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7번국도 아이’] 코 찔찔이 은진이(4)
[특별연재 ‘7번국도 아이’] 코 찔찔이 은진이(4)
  • 김전한<작가·동아방송대 겸임교수>
  • 승인 2013.11.1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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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ChuckChuckFactory

69년쯤 이었겠다. 집 앞 골목에서 오십원 짜리 지전을 줏었다. 엄청난 액면가의 돈이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온 몸이 떨려 왔다. 나는 단언컨대 단 한순간도 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줘야 겠다거나, 어른에게 알려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태생적으로 도덕과는 거리가 멀었나보다. 일단 집으로 달려와서는 쌀 통 속에 숨겨두고는 꼬박 하루를 고민하였다. 이 돈을 어떻게 운용할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결연한 용단을 내렸다.
 
"실컷! 멋지게! 맘껏! 돈지랄을 하자!"
 
내당 초등학교 1학년 13반 김전한 어린이. 이렇게 하여 최초의 하이방 이라는걸 깠다. 계명대 앞에서 내당 국민학교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한 미도극장. 극장 앞에는 달고나 아저씨가 있다. 동네 형아 코 찔찔이, 은진이를 꼬셨다. 학교가지 말고 미도극장서 놀자고.

입이 얼얼하도록 달고나를 먹었다. 그때부터 알았다. 돈의 권력성을. 1학년이 4학년을 끌고다닐 수 있는 것도 돈의 힘이었다. 세상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그때, 한순간에 다 알아버렸다. 오원씩, 일원씩, 그때 그때 눈치껏 살살 풀면서 (누가 아이들을 천사라 불렀던가)
 
며칠을 돈 오십원으로 학교가지 않고 돌아다녔다. 미도극장, 대명극장을 돌면서 '내일을 향해 쏴라' 라는 영화도 보았다. 그런데 지금도 알 수 없는 미스테리가 있다. 며칠 동안 무단으로 학교도 오지 않는데 그것도 집단 하이방 이었는데 왜 학교에서는 집에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왜 그 사건은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았을까? 그따위 엉터리 같은 교육시스템이 어디 있담? 근데 그때 오십원 지전에는 누가 그려졌더라? 늘 콧물을 질질 흘리고 다닌다하여 코 찔찔이로 불렸던 은진형의 얼굴은 생생한데. 지전위의 그 어른은 기억나지 않는다.

코 찔찔이 은진형,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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