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19민주묘지 찾은 박근혜
[시론] 4.19민주묘지 찾은 박근혜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0.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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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후보로 나선 사람이 지금까지 8명이다. 앞으로도 몇 사람 더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일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 크던, 작던 매스컴을 탄다. 후보 비중에 따라 크게 취급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 빅 쓰리라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를 빼면 그저 가십거리로 보도되는 실정이다.

그것은 그들이 못나서도 아니고,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도 아니다. 매스컴은 오직 여론조사의 뒷받침이 5%이상을 상회하는 후보에 한해서 집중적인 보도를 하는 관행이 있다. 이는 중앙선관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있을 TV토론에도 5%이하 후보는 그들끼리 따로 토론회를 갖게 된다.

세칭 마이너 리그다. 또 오늘 현재 후보를 하겠다고 선언한 사람 중에서 과연 등록까지 마칠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애국 애족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도 되겠기에 그들을 향해 비아냥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만 대통령 후보쯤 되면 무엇을 우선순위로 해야 되는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빅 쓰리들이 선언과 동시에 찾아간 곳은 국립 현충원이다.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영령들을 찾아가 그 뜻을 받들겠다는 다짐을 하는 행사다. 생명을 바쳐가면서까지 나라를 위해서 헌신한 사람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다.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도 다 그런 취지로 안다. 어떤 후보는 사람을 가려서 가지 않은 묘소도 있지만 참으로 옹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상대후보의 아버지 또는 과거 독재자였기 때문에 찾지 않았다면 야박한 일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후보자도 국립 4.19민주묘지에 참배하지 않는다. 이것은 좀 이상한 일이다. 입만 열면 민주 평등 평화 통일 복지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4.19혁명의 역사 속에 응축된 이 사상을 어째서 외면하는 것일까. 부정과 독재를 타파하며 젊은이들이 외쳤던 구호들을 52년이 지나간 지금도 대통령후보들께서 베끼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그들은 4.19영령을 찾지 않았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기 위해서 밤잠을 설칠 후보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 자기들이 알아서 갖춰야 할 예의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박근혜후보 측에서 4.19묘지를 참배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4.19 3개 단체는 예의상 이기택회장과 박관용 전국회의장 김현규 전의원 등이 앞장서 묘지에서 박후보를 맞이했다. 300여 명의 회원들과 시민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박근혜후보가 4.19묘지를 찾은 것은 한나라당 대표시절에 온 이후 6년만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몇 년 만에 온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참배는 의미가 크다.

그는 이미 5.16, 유신, 인혁당 등에 대한 역사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시중의 여론에 따라 깊은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바로 그 인식을 옳게 하는 의미가 4.19묘지 참배다. 5.16군사쿠데타는 4.19혁명으로 세워진 민주당정부를 뒤엎은 군사정변이다.

이로 인하여 4.19는 ‘의거’로 격하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와 같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유일의 국가로 발전했다. 이에 대한 역사인식에 차질이 있으면 안 된다. 그것을 박근혜는 몸으로 해낸 것이다.

말로 하는 사과는 백번이고 천 번이고 할 수 있겠지만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10월16일 유신선포 40주년 하루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4.19묘지를 참배하여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준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방명록에서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으로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썼다. 박근혜후보 선거운동본부에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두고 몸소 위원장직을 맡은 것도 미래를 지향하는 그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석부위원장 한광옥, 부위원장 김중태, 위원 최회원, 한경남 등을 대동하여 4.19혁명공로자들과의 폭 넓은 소통을 시도한 것도 돋보이는 장면이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지금부터다. 수많은 반대세력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전직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통합의 일환이겠지만 숨은 인재를 찾는 일이 더 시급하다.

박근혜와 문재인 그리고 안철수 세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백중지세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누가 조금 앞섰다는 것을 크게 내세울 처지가 아니다. 과거 선거 때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신의 정책을 알리고 소외된 계층을 돌아보면서 그들의 진정한 뜻을 헤아린 후보가 마지막 순간에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된 경우를 보게 된다.

이번 대선은 그런 차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극적인 반전(反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떠돈다. 도토리 키 재기라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상대와 차별화하는 것은 선거의 핵심이다.

다른 후보들의 성향이 오히려 박근혜보다 먼저 4.19민주묘지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것이 차별화다. 4.19혁명에 앞장섰다가 먼저 가신 영령들도 누가 대통령에 당선할 것인지 입씨름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공명정대한 페어플레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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