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해외동포 마음 움직일 '맞춤형 경축사' 안될까?
[수첩] 해외동포 마음 움직일 '맞춤형 경축사' 안될까?
  • 동경=이종환 기자
  • 승인 2015.08.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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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8.15 경축사, 유흥수 주일대사가 대독... 재일동포들 감동했을까?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맞춤형’으로 해보면 어떨까? 민단 주최 광복절 행사에 보내는 경축사에는 재일동포의 마음을 울리는 경축사로, 미주의 광복절 기념식에는 미주동포의 가슴에 와닿은 내용으로 각기 달리해보면 어떨까? 동경 히비야공원에서 열린 재일민단 주최 8.15 기념식을 지켜보면서 순간 이런 생각을 해봤다.

재일민단(중앙단장 오공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8.15 기념식도 히비야공원에 있는 히비야공회당에서 개최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 그리고 한일수교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여서인지, 행사에 2천6백명이나 참여했다. 

이 기념식에는 일본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자민당 공명당 민주당 공산당의 현역 의원들이 참석해 민단의 8.15를 축하했던 것이다. 민단은 일본 정치인을 배려해 국민의례가 끝난 후 이들을 단상으로 안내했다. 태극기에 경례하고, 애국가를 부르는 자리는 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의원들은 그 후 오래 참을성을 발휘해야만 했다. 2천6백명의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회사에서부터 대통령 경축사, 환영사, 축사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유흥수 주일대사가 대독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너무 길었다. 적어도 그 자리에서는 그랬다.

유흥수 대사는 A4 용지를 넘기고 넘기며 경축사를 읽어 내려갔다.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경축사는 ‘국민여러분’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거듭 이어졌다.

경축사는 그러면서 6.25의 참화를 설명하고, 이를 딛고 일어선 ‘한강의 기적’과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의 변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미래도약을 위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차례로 설명했다. 그리고 분단 70년, 북한의 도발과 위협, 이산가족의 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연재해와 안전문제, 민족 동질성회복 등 과제도 소개된 후에는 한일관계와 아베 일본 총리의 종전 70년 담화도 언급됐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그러한 점에서 어제 있었던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입니다.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합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국가로서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따질 것도 없이 8.15 경축사는 행마다 의미 있는 내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라도 때와 장소, 듣는 사람에 따라 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히비야공원에서 열린 경축식 참석자들은 대부분이 일본에서 태어난 2,3세 동포들이다. 이들이 과연 박근혜 대통령 경축사를 제대로 알아들었을까.

나아가 문제는 이 경축사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들에게 ‘여러분, 일본에서 가난과 차별을 딛고 이렇게 멋있게 살아주셔서 감사하다. 조국은 여러분의 고생과 모국에 대한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여러분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 는 내용을 담았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것이다.

8.15 경축사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읽는 것과 일본 히비야공원에서 읽는 게 좀 달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 그 자리에서 든 생각이다. 대통령 경축사에 이어 일본측 내빈으로 온 자민당 공명당 민주당 공산당 의원들도 각기 축사를 했다. 이것들을 들으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고, 참석자들의 마음에 닿는 '맞춤형'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너무 발칙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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