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60] 중국의 생선요리문화
[삼강만평(三江漫評)-60] 중국의 생선요리문화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4.12.26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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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문화를 말하면, 동방은 중국이 최고이고 서방은 프랑스가 최고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필자는 무식하므로 세계 요리문화를 평가할 자격은 없지만 중국의 요리문화가 풍부함은 일언반구나마 운운해보련다.

본문에서는 그 중 중국의 생선요리문화만을 말해 보련다. 요리문화 중 생선요리문화가 가장 재미있을 듯 하니 말이다. 중국 요리는 크게 해(海)·육(陸)·공(空) 세 가지로 나뉘는데 바다 산(생선), 육지 산(길짐승 돼지·소·양 등의 고기), 날짐승(닭·오리·거위·꿩 등의 고기) 세 가지를 말한다. 그중 생선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 또한 중국인은 식사 시 수준이 높은 요리일수록 뒤에 나타나므로 생선요리는 밥을 거의 다 먹을 무렵에 나온다.

중국인들은 식사대접 할 때 가장 귀한 손님이 맨 안쪽에 앉고 대접하는 주인(돈 내는 사람)은 맨 바깥쪽에 앉는다. 보통 손님이 출입문에서 가장 먼 쪽에 앉고 주인이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앉게 된다. 그러므로 가장 귀한 손님과 주인은 서로 마주보게 된다.

식당 종업원은 앉은 자리만으로도 식사하는 사람간의 이러한 인간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종업원은 생선의 머리를 가장 귀한 손님을 향해 놓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면 생선의 꼬리는 주인을 향하게 된다. 가장 귀한 손님이 맨 먼저 먹고, 두 번째로 주인이 먹는다. 다른 사람들은 위의 두 사람이 먹기 전에 생선에 젓가락을 대면 안 된다. 그러므로 귀빈은 생선이 나오자마자 서둘러 먹어야 한다.

생선의 전통적 요리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훙사우위(紅燒魚)이고 다른 하나는 칭정위(淸蒸魚)이다. 훙사우위는 기름을 많이 넣고 오래 동안 끓이다가 간장을 넣고 더 끓여 껍질이 좀 굳고 색깔이 좀 누르스름하며 검다. 고소하며 짭짤한 맛이 특징이다. 칭정위는 기름을 살짝 넣고 맹물에 오래 끓이고 나중에 파오리 등 여러 가지 양념을 뿌린 것이다. 생신하며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생선 종류는 밀물 산이 위주이고 바다 산 생선은 적다. 밀물 산에는 잉어, 초어, 붕어, 화련어, 문절망둑, 농어, 메기, 가물치 등 다종다양하다. 바다 산 생선은 연어가 위주고 참치도 등 다른 종류도 가끔 있다. 회로 먹는 생선은 물론 바다 산이 위주이지만 가공 상 문제가 있는지, 한국이나 일본에서 먹는 생선회보다 맛이 없다.

날거를 거의 안 먹는 습관이므로 중국요리에 원래 생선회가 없었다. 개혁개방 후 외국인이 대거 몰려온 까닭에 약 20여 년 전부터 생선회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젠 외국인 못지않게 잘 먹는다. 그러나 생선을 나체로 누운 젊은 여성의 몸에 놓고 먹는 사례가 이따금 발생하여(물론 엄청 비싸다) 물의를 빚고 있다.

생선은 부위별 맛이 다르며 머리가 가장 맛있고 꼬리가 두 번째이며 뱃살이 가장 맛없다는 설이 있다. 큰 생선의 경우 상해 사람들은 자기의 선호에 따라 부위별로 갈라 산다. 판매자도 기꺼이 칼로 토막지어 판다. 북경사람들은 먹기 싫은 부위를 버릴지언정 통째로 사며 이런 상해사람을 쩨쩨하다고 비꼰다.

생선의 각 부위를 먹을 때 그 부위의 뜻이나 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데 해학적이며 가관이다. 주인이 각 부위의 고기를 집어 손님에게 주며 아래와 같이 수다를 떤다.

꼬리를 주며 꼬리 미(尾)자와 맡길 위(委)자의 음이 같으므로 위이중임(委以重任, 중임을 위임합니다)라고 중절거린다. 뱃살을 주며 배 복(腹)자를 빙자해 추심치복(推心置腹, 서로 믿음과 성의로 사귑시다)라고 중절거린다. 지느러미를 주며 지느러미 기(鰭)의 뜻을 빙자해(생선의 지느러미는 곧 날짐승의 날개와 같다고 인식) 전시고비(展翅高飛, 날개를 펴고 높이 나세요)라고 중절거린다.

홍문을 주며 볼기 정(腚)자와 정할(꼭) 정(定)자의 음이 같으므로 정유후복(定有後福, 앞으로 꼭 복이 차려질 것입니다)라고 중절거린다. 눈알을 주며 눈 안(眼)자를 빙자해 고간일안(高看一眼, 저를 한 층 더 돋보아 주심시오)라고 중절거린다. 등살을 주며 등 배(背)자와 곱 배(倍)자의 음이 같으므로 배가중시(倍加重視, 나를 배로 중시해 주십시오)라고 중절거린다.

마지막에 난잡하게 남은 고기와 국물을 쓸어 모아 주인이 먹으며 수습잔국(收拾殘局, 막판의 난국은 수습합니다)라고 중절거린다. 이쯤이면 회식은 거의 끝나게 된다. 한국인이 중국인과 같이 식사할 때 위의 습관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위의 중절거리는 말들을 기억했다가 써먹으면 중국인들이 ‘중국통’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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