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숙자 교수 "전통음식에 여생 바치고파”
[인터뷰] 윤숙자 교수 "전통음식에 여생 바치고파”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3.09.23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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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박차고 연구소 및 연합회 설립, 한식 사랑 지켜
 

최근 한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떡과 술같은 우리 음식의 제조와 교육을 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 9월16일 십 수 년째 우리 전통 음식의 교육기관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윤숙자 교수(66세)를 만났다.

연구소가 위치한 종로 와룡동은 근처에 종로세무소 등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건물 1층에 있는 떡 카페 질사루에서는 갓 쩌낸 떡을 진열하는 등 손님 맞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해외 일정이 많다는 윤 교수는 전날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막 귀국한 터였다. 오전11시부터 약 한 시간에 걸쳐 그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어머니 음식 애정부터 연구소 설립까지

- 전통음식 전문가로 살아왔는데, 계기가 있었습니까.

“어머니께서 개성 분이셨는데, 워낙에 음식 솜씨가 탁월하셨습니다. 늘 어머니의 음식을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식품 쪽으로 진로를 정하게 된 것이죠. 식품영양으로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도 ‘한식’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석사 시절 전통 음식 대가이신 염초애 교수님께 ‘궁중음식’을 사사 받는 기회도 있었어요.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학과에 교수로 재직하게 될 때까지 전통 음식이라는 제 인생의 테마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셈입니다.”

윤 교수는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석사, 단국대학교 동과 박사를 거쳐 배화여자대학 전통조리학과 교수, 전국조리학과 교수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 외에도 국가고시 조리사 시험 감독위원, 대한민국 명장(조리부문) 심사위원, 전통식품명인심사위원장, 전통식품분과위원장, 떡박물관 관장 등으로 활동했다.

- 한식 교육자로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80년대에 신길동에 한식식생활연구회 왕준련 회장님께서 ‘한국조리전문학교’를 열고 한식과 양식을 전수했습니다. 각각 백 명 씩 되는 학생들과 함께 규모와 질 면에서 가히 국내 최초의 조리 교육 시설이라 할 수 있었어요. 저도 그곳에서 왕 회장님을 도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어요. 그 무렵 춘천간호보건전문대학(현 한림정보대학)에 국내 최초의 전통조리학과가 생겼고, 좋은 제의를 받았습니다. 고심 끝에 제의를 받아들였어요. 교육자로서의 길,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배화여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1학기 때는 장을, 2학기에는 김치를 담갔어요. 우리 음식의 기본은 장과 김치잖아요. 학생들이 장과 김치를 담그는 모습은 캠퍼스의 큰 행사였습니다. 타 과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구경하곤 했지요. 학생들이 전통술과 떡을 지어 졸업 작품 전시회에 내놓으면 그 인기와 호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학생 지도도 물론 의미 있는 일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음식을 알리고 교육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 그렇게 해서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1998년 4월에 설립된 것이죠? 안정적인 교수 자리를 내던지고 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게 녹록치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주변의 만류가 심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구소를 후원하고 있지만, 당시 남편의 반대가 유독 심했어요. 사업을 하던 사람이라 통계 결과를 갖고 와서는 여러 이유로 ‘안 된다’고 말렸지만, 끝내 제 고집을 꺾지 못했습니다. 교육기관으로 선정되고 연구 용역 등의 일을 맡자, 혹자는 돈 걱정은 안하겠다고 하지만 저희 연구소의 역할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전통 음식 연구와 교육’이에요. 수익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재정 면에서 고생스러울 때가 많아요. 전부 제 개인 사재를 털어 충당하고 있습니다.”

 

- 연구 활동 중에 여러 번 ‘한식 표준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갈비찜에 매료된 미국인 부부가 한식 요리책을 따라 만들다 보니 ‘갈비탕’이 되었다는 겁니다. 정확한 요리법이 아니라, ‘적당히’라고 적혀 있었다는 거예요. 한식의 표준 레시피를 제작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봤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레시피대로 만들면 똑같은 맛이 재현되는 것, 그게 전통 음식 세계화의 초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각 대학 교수 10명, 한식 전문가 20명을 모아놓고 ‘평균적인 맛’을 찾도록 했습니다. 20~60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맛과 모양새를 찾기 위해 불의 높이, 용기의 크기까지 일일이 확인 하는 작업에 착수 하게 되었어요.”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1998년 설립 이후부터 전통음식 교육기관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활발한 전통 한식 연구 및 교육 사업 성과로 2010년 6월1일 한식 스타 쉐프 국가교육지정기관으로 선정, 2년 뒤인 2012년 3월 해외요리강사 업그레이드 교육 국가교육지정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같은 해 3월과 6월에는 문화체육과광부, 농림수산식품부, 한식재단 등으로부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정기관, 전통주 교육훈련기관, 한식세계화 교육기관으로 뽑히기도 했다. 중국 양주대학은 연구소에 연수생을 파견, 교육 수료 후에 현지에서 한식 강좌가 개설되는 쾌거도 있었다.

(사)대한민국전통음식총연합회

- 올해 5월에 출범한 (사)대한민국전통음식총연합회(이하 연합회)의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만 회장이지 그저 돕는 역할이에요. 연합회의 일원들은 그간 국내 및 해외에서 각자 향토, 사찰, 발효 음식 등에서 일가견이 있는 분들입니다. 수년전부터 상호 협력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해왔고, 이제야 발족하게 된 것은 ‘전통음식발전’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전 여기서 전통음식의 연구, 교육, 홍보, 체험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거들뿐입니다.”

“한식은 자연식이자 건강식인데 이렇게 우수한 음식을 아직까지도 세계인들이 잘 알지 못합니다. 일본에는 그래도 한식이 많이 소개되고 인지도도 있지만, 독일이나 프랑스는 아직도 우리 전통음식에 대해 너무 모르더군요. 연구소를 세울 때와 마찬가지로 연합회라는 매개체를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합회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 대전, 전북, 광주, 경상, 부산, 세종시 등 전국 15개 지역과 미국 LA와 뉴욕, 일본 오사카와 동경, 영국 런던, 중국 연변, 프랑스 파리 등 7군데의 해외지회를 두고 있다. 윤 교수는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모임을 하나로 잇는 단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우리 음식을 널리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뉴질랜드에 다녀오셨죠? 현지 한식당에 쓴 소리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뉴질랜드의 한식당끼리 손님을 두고 벌이는 경쟁을 보고 있노라니, ‘제 살 깍아먹기’라는 생각에 안타까웠어요. 식재료 가격은 비싼데다 가격과 반찬을 두고 싸우다보니, 음식 질은 떨어지고, 손님 발길도 멀어지는 악순환이 끊이질 않았어요. 꼭 필요한 반찬만 제공하고 고급화 전략을 취하라고 충고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한식이 일식보다 한 수 위’라는 인식이 심어지려면 민간부문에서 한식의 품격을 올리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합회 역시 우선 국내에 집중한 후에 내년부터는 점차 해외로 활동 반경을 넓히려고 합니다.”

그의 충고에 대해 한식당 측 반응은 어땠을까? 윤 교수는 “(한식당 주들이) 아주 고마워한다”고 설명했다.

- 연합회 활동비 충당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우선은 고생하고 더 많이 알리자는 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지자체 한식 행사에 부스를 마련해서 정성껏 만든 전통 한식을 선보이면, 재료비 정도야 해결됩니다. 실효는 없어도 이런 활동들이 연합회를 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오는 11월29일 (사)대한민국전통음식총연합회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연합회 총연 및 전통음식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윤 교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여생을 걸겠다”는 자뭇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사)대한민국전통음식총연합회 일원들은 전국 각지와 해외로 우리의 전통음식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도록 정성을 다할 작정입니다. 남은 삶은 ‘우리음식 문화를 판다’는 각오로 힘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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