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헌법을 대선 전략으로 쓰면 안돼
[시론] 헌법을 대선 전략으로 쓰면 안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1.0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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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대통령선거가 이제 40여일 밖에 안 남았다. 불과 한 달 반 후면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 판가름 난다. 오랜 세월 갈고 닦았던 큰 칼을 휘두르고 싶어서 너도 나도 대선에 뛰어든다.

오직 국민들에게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뭉친 그들의 애국단심에 대해서는 일반국민의 입장에서는 그저 존경의 뜻을 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본인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대들고 있다.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이요, 먹는 것조차 제대로 챙길 수 없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동네 구의원만 출마해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동분서주해야 하는데 항차 대통령에 출마했으니 눈코 뜰 새 없을 것은 불문가지다. 오라는 데는 왜 그렇게 많은가. 꼭 만나지 않으면 안 될 사람도 부지기수다. 가히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복잡다기한 대선 방정식은 국민의 비위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모든 후보들이 뭣이고 잘 해주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게 된다. 저 쪽 후보가 사탕을 준다고 하면 이 쪽에서는 과자를 줘야한다. 뭔가 차별적이면서도 공짜로 주겠다는 점을 강조해야만 여론에 부합하는 것으로 안다. 지금 빅3들이 경쟁적으로 복지정책을 내놓는 이유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박근혜후보가 약속한 금액이 40조를 넘고, 문재인후보는 그 3배를 넘는 공약을 내놨다고 꼬집히고 있다.

돈만 많으면 무엇이 아까워 못주랴. 석유가 펑펑 쏟아져 나오고 금덩어리가 냇가에 돌맹이처럼 흔해 빠졌다면 못할 말도 아니다.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재정만 확보되면 세금을 걷지 않겠다고 한들 누가 시비하랴.

과거에 석유가 많이 나오는 나라에서 세금을 받지 않고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을 실시한 실례(實例)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나라들도 10년, 20년 후에는 모두 거덜 나는 참상을 겪어야 했고 지금은 세금을 걷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세칭 진보정권이 들어서고 진보교육감이 등장하면서 이 나라는 때 아닌 무상 시리즈에 휩싸여 있다. 그 들목에서 대선이 치러진다. 무상에 맛을 들인 극히 일부 유권자는 더 큰 복지계획을 발표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후보들은 여기에 녹아난다. 상대후보를 압도하는 큰 복지정책을 내놓는 것이 한 표라도 더 받을 수 있다는 얄팍한 자기 꾀에 스스로 함몰되어 있다.

복지정책에 대한 쇼크가 한물갔다고 생각한 후보 진영의 정책입안자들이 이번에는 개헌카드를 꺼냈다. 현행헌법은 ‘87년도에 개정된 것이다. 제헌 이후 비교적 자주 헌법이 바뀌었지만 그것은 대부분 집권자의 자의에 의해서 정권의 비위에 맞게끔 개정되었던 것이다. 오직 자유당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정권이 탄생하면서 대통령중심제를 내각책임제로 개헌했던 것이 유일하게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개헌이었다.

그리고 군사정권을 몰락시킨 6월 항쟁에 의한 현행 헌법이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이 헌법은 여러 계층의 이해관계와 국민감정을 반영하여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單任)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다보니 국정수행에 차질이 온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연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원 선거와 햇수가 맞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자체 선거도 있어 해마다 전국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애로점이 노정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개헌을 운위할 수는 없다. 다만 군사독재가 사라진 마당에 그 여파로 타협된 헌법을 이제는 새롭게 고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 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대선일이 코앞으로 닥쳤는데 지금 개헌을 이슈로 내세워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은 상식문제다. 헌법을 고치자는데 대해서는 후보들도 크게 의견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각기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복지문제처럼 여론에 영합하거나 맹목적으로 국민의 뜻이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는 것이 헌법이다. 헌법은 한 번 만들어지면 고치기도 힘들고 쉽게 고쳐지는 헌법이 되어서도 안 된다. 나라와 민족의 이익에 부합하는 헌법으로 태어나는 것이 도리다.

지금 거론되는 개헌양상을 보면 대체적으로 분권형 개헌이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과거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를 역임한 분들이 내놓은 게 있고, 다른 하나는 이재오를 중심으로 한 개헌운동이 있다.

이재오 측의 안은 현재 후보들의 5년 기득권을 인정하되 중임 없이 차기 대통령부터 4년 중임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원로급 안은 아예 4년제로 임기를 단축하고 중임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모두 왕권적 대통령이라는 현재의 대통령 권한을 축소한다는 의미에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대폭 증강하는 것으로 ‘분권형’이라고 이름을 붙인 듯하다.

이를 대선 전략 또는 후보를 강박하는 수단으로 쓰려는 태도가 엿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헌법을 대선과 연결시키면 현행 헌법처럼 어정쩡해질 수밖에 없다. 유행병 같은 여론만이 판을 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개헌은 고민하고, 고뇌를 거듭하여 진정 100년이 가도 국리민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과감히 나서야 한다. 대선이 끝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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