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국회의원 숫자는 몇 명이 적당할까
[전대열時論] 국회의원 숫자는 몇 명이 적당할까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5.08.05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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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가의 최대화두로 떠오른 국회의원 숫자 놀음은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입 달린 사람들에게 자근자근 씹는 맛이 일품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1에서 2대1로 줄여야 한다고 위헌판결을 했기 때문에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선거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법을 고치지 않고 현행법으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20대 국회의원’은 전원 무효가 되는 전대미문의 불상사가 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촌과 도시의 인구편차 때문에 상당수의 농촌선거구가 통폐합될 운명에 있다는 사실이다.

게리맨더링이라는 구원투수가 있긴 하지만 현재의 선거구를 아무리 쪼개고 보태도 모든 기득권을 보장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여기서 튀어나온 게 야당의 국회의원 숫자 증원방법이다. 현재 정수는 300명이다. 원래 300명 이내로 규정되어 299명을 유지해왔는데 세종시가 새로 생기면서 1명을 증원한 것이다.

산술적으로 300명 이내라면 299명이 맞지만 여야가 눈 딱 감고 수 개념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문재인은 400명을 제시했다가 뒤로 물러섰고 이종걸이 당론처럼 내놓은 게 369명이다.

나라마다 국회의원 숫자는 정해져 있지만 인구수로 비교해보면 한국이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적은 것도 아니다. 300명 정도는 국민이 양해해 왔고 긍정할만한 숫자로 본다. 물론 일부에서는 무능하고 일도 제대로 못하며 싸움질만 하는 국회의원들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동조한다. 한마디로 현재의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신이 커져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69명을 늘리자는 야당의 제언이다.

국회의원 1인당 국민세금이 1년에 7억이 넘게 들어간다는 확실한 통계를 제시하며 증원에 찬물을 끼얹는다. 오죽하면 세비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나왔지만 전체규모를 줄이지 않는 것은 하나마나한 조치라는 풀이가 반격을 한다.

대체적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대우는 세계에서 최상위급에 속한다는 것이 많은 논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실제로 일본의 국회의원 회관에 가보면 4~5평에 불과한 좁은 사무실에서 의원실도 따로 없이 비서들과 함께 어울려 국정에 대비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의원회관은 수십 평의 사무실에서 호텔수준의 서비스를 받는다. 보좌관과 비서관을 각각 2명씩 두는 등 7명의 비서진과 인턴까지 모두 9명의 매머드사무실을 유지한다.

국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줘야 할 국회의원들의 심신이 편안하도록 배려하는 것쯤이야 시비할 필요가 없겠지만 지하에 의원사우나를 만들자 여성의원들이 시위를 벌여 여성의원사우나도 만들어졌는지 확인해보진 않았다. 아무튼 이런 것들이 모두 국민정서와 경제난국에 비춰볼 때 탐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시점에 증원을 주장하고 나섰으니 몰매를 맞을 각오는 단단히 했을 것이다. 언론기관의 여론조사는 7%만이 “늘려야 한다”는데 찬성하고 57%는 “줄여야 한다”이며 29%는 현인원이 적당하다고 답변하여 증원반대가 무려 86%에 이른다. 증원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도 하에서는 지역선호를 뿌리 뽑을 수 없기 때문에 권역별 선거구로 비례대표를 지역구와 절반씩 나눠 대폭 늘리면 여야가 서로 편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비례대표가 도입된 이후 한국의 정치판은 단박에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변했다. 당선가능성이 있는 비례순위는 공천헌금 수십억에 거래되었으며 이로 인한 소송과 투옥은 단 한 차례도 그친 일이 없다.

비례대표는 지역구에서 당선하기 어려운 전문가를 국정에 참여시켜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시작한 것이었지만 공천헌금, 계파 나눠먹기, 측근 끼워넣기 등등 변질될 대로 변질되어온 것이 실정이다.

정치를 실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례대표에 부정적이다. 이를 대거 증원한다는 것은 당권을 쥐고 있는 극히 일부의 인사들에게 자기세력을 넓히는 호기를 마련해줄 뿐이라는 조소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선거구 조정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현 숫자를 유지하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국민의 거대한 저항을 면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구 인구편차를 무슨 수로 조정할 수 있단 말인가. 말썽 많은 비례대표를 이번 기회에 대폭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비례대표를 줄인다고 전문가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기에 가장 합리적으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한 가지 꼭 제안하고 싶은 것은 지역감정을 없애고 많은 인재들의 정치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행정제도의 시급한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수백 년 내려온 뿌리 깊은 ‘8도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아직도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를 되뇌고 있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지 않은가. TK만 쓰네, PK만 쓰네 하면서 지역감정에 허덕이면서 무슨 경제발전을 이루고, 문화국가를 지향하겠는가. 도(道)를 없애고 100만명 단위의 시(市) 50개를 새로운 이름으로 신설하여 각 시 마다 국회의원 6명씩을 선출하면 정확하게 300명이다.

지역갈등이 설혹 생기더라도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감정싸움이 격화될 수 없다. 이는 후일 언젠가 이룩될 통일에 대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민족적 준비 작업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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