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세훈, 김용판이 기소되다
[시론] 원세훈, 김용판이 기소되다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6.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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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장은 당대의 권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원세훈이 국정원장으로 발탁될 때부터 세인의 입방아에 올랐다.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관의 수장을 맡을 만한 경력과 실력을 갖췄느냐하는데 의심을 품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정원은 5.16군사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미국의 중앙정보국을 본떠 급조되었던 중앙정보부가 원조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김종필을 앞세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이후락, 김형욱 등 수많은 부장들이 저지른 정치관여, 선거개입, 인권탄압, 이권개입 등 한국의 부정부패의 온상 구실을 다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남북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었다.

교도소는 중정에서 잡아온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자로 넘쳐났다. 그러다보니 진짜 간첩 노릇을 했던 자들조차 교도소 내에서는 정치범 행세를 하는 웃지 못 할 일까지 생겼다. 독재정권에 대항하던 수많은 양심수들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으로 기소하는 통에 똑같은 죄목이 적용된 고정간첩과 구별이 힘들게 되는 난센스가 벌어진 것이다.

요즘 극좌 성향의 단체들이 걸핏하면 초강경발언으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독재정권의 법 남용이 빚어낸 자업자득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를 수호하고 안보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을 체제유지의 방편으로 활용했던 독재정권의 후유증이다. 그렇다고 민주화된 이후에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의 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비뚤어진 이념 논쟁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번에 국정원장 출신의 원세훈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수사를 맡은 검찰 측과 이들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의견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더구나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이 공표되기도 하고, 기소되기 하루 전날 통째로 기소장 전문이 한 언론에 게재되는 불상사까지 발생한 것은 법을 지켜야할 최고 기관이 스스로 여론과 언론 플레이에 자존심을 내던진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원세훈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었으면 그의 지위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기소하여 형사처벌을 받도록 해야만 한다.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 적용을 놓고 ‘선거법 위반은 안 된다’랄지 ‘구속기소만은 피해야 한다.’는 등의 궁색한 논쟁을 거듭하다가 결국 기소장 공개사건으로 비화한 셈이다.

원세훈의 혐의는 국정원법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정치관여를 했다는 것과 국정원 직원을 동원하여 대선 당시 인터넷 댓글을 달게 함으로써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정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공개투표, 매표행위 등 직접적인 선거개입은 아닐지 몰라도 현대화된 관권개입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애시 당초 국정원 내부 고발자가 있어 터졌다. 인터넷 댓글도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복원되어 과연 국정원법과 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재판과정에서 드러날 일이다. 재판부에서 유죄로 판단하면 곧바로 형사처벌이 되는 셈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 수립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엄격하고 예리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다만 법무부와 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까지 공수(攻守)를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는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이에 곁들여 김용판 전 서울시경청장도 불구속 기소되었다. 김용판은 국정원 직원의 인터넷 댓글 내용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용판 사건 역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간부가 나중에 폭로한 이른바 내부자 고발에서 연유되었다.

이것 역시 혐의 내용은 모두 공개된 것이고 오직 김용판이 그처럼 축소와 은폐를 지시했느냐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국정원을 쥐락펴락하던 원세훈과 서울의 경찰조직을 한 손에 쥐고 있던 김용판이 한낱 내부자 고발에 의해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그들 자신의 잘못이다.

국정원이나 경찰은 나름대로 긍지와 자존심으로 유지되는 국가 기간조직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목숨을 초개처럼 여길 수 있는 특출한 애국심도 있어야한다. 비록 집권세력에 의해서 임명되었다고 하더라도 목구멍에 칼이 들어와도 부정부패에는 담을 쌓아야 한다. 그들에게 다른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한 이유다. 그런데 칼을 쥐어주니까 이를 자신의 자리보전이나 이익을 위해서 남용하거나 난용(亂用)하는 사례가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책임자 급이 된다면 일거수일투족에서 정도를 일탈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원세훈과 김용판은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어떠한 지시를 한 사살도 없으며 오직 지휘자로서의 공정한 명령만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검찰과 피의자의 대결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몰라도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시대가 거꾸로 가는 느낌을 어쩔 수 없이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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