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후보 단일화는 어렵다
[시론] 후보 단일화는 어렵다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1.10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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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라는 숫자는 우리들에게 묘한 여운을 남겨준다. 3은 아라비아 숫자로 세계 공통으로 쓰는 글자여서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없지만 한글로는 ‘삼’이요, 한자어로는 ‘三’이다. 우리글로 삼이라고 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탁효를 자랑하는 삼(蔘)과 직통하기에 어떻게 굴려도 ‘삼’은 좋은 이미지를 가진 숫자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도 3이 아닌가 싶다. 미국사람들은 럭키세븐이라고 해서 7자를 좋아하고 중국인은 8을 탐낸다. 이처럼 나라마다 선호하는 숫자는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유난히도 삼천리금수강산, 삼천만 동포 등 삼자를 넣은 용어들이 많이 쓰인다.

게다가 과거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로 갈려 삼국정립시대도 있었다. 근자에 이르러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세 사람을 가리켜 3김씨시대가 있었으니 삼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 이런 판에 또다시 나타난 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대선 후보다. 공교롭게도 3의 마수에 걸린 듯하다.

삼국시대 이전의 고조선 시절에 그려진 삼족오(三足烏)는 권위와 힘의 상징이었고 삼족오를 그린 깃발은 승리를 장담하는 부적(符籍)으로 통했다. 그런데 과거의 3김씨나 이번의 3후보는 모두 정치적으로 상대를 꺾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입은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속에서는 칼을 가는 그들의 행적을 더듬으며 매스컴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야단법석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세 사람의 지지율이 오차범위를 오르내리며 오락가락한다. 그래서 여권후보인 박근혜를 상대로 야권후보 두 사람이 합치기만 하면 승리는 누워서 떡먹기라는 식의 논지가 펴지고 있다.

단순 수학으로만 보면 틀린 견해도 아니다. 셋이 엇비슷한데 둘이 합치면 당연히 이긴다. 그래서 합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왔다. 야권에 원로회의라는 자기들끼리 이름을 붙여 만든 게 있는데 이들은 모두 친노 아니면 친민주당 성향의 인물들이지 진정한 국민 원로는 아니다.

매스컴은 이들 모임을 마치 신라시절 화백(和白)회의나 되는 것처럼 엄청나게 높여주고 있지만 기실 김대중과 노무현 밑에서 한 자리하고 물러난 사람들이 많아서 권위를 인정받기 힘들다. 이들은 기를 쓰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압박하여 단일화를 재촉해 왔다. 여론도 호도되었다. 그 덕분인지 문과 안이 일단 단일화에 합의했다. 대통령후보 등록 때까지는 아직 보름 이상 남았다.

물론 등록 후에도 단일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등록 전 단일화가 필요하다. 어떤 방법으로 하나가 될 것인지는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과 권모술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일화 룰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순수한 여론조사냐, 아니면 모바일투표와 국민경선으로 가느냐다.

지금까지 나온 두 사람의 발언으로만 보면 유 불리를 떠나서 룰이 정해지면 승복한다고 하니 쉽게 결정될 수도 있다. 노무현과 정몽준이 전격 합의했던 방식이 선택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러나 경선에서 탈락한 정몽준의 정치행보는 이제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다. 문·안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단일화를 거부하고 끝까지 다퉜던 김영삼과 김대중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통령을 했지만 양보한 사람 몫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문. 안이 모처럼 잡은 호기를 단일화 압력에 못 이겨 슬그머니 내려놓지 않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노회한 세 김씨와는 다르다. 그래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덕이 아니라 정치생명의 종막을 의미할 수 있다.

누구 말대로 장례를 잘 치렀건, 조상 묘를 잘 썼건 간에 평생에 다시 오지 않을 행운이 찾아 왔다. 이를 박차고 명분에 끌려간다면 죽 쒀서 뭐주는 격이 될 수도 있음을 고뇌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정치적 셈법에 따르면 그동안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용한 막대한 자금에 대한 보전문제도 뒤따를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상대후보 매수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된 곽노현의 전철을 우리는 상기한다. 노태우가 공약했던 ‘중간선거’를 하지 않기 위해서 김대중에게 20억을 줬다. 20억이라는 액수는 김대중이 밝힌 것이지만 시중에서는 김영삼과 김종필도 돈을 받았다는 풍문이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문. 안 역시 이 틀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상대가 양보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보전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자칫 서울교육감 재판(再版)으로 비화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은 대선 후보 문턱에 오르긴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신인에 속한다. 훌훌 털어버리고 본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얼마나 불행한가.

새 정치를 내걸고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구태와 똑같은 ‘야합’에 매달려 발버둥치는 꼴을 보고 있어야만 하는 국민들은 과연 ‘단일화’를 지지하고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경륜을 걸고 심판을 받는 자세를 가져야만 나라 발전도 있고 국민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과거의 인물들이 보여줬던 추태가 재현(再現)되기를 바라는 국민은 없다. 후보 단일화가 어려운 과제임을 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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