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검찰 권력을 이대로 둘 것인가
[시론] 검찰 권력을 이대로 둘 것인가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2.0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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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무상함을 말할 때 흔히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들춰낸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10년 넘어 권세를 부리는 이도 없다는 뜻이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년, 30년 권세를 누리고도 모자라서 죽을 때까지 버티는 독재자들도 수두룩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정권은 3대를 물려가며 계속집권하고 있어 60년을 훌쩍 넘겼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아무리 강력한 독재자라 할지라도 30년이면 대개 물러난다. 병으로 죽거나 늙어서 자연사하는 경우는 매우 행복한 편이며 대부분 시민혁명에 의해서 쫓겨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오렌지혁명으로 줄줄이 쫓겨나거나 피살된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의 가다피 등은 인간으로서는 더 이상 넘겨다보기 어려운 최고의 권력을 향유했었다. 무소불위의 철권을 휘둘러 수많은 반대자를 처형했다. 이들의 말로는 비참하다.

혁명군의 총탄에 죽거나 비겁하게 붙잡혀 재판을 받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총탄에 쓰러진 사람은 그나마 과거의 명성으로 약간이나마 동정을 사기도 하지만 재판을 받으며 자기변명에 급급한 독재자의 최후는 차라리 보지 않은 것만 못하다. 비열과 비겁함이 뒤섞여 “저렇게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 군림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권력은 눈을 감는 순간 멀리 사라지고 새로운 권력이 들어선다. 신법이 구법보다 우선하듯이 새로운 권력은 과거의 권력을 깡그리 짓눌러 버린다. 한 국가의 권력은 대개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군대로 지칭된다. 군대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비상계엄을 통하여 삼권을 장악하도록 법의 위임을 받는다.

전쟁은 곧 군대세상이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평시에는 국가를 지키는 간성(干城)역할에 머무를 뿐 권력을 펼 입장이 아니다. 모택동의 어록에 따르면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전쟁을 통하여 장개석을 몰아내던 시절의 얘기지 평상시에는 군대=권력이라는 공식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나타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평시의 권력은 사회의 안녕질서와 치안을 유지하는 일선 경찰에서 엿볼 수 있다.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에 힘을 쓰면서도 사실은 이미 저질러진 범죄를 처리하는 역할에 본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다.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체포하여 조서를 꾸며 검찰에 송치하는 등 사법권을 행사하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범죄자들은 멀리서 경찰마크만 봐도 도망가기에 바쁘다.

경찰의 숫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구비례와 지역여건에 따라 많은 현역이 있어야 한다. 경찰이 없는 세상은 무질서와 혼란이 판을 칠 것이다. 물론 법을 집행하는 경찰 중에서도 권력을 미끼로 범죄에 빠져드는 수가 있다.

그들은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국민의 비난이 가중되며 엄중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경찰의 윗선에는 검찰이 있다. 윗선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엄밀하게 따지면 잘못이다. 경찰과 검찰은 어디까지나 독립된 기관이며 각자의 영역이 구분된다. 다만 검찰이 기소독점주의에 따른 공소권을 가지고 있어 제도상 경찰이 넘보기 어려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범죄피의자도 검찰에서 ‘수사미진’ 또는 ‘범죄소명미약’ 등의 이유로 기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아무런 처벌도 할 수 없는 맹점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경찰에서는 검찰과의 대등한 권력관계를 요구하는 시위를 수십 년째 해오고 있다.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은 검찰권역의 입지를 좁히는 것이어서 검찰은 한사코 이를 저지한다. 역대정부에서도 경찰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양측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 말썽이 난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사건은 경찰이 먼저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검찰에서 날쌔게 특임검사를 임명하여 전격적으로 수사를 가로챘다. 경찰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에 그쳐야 했다. 경찰은 이에 격앙하여 크게 반발했지만 기소독점권을 빼앗아 올 재주는 없다.

이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중앙수사부장이 충돌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다. 중앙수사부장을 감찰하면서 그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 검찰총장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 고립무원이 된 총장은 쓸쓸히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때마침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경쟁적으로 검찰개혁을 약속한다. 검찰 권력을 축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표현이다. 평시에 하지 않던 말을 검찰 위상추락과 함께 과감하게 내쏟는다.

중앙수사부를 없애고, 상설특검이나 수사처를 따로 만들며, 위인설관이 된 차관급 검사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등 현재의 검찰 권력에 일정한도의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들이어서 이해가 된다. 다만 이번 기회에 명백하게 가르마를 타줘야 하는 것이 경찰과 검찰의 상하관계 불식이다.

경찰에게도 책임과 사명감을 갖게끔 격려할 필요성이 크다. 그동안 검찰의 비대로 인하여 행정부처의 독자적 능력이 위축되고 균형추가 깨졌던 잘못은 새로운 정권의 출범과 함께 청산되어야 하며 이것이 깨끗한 기강을 확립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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