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회의원 되기 전 발언이면 괜찮은가
[시론] 국회의원 되기 전 발언이면 괜찮은가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0.30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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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살에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그의 장래는 창창해 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몇 군데 취직원서 제출하고 나면 그 나이가 되는 일명 ‘청년 백수’들이 수두룩한 판에 그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20대에 국회의원으로 당선한 사람 중에는 김영삼이 가장 유명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상머리에 ‘미래의 대통령’이라고 써 붙여놓고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마지막 판에 대통령에 당선하여 꿈을 이뤘다. 김영삼의 저돌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남들이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일도 과감하게 해치운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군사독재 정권의 기득권에 속해 있던 하나회를 척결한 것만 봐도 배짱이 있었다.

흔히 그를 가리켜 ‘배짱’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배짱은 젊어서부터 다져온 경험과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지 일시적인 치기(稚氣)로는 불가능하다. 하나회 척결에 이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단행한 것은 어느 대통령도 하기 어려웠던 일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따라서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뭔가 구상을 다듬어 왔던 것이고 그것을 세상에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는 배짱을 보인 것이다. 그가 신민당 총재로 있을 때 이른바 YH사건이 터진다. 여성 노동자들이 신민당사 강당에서 농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고 경찰의 진입과정에서 김경숙의 죽음이 초래되었다.

김영삼의 임기 말에 소통령이라는 별명을 들은 아들 김현철이 부정으로 구속되고 IMF라는 경제혼란이 야기되어 빛을 바래긴 했지만 그의 정치역정을 들여다보면 그분만큼 착실한 준비를 갖춘 정치인은 흔하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대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 중에는 야당총수를 6년이나 한 이기택도 있다. 그는 7선으로 국회의원을 마감했지만 평생 야당을 하면서 오직 원칙만을 주장해온 드문 정치인이다. 지나치게 신중하여 돌다리를 두드려보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누구 나쁘다고 욕하는 법이 없는 가장 점잖은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그가 젊은 나이에 제일 야당 신민당의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 유신 반대의 깃발을 높이 든 김영삼과 중도통합을 주장하는 이철승과의 대결이 최고조에 달했다. 모든 인연으로 볼 때 이기택이 이철승을 밀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그는 과감하게 김영삼을 선택하여 유신정권을 막바지로 몬다.

그 뒤 3당 야합이 성사되었을 때에도 이를 박차고 새로운 민주당을 창당하여 올바른 길을 걷는 과정을 몸소 보여준 것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이처럼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들은 뭔가 다른 구석이 있어야 하며 실제로 공명정대한 용기의 화신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분들이다.

그래서 국민의 존경을 받고 연전연승으로 다선의원이 되어 이 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막말 시리즈 제2탄으로 등장한 서른한 살의 국회의원 김광진은 위에서 거론한 ‘젊은 국회의원’과 비교해볼 때 너무나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물론 제일 야당에서 비례대표로 선택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역량을 발휘했을 것이고, 조직적으로도 출중한 면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말 잘하고, 인물 잘생기며, 학벌 좋고, 똑똑하다고 해서 뽑히기로 하면 그런 사람은 천지에 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광진은 남다른 데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지도부의 눈에 들어 발탁되었으리라고 보이지만 그가 날린 트위터를 보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금년 초 ‘새해 희망이 뭔가요?’라는 물음에 ‘명박 급사’를 꼽았다. 대통령을 가리켜 술자리에서도 해서는 안 될 말을 서슴없이 뇌까렸다. 급사라는 말은 원수지간에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어다. 연전에 히로히토 일본 왕이 세상을 떴을 때 우리 언론은 일제히 ‘사망’으로 썼다.
 
‘별세’로 존칭을 붙인 신문도 있다. 최존칭인 ‘서거’는 없었다. 김일성에게도 거의 똑같았지만 남북관계를 의식하여 훨씬 누그러진 표현을 썼다. 항차 현직 대통령을 향하여 ‘급사’를 새해 희망으로 노래 불렀다면 그의 의식의 밑바닥은 무엇일까. 정치적으로 미운 상대라 할지라도 표현 자체가 너무나 혐오스럽다.

그가 어른을 몰라보고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어버이 연합’이라는 단체의 멤버들을 향하여 “나이를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 당신 같은 어버이 둔 적 없어. 분노감에 욕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개 쓰레기 같은 것들과 말 섞기 싫어서 참는다.”라고 쓴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광진 개인이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는 그의 인격과 예절에 관한 문제여서 남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미 국민의 대변자가 아닌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막말이 더 있긴 하지만 위 두 가지 사항만 보더라도 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지 않는가.

더구나 이것이 문제가 되자 그는 “국회의원 되기 전에 한 말이다”라면서 발뺌했다. 사람의 행동과 생각은 전후좌우가 일치해야 인격자다. 튀는 욕설로 나꼼수를 이끌던 김용민은 국민의 호된 심판을 받았다. 김광진도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지 말고 물러서는 게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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