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의 끝
[시론]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의 끝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1.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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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말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뭔가 가슴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대부분 여성을 빗대어 쓰여 왔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높은 산에 올라 장엄하게 펼쳐지는 산의 행렬도 아름답기 그지없고,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일출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단풍으로 물든 내장산을 찾는 사람이 그다지도 많은 것은 울긋불긋 붉게 물들어 있는 아름다운 정경에 취해서다. 그러나 아름답다는 표현의 대상은 예로부터 사람을 가리키며 그 중에서는 여성이 으뜸이다. 남성을 향하여 자칫 아름답다는 말을 했다가는 게이로 오인될 가능성까지 있다. 여성 못지않게 아름답게 생긴 남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잘나가는 이준기 같은 배우는 여자 뺨치는 미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름답다보다 꽃미남이라는 수식어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아무리 예쁘게 생긴 남성이라도 멋지다는 말은 들어도,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기회는 흔치 않다. 이처럼 외모를 중심으로 아름답다 또는 꽃미남이다 라는 헌사를 한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바를 알아보며 앞뒤와 위아래를 구분하는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두루 살펴보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우리는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수가 많다. 외모는 물론이고 인성은 제대로 갖췄는지, 학벌과 경력은 어떠한지, 돈은 많은 사람인지 등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려 한다.

이런 식으로 판단하면 결국 실패하게 되고 스스로를 옥죄는 낭패를 겪게 만든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배신자 무능력자가 양산되는 연유이기도 하다. 특히 국민의 손으로 선출해야 하는 각급 공직선거는 내면보다는 겉모습에 치우친 선택이 비일비재로 이뤄진다.

평소에 큰소리 뻥뻥치며 술밥 잘 사고 애경사 부지런히 쫓아다니면 일단 친화력이 있는 사람으로 포장되며 형님 동생 하면서 끈끈하게 얽히다보면 혈연, 학연, 지연까지 동원되어 당선자로 등장한다. 그중에는 출중한 능력을 가진 이들도 많다.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하기도 하지만 형편없는 인격자로 낙인찍히며 국가 사회를 좀 먹는 일만 하다가 끝나는 사람이 더 많다.
 
12월 19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 유명인사 10여 명이 예비후보로 등장하여 자웅을 겨루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가 안철수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여야를 대표하는 정당후보로 나왔지만 안철수는 필마단기로 뛰어들어 폭풍을 일으켰다.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다고 나섰다가 박원순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한 그에게 국민여론은 끊임없는 성원으로 격려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시장을 양보한 것도 모두 대선을 겨냥한 제스처였음이 드러났지만 아무튼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박근혜를 따라잡는 저력도 보였다. 청춘콘서트에서 ‘안철수 생각’으로 진로를 바꾸며 그는 모호한 언사로 대선 출마를 얼버무리면서 최고의 시간을 기다렸다.

제갈량이 동남풍 부는 시간을 기다리듯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이 대 폭풍으로 돌변하여 후쿠시마를 휩쓸었던 쓰나미처럼 박근혜와 문재인 진영이 쑥대밭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뒤늦게 대선출마를 선언한 그의 진영으로 메시아를 기다리던 폴리페셔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었다. 한물간 정치인 몇이 달라붙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대거 탈당하고 안철수 지지를 선언하는 사태를 기대했겠지만 단 한 명에 그쳤다. 민주당 측에서는 원탁회의 모임을 통하여 단일화를 재촉한다.
 
3자 대결에서는 불리하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매달렸다. 정치경험이 일천한 안철수는 이 덫에 걸려들어 덥석 단일화 미끼를 물었다. 그가 독자 노선을 취했더라면 ‘새 정치’를 내건 신선한 이미지에 엄청난 표가 쏠렸을 것은 물어보나 마나다. 당락은 고사하고라도 후일을 기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안철수의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일까.

그는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계속 헛발질로 일관했다. 단일화를 하기로 문재인과 담판을 지었으면 “누가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 할 사람으로 보는가?”라는 문항 하나만으로 여론조사를 했어야 한다. 이를 자기에게 유리한 ‘적합도’, ‘지지도’등 일반국민은 이해하기도 힘든 용어로 삿대질만 했으니 이미 단일화는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안철수가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단일화 협상 과정의 불협화음을 강조한 것은 패자의 울분이다. 비록 정권교체라는 수식어를 앞세우긴 했지만 그것은 애써 ‘아름답게 보이려는’ 제스처일 뿐 가슴 속에 타오르는 울화통은 ‘협상과정의 불협화음’에 있다. 거대한 정당조직에 맞선 무소속의 설움을 안고 안철수는 철수했다.

그의 약효는 떨어졌다. 새삼스럽게 불협화음을 ‘화음’으로 바꾸겠다고 나서봤자 손가락질만 받을 게 뻔하다. 당분간 절 방에 들어가 자신을 되돌아보며 참선으로 마음을 달랜 후 창창한 미래를 구상하기 바란다. 비록 스타일은 구겼지만 조용히 대선을 관망하며 섣부르게 ‘정치인’ 행세를 자제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의 동정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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