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를 마시면서
작고 약한 손톱 위에
칼끝으로 밀서를 한 줄 한 줄 새긴다
눈물보다 쓰린 웃음
모닥불에 사르며
자해로 흘러내리는 뜨겁고 짜가운 피
숨 쉬는 것조차 버겁고
사막 같이 거친 날
풀잎처럼 여린 눈동자
겨드랑이에 묻던 부랑아가
어두운 골짜기에
까마귀 유골을 모아가며
질곡의 긴 시간을 서럽게 돌아눕는 밤
썩지 않을 화석으로 남겨 두고픈 절규를
객혈처럼 받아내 검푸른 강에 던지는
노숙자의 그림자가
유령보다 더 애달프다.
이용대 제3시집 -바위도 꽃을 피운다- 85쪽에서
우리는 가끔 내가 누구인가 라고 되 짚어볼 때가 있다. 장점은 보이지 않고 후회할 일만 가득하다. 독주를 마신 것처럼 생각을 어둡게 했고 머리를 아프게 한 일들만 생생한 흔적으로 남아있다. 칼끝으로 심장을 건드는 것 같은 아픔으로 전율하는 개인적인 사건도 있었다. 아무리 자기합리화를 시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흔적도 나타난다. 어느 것 하나 번듯이 내 세울 것이 없는 남루한 사력(私歷)을 만들었을 뿐이다. 회개 하는 순간마다 참회의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다. 어느 것 하나라도 지울 수 없는 과거지사가 되어버렸다.
나는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고 시시때때로 묻는다. 그러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국면을 홀로 맞이하며 세월을 이어간다. 가시에 찔리는 것 같은 신음으로 손톱위에 글자를 세기는 것처럼 자학적 심리에 젖는다. 자기비판에 따른 자성문을 은밀하게 쓴다. 하지만 누구나 다 홀로 가는 노숙인과 같은 삶의 여정이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털고 나면 새벽달처럼 외로울 뿐이다.
진한 자성문을 쓰면서도 쓰러져서는 안 된다. 줄기차게 추구해 오는 선한 주장과 맑은 소망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질시와 멸시를 받더라도 이것만은 꼭 안고 가야하는 삶의 가치관이기에 결코 버릴 수 없다. 이것이라도 기어코 이루어 내야만이 켜켜이 쌓인 허물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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