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제국의 위안부’는 학문의 자유와 거리 멀다
[전대열時論] ‘제국의 위안부’는 학문의 자유와 거리 멀다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5.12.0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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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박유하가 쓴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소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되었다. 박유하가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자 학문의 자유를 짓밟는다는 지식인들의 성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총리시절 강제동원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까지 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와 노벨문학상을 탄 오에 겐자부로 등 일본과 미국의 지식인 54명도 항의 성명을 발표하여 한국의 검찰이 엄청난 학문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에 비춰졌다.

중앙대 이나영, 서울대 양현아교수 등 70여명도 ‘제국의 위안부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 검찰과 박유하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연구자의 저작에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지 학문의 자유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찬반 양진영의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의하고 나섰다.

그들은 일본의 국가적 책임이 우선되어야 할 위안부 문제의 핵심을 이 책에서는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해 피해자들에게 커다란 아픔을 주었다고 비판하면서 공개토론을 제의하고 나선 것이다. 양시양비(兩是兩非)로 균형감각을 보인듯하지만 형사책임을 묻는데 대하여 부정적이어서 학문의 자유 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연세대 김철교수와 김원우 장정일작가, 고려대 권보드래교수, 고종석 유시민 이제하 등 작가, 임옥상화가, 김규항출판인, 금태섭변호사 등 문화계인사 190명이 성명을 발표하고 검찰기소를 비판하며 공소취하를 요구했다. 이들의 성명을 보면 “종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여론을 국가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은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무방하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도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까다로운 사안인 만큼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경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살피면 하나같이 학문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강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으며 언론의 자유가 만발한 한국이기 때문에 자신의 견해를 마음껏 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이러한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수많은 투쟁을 마다하지 않고 싸워온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제의 억압에 맞서 의병투쟁과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 수많은 희생을 감수해 왔다. 안중근과 윤봉길은 권총과 폭탄으로 자유를 얻기 위해서 자기 한 몸을 나라에 바쳤다. 3.1만세운동과 광주학생운동 그리고 6.10만세운동은 역사에 빛나는 자유의 투쟁이었다.

만주벌판을 누비며 동오동 대첩을 이룬 홍범도장군, 청산리에서 일본정규군 1개 사단을 섬멸한 김좌진 이범석 등 독립전쟁의 지도자들은 무엇을 위해서 싸웠겠는가. 오직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영원한 자유를 위해서였다.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선거를 타파하고 4.19혁명을 성취한 학생들의 궐기, 신군부에 맞섰던 5.18민주항쟁,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6월 항쟁은 모두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를 되찾는 운동이었음을 우리는 자랑으로 여긴다. 따라서 박유하의 기소를 비판하고 나선 많은 지식인들의 ‘자유로운’ 성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눌 자리보고 발을 뻗으라고 했다.

이 문제는 박유하가 쓴 책이 민족의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국민이 추구하고 있는 정의로운 ‘사실’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되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성명을 발표한 지식인제위도 이에 대해서는 모두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고 있으면서도 교수 또는 지식인이라는 동류의식과 원리주의에 빠져 민족이라는 기본을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검찰에 대한 비판이 지식인의 저항심과 양심을 표현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검찰은 박유하를 기소하면서 “유엔 조사자료, 헌법재판소 결정, 미 연방하원 결의문, 일본 고노담화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책 내용이 허위사실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는 △일본군위안부의 ‘위안’은 ‘매춘적’ 강간이었다 △위안부가 노예적이긴 했지만 군인들과는 기본적으로 ‘동지적’관계였다 △위안부를 강제 연행한 것은 일본군이 아니었다 △강제연행이라는 국가폭력이 조선인위안부에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적시하여 무라야마, 하토야마 등 일본 총리와 고노 관방장관이 시인하고 사과한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박유하가 일어일문학을 전공하는 일본통이라고 하지만 전후(戰後)세대 학자로서 강제합방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민족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천착했다면 그처럼 몰지각한 저서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 자신 위안부가 ‘노예적’ 상태에 있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라는 모순된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군표 몇 장 주었으니까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위안부를 ‘매춘적 강간’으로 표현한 것은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덧나게 하는 행위다. 검찰의 기소는 학문의 자유를 옥죄는 게 아니라 일본군의 만행을 두둔하는 잘못된 지식인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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