만으로 배를 채울 수 없는 인민들이 몰래 들고 나온 물건으로 암시장이 성행하고 있다는 보도는 시장 없이는 살 수 없는 현대의 상징이다. 대형마트 규제와 비슷한 발상으로 조달청은 정부기관에서 소모하는 막대한 양(量)의 소모성 행정용품(MRO) 조달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제조항을 신설했다.

부의 대물림을 밑받침하는 대기업 일가의 중소기업 업종 침투사례는 종종 우리들에게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였다. 재벌 총수의 딸이 빵집을 경영하고, 음식점을 열고 있는 실태는 지금도 계속된다.

대기업 스스로 협력업체를 만들어 모든 발주를 수직으로 이어주는 등 체면과 위신 그리고 사회적 책임까지도 망각하고 있는 실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정부기관의 소모성 행정용품이나마 이들의 손을 벗어나게 하여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는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이 떠난 자리를 외국대기업이 차지했다면 그것은 괜찮은 것일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미국계 사무용품업체 오피스디포가 새로운 MRO공급업체로 조달청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전국 10개 권역 중 6개 권역에서 앞으로 2년간 독점공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피스디포는 전 세계 60개국에 1600개의 매장을 가진 세계적 사무용품업체다. 지난 해 매출이 115억달러(약12조 8000억원)다. 글로벌 500대기업에 들어간다. 이런 업체가 어떻게 대기업 배제방침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 이름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조달청이 인정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역별 가맹점은 본사의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한 대기업 계열사가 분명하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은 비록 본사의 명의를 사용하지 않는 독립법인을 구성하고 있어도 자본과 인적요소를 추적하여 가차 없이 퇴출시켰다.

그러나 오피스디포 가맹점들은 여기서 벗어났다.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조달청에서 눈을 감아준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하여 “오피스디포 가맹점이 공급자 자격이 있는지 검토해 봤으나 현행법상으로는 가맹점을 중소기업으로 보지 않을 근거가 없었다.”고 변명한다.

그야말로 눈 감고 아웅 하는 발뺌이다. 부산 서면점, 안산점, 순천점, 춘천점, 청주점, 창원점 등 6개 가맹점이 한꺼번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본사 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혹을 사는 이유다.

그동안 조달청 MRO공급은 2006년 이후 줄곧 삼성계열의 아이마켓코리아와 LG계열의 서브원이 양분해 왔다. 한국 최고의 재벌기업인 삼성과 LG의 공세에 중소기업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통로구실에 정부가 협조해주는 꼴이어서 이번에 이들을 퇴출시키고 중소기업에 기회를 준 것은 좋은 착상이라는 평가를 받을법했는데 오히려 외국대기업에게 큰 떡을 안겨준 셈이 되었으니 배주고 뱃속 빌어먹는 격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MRO 공급자로 선정된 무림오피스웨이는 관련업계의 반발과 잇따른 제보를 받은 조달청이 ‘실질적인 대기업’이라고 판정하여 계약을 무효화했다. 모기업인 무림그룹의 매출액이 1조9000억원이라는 이유에서다.

무림오피스웨이를 738억 매출이라고 해서 중소기업으로 취급했으나 뒤에는 매머드 기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피스디포 가맹점들은 어째서 이 기준에서 빠졌을까. 야금야금 먹어 들어오는 외국의 대기업 공세는 투자 유치와 전연 다르다. 조달청은 이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세워 외국 대기업의 MRO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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