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인 사회 ‘노인 도박’ 근절해야
美 한인 사회 ‘노인 도박’ 근절해야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3.09.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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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생활, 소통 부재 기인한 도박 중독 의심

미 당국의 '한인타운 불법 사설도박장 단속'으로 한인사회의 도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노인들의 도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각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주 중앙일보는 17일자 보도를 통해 미국 경찰이 적발한 불법 사설 도박장 7곳의 주요 고객들이 65세 이상의 한인 노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단속반에 따르면 도박장 측이 노인 고객 유치를 위해 식사와 주류 등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행동 반경이 좁은 노인들의 경우, 도박에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불법 사설도박장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나 주택 등을 개조해 영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단속을 위해 몇 달 동안 이어진 잠복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돈을 잃으면 빌리고, 또 빌리는 악순환의 연속"이라며 "웰페어를 도박판에서 다 날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채업자 등과 연결돼 생계까지 위험해지는 노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위험한 건, 불법 사설도박장을 찾는 한인 노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도박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도박장을 출입하는 노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도박장을 친목도모를 위한 경로당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특히, 몇몇 노인들은 이번 단속으로 자신들의 모임이 해체된 것에 분통까지 터뜨리고 있다.

이날, 제임스엠우드와 아드모어 인근 도박장의 한 60대 후반 고객은 "1점당 50센트짜리 화투판이다. 계모임하듯 모여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는 곳"이라며 "도대체 누가 신고했는지 알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따르면 한인타운 버몬트~크렌쇼 불러바드까지 최소 16개의 사설도박장이 운영중이다. 그는 "돈 따려는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버스 탄다. 치매 걸려서 돈 계산도 못하는,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소박하게 노는 게 왜 도박이냐?"라며 "돈 없을 땐, 다음달로 넘겨놓고 놀 수 있어 좋았는데… 벌써 적적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상담전문가들은 고립된 생활과 소통의 부재가 노인 도박문제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자녀가 없거나 우울증·화병 등을 앓는 노인들의 경우, 중독증세가 더욱 심하다. 한인가정상담소 박해영 카운슬러는 "도박에 빠진 노인들을 보면, '자신을 알아준다',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도박장을 찾는다"며 "자녀가 자주 전화하고, 성인학교·노인센터 프로그램 등을 알리며 '몰두할 곳'을 만들어줘야 한다. 스스로 도박 중독이라며 상담소를 찾는 노인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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