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아는 삶이 행복하답니다”
“문학을 아는 삶이 행복하답니다”
  • 조영대 특파원
  • 승인 2010.07.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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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한국문학협회 이기순 회장

50대에 등단한 ‘대기만성형’, 왕성한 작품활동 ;
시집 ‘타조 발을 밟은 참새’로 허난설헌문학상 수상

 
“훗날 세상에 무엇을 남길까 생각하다가 글을 남겨야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올해 한국국제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허난설헌문학상 대상과 허균문학상 금상을 수상한 호주한국문학협회의 나향 이기순 회장은 작가로 입문한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실버워터의 워터뷰 클럽에서 만난 이 회장은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한때 의상실까지 운영했지만 “글을 워낙 좋아했고, 시집을 항상 옆에 끼고 살았다”는 문학소녀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글은 20대부터 썼지만 본격적인 문인의 길을 들어선 것은 50대였다. 결혼 후 83년 호주로 이민온 이 회장은 자녀를 다 키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을 드나들며 덕성여대의 김우종 교수, 동국대의 도창해 교수 등으로부터 문학을 사사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문학에 대한 ‘끼’와 ‘열정’은 곧바로 입증됐다. 2003년 월간 문학바탕을통해 수필가로, 2004년 월간 한울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연이어 등단에 성공한 것이다.

 
이 회장의 초기 이민생활과 한국을 오가며 느낀 소회는 2004년 출간된 수필집 ‘나그네 향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어 2008년 10월 말에 첫 시집과 2번째 수필집이 하루 차이로 한국에서 출간됐다. 수필집 ‘춤추는 가면’은 허균문학상 금상을 안겨줬고, 시집 ‘타조 발을 밟은 참새’는 허난설헌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선사했다.

이 회장은 ‘춤추는 가면’에 대해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이왕이면 만사를 긍정적으로 보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춤추는 가면이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 ‘타조 발을 밟은 참새’에 대해 “이민와서 살지만 타조의 발을 밟으며 긍지를 갖고 살겠다는 의미다. 덩치 큰 타조도 머리, 등, 발 위에서 놀고 있는 참새를 어떻게 하지를 못하더라”고 밝혔다. 타조는 호주를, 참새는 한국을 상징한다.

이 회장은 영농신문사의 제5회 한국농촌문학상, 좋은문학의 2008년 올해의 작가상, 모던포엠의 2009년 세계모던포엠 본상도 수상했다. 그는 열정적인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모던포엠, 좋은문학, 좋은생각 좋은글 등 현재 한국의 3개 문예지에 시와 수필을 연재하고 있으며 수필계, 시와 늪, 문학사조 등에도 꾸준히 작품을 싣고 있다.

그녀의 문학에 대한 애착은 작품활동에서 사회활동으로 확대됐다. 이 회장은 2007년 4월 1일 창립한 호주한국문학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조직을 역동적으로 이끌고 있다.

호주한국문학협회는 “회원들의 창작활동 고취, 순수한 문학풍토 조성, 한국문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문화창달에 기여, 한국문학의 세계화 추구” 등을 목적으로 창립됐다.

현재 등단작가 14명의 회원을 보유한 호주한국문학협회는 매년 4월 신춘문예 시상식, 11월 교민 글짓기 대회를 개최한다. 또 회원들의 연례 작품집인 ‘호주한국문학’도 편찬한다. 특히 올해 나올 호주한국문학 3집은 한국 해외동포재단의 지원금으로 제본돼 그 의미가 배가됐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상반기 3, 4월 하반기 7, 8월 연 2회 16주간 문학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문학협회의 문학카페 ‘나그네 향기’의 카페지기로도 활동 중이다.

이 회장은 “수필이 시보다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시는 인간과 사물과의 시공을 초월한 영혼의 대화이며, 수필은 삶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것”이라며 “시는 영감을 얻어 마음에 꽉 찰 때 확 내뱉으면 되지만, 수필은 옷을 완전히 벗겨놓고 나를 보여줘야 하니까 제대로 문장을 구사해 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민사회의 문학수준’을 묻자 “시드니 문학은 걸음마 단계다”면서도 “뿌리가 깊지 않은 것에 비해 수준이 그리 낮진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책 읽는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어머니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또 “등단 후 제대로 활동하는 사람은 2%밖에 안된다. 작가는 글을 써야 작가다”면서 “좋은 것은 서로 인정해주며 문학 단체들이 퇴보하지 않고 공생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 회장은 “교민들이 문학적, 정서적으로 함양할 수 있도록 문학인들이 작품활동으로 앞장서길 바란다”며 “책을 보는 순간만은 행복하다. 문학을 알고 살아가면 행복하다”고 끝까지 ‘문학사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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