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 왕복 3천500킬로미터를 운전할 계획입니다.”
12월4일 러시아 남쪽 흑해와 인접한 조지아(그루지아)에서 연락이 왔다. 조지아(그루지아)한인회 이강규 총무로부터 전달된 이메일이다. 조지아한인회가 재외선거를 어렵게 터키에서 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
이 총무에 따르면, 조지아한인회는 요즘 큰 고민이 있었다. 대통령을 뽑는 재외선거가 12월5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지만, 조지아한인들이 투표에 참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었다.
조지아에는 투표소가 없다. 문제는 한인들이 국외부재자 신고서를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제출했는데, 막상 투표하러 가려고 하니 아제르바이잔 입국비자를 내기가 쉽지가 않은 것. 게다가 교통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교민들이 선뜻 투표하러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인회는 현지 사정을 전했다.
이렇다 보니 이광복 한인회장, 이강규 총무 말고는 투표하러 가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한인회가 재외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을 지역한인들에게 제시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선거일은 코앞에 다가오고 있고 어떻게 하면 교민들의 선거 참여도를 높일까 고민했어요. 이러다가 이광복 회장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냈어요. 터키에 투표를 하러 가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 말이죠.”
한인회가 굳이 터키에 투표를 하러 가는 이유는 터키는 입국비자가 필요 없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재외선거는 선거사무소가 설치된 어느 나라에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비로소 한 것이다. 한인들이 어렵게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받는 것보다 터키로 가는 것이 편할 수 있다는 게 조지아한인회 이광복 회장의 계산이다.
“처음에는 터키 이스탄불 총영사관까지 차를 대절해서 왕복 4천킬로미터를 이동할 계획이었어요. 그러던 중 교민 한 분이 터키 앙카라가 500킬로미터 더 가깝다는 기가 막힌 말씀을 해주셨어요.”
조지아한인회는 앙카라대사관으로 선거장소를 최종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12월6일 새벽 5시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차가 출발한다. 보험을 들은 12인승 그랜드 스타렉스를 대여해 놓았다. 예정대로라면, 한인회 대여 차는 다음날인 12월7일 앙카라 대사관에 도착한다. 그리고 한인들은 7일 투표를 한 후 12월8일 다시 트빌리시 늦은 밤에 복귀한다. 총 2박3일의 긴 여정이다.
조지아에는 약 50명의 한인들이 있다.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참여할지는 아직은 미지수. 하지만 조지아의 한인회들은 재외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2박3일을 투자하는 셈이다.
조지아한인회는 “비행기로 한 번에 이스탄불까지 다녀올 수 있지만 날짜가 촉박해 예매가 쉽지 않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육로이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흑해 바닷가 도로를 종주하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시는 기회로 삼아 달라”고 한인들의 양해를 부탁했다. 한인회는 하지만 “이번 선거 역시 백년대계를 위한 투표”라면서 한인들의 선거 참여를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