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축구협회 회장은 직선제로 선출해야
[시론] 축구협회 회장은 직선제로 선출해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2.06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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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에는 여성들에게 축구는 먼 나라 얘기였다. 거친 몸싸움으로 힘들게 경기하는 모습이 얌전한 색시들의 눈에는 영 아니었던 것이다. 축구경기장에서 여성을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여자축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축구를 즐기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여자축구 경기를 보면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센스로 공을 찬다. 언제 남성전용의 경기였냐 싶게 힘차게 달리고, 거칠게 부딪치며, 공을 몰고 차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축구는 선수들의 부상문제로 골치를 앓게 되지만 이를 극복하며 스스로의 기술을 연마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관중은 환호를 보낸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유치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다는 평가를 들었다. 비록 일본과의 공동 개최였지만 ‘붉은 악마’ 응원단은 세계인의 눈을 휘둥거리게 했다. 그 열정적인 응원 덕에 우리는 축구 변방국이나 다름없던 처지에서 세계 4위의 성적을 올렸고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박지성 등은 월드스타로 발돋움하며 세계유수의 선수단 소속으로 코리아를 빛내고 있다.

흙먼지를 날리던 국내 축구장들이 이제는 대부분 천연 잔디 아니면, 하다못해 인조 잔디라도 깔게 되었으니 상전벽해의 느낌이다. 이처럼 축구중흥을 이루게 된 것은 우수한 선수들을 길러낸 경기인 출신 지도자들과 풍부한 자금을 지원한 기업이 있어서 가능했다.

지금 우리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실업팀 등 아마추어 축구팀이 자리 잡고 있으며 프로 축구팀에는 700여 명의 선수가 있어 붐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들 엘리트 축구팀 말고도 각급 학교에는 나름대로 동아리 축구팀들이 즐겁게 공을 차고 있으며 사회에서는 일명 동네 축구라고 부르는 생활체육으로서의 축구팀이 수도 없이 많다.

축구를 직접 하진 않더라도 축구장을 찾는 일반인이나 TV등으로 축구경기를 시청하는 국민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즐긴다. 이들의 숫자는 아마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자에 야구경기를 즐기는 관중이 부쩍 늘어나 작년도에 700만을 돌파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더 많아야 할 축구가 왜 뒤지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었다.

축구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은 대한축구협회다. 얼마 전 축구협회장을 새로 뽑는 선거가 있어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런데 선거인이 24명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축구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 전국적으로 얼마인데 고작 24명이 나서서 회장을 선출한단 말인가. 16개시도 지부회장과 산하연맹 단체장들로만 선거인을 구성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왜소하기 짝이 없다.

수천만 명이 즐기는 축구다. 전국에 산재한 등록된 선수만도 수만 명이다. 이들을 지도하는 감독과 코치만 해도 3천 명 가깝고 경기심판은 그보다 많다. 이들은 명색이 축구전문인이며 축구로 직업을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모두가 축구의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는 협회의 장을 선출하는데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축구협회의 장은 축구인들이 모여 전체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대의에 맞고 축구발전에도 이바지하는 지름길이다. 이들을 모두 제외하고 한낱 축구행정가에 불과한 지부회장이나 연맹대표들끼리 쑥덕대는 선거는 한마디로 난센스다. 선거란 이해관계인 모두의 의사를 집약시킬 수 있는 대의명분을 세우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축구관계인의 의사를 종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선거인 참여가 관건이다.

축구가 가지고 있는 국민적 관심으로 볼 때 24명의 대의원제도는 축구유신이라는 독재적 발상이다. 과거에는 재벌기업의 총수쯤 되는 인사가 나와 지원금을 내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지만 이제는 얼마든지 자력운영이 가능하며 오히려 자금이 남아돈다. 구태여 기업인을 끌어들여야 할 이유가 없다. 이번에도 선수출신 후보자가 나왔음에도 기업인에게 완패했다.

24명의 투표성향은 너무나 뻔하다. 1차에서 졌어도 2차 결선에서는 얼마든지 이합집산을 통하여 이해(利害)로 유도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이번 선거는 이미 끝나 돌이키기 어렵다. 다만 현 집행부는 신속하게 정관을 개정하여 전국의 축구인들이 대동 참여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여기에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 프로 축구팀의 감독과 코치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물론 자격증을 가진 심판과 경기 감독관, 심판 감독관 등 광범위한 축구인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국민통합으로 상징되는 축구인대통합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 축구선수들에게도 노조를 결성하게 장려하고 심판 등 비정규직 축구인에게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여 복지 증진과 처우개선 등 권리 찾기를 보장해주는 선진 축구협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모두 열린 추세로 나가고 있는데 유독 한국의 축구협회만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축소되고 왜소한 모습으로 움츠러들면 되겠는가. 축구협회 회장은 반드시 직선제로 선출하기를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충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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