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곡성 유소년8인제 전국축구대회
[전대열時論] 곡성 유소년8인제 전국축구대회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6.01.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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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첫번째로 1월9일 전남 곡성에서 유소년 8인제 전국축구대회가 열렸다. 유소년 선수는 초등학교 3,4학년을 저학년팀으로, 5,6학년을 고학년팀으로 나눠 성장기에 있는 어린 학생들의 체력분배를 조절했다. 전국에서 치열한 추첨을 통해 48개팀이 선발됐다.

등록 선수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 선수에 한해 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은 선수들 간의 지나친 기량 차이를 감안한 것이었다. 그것은 이 대회를 주관한 한국축구클럽연맹 임원진이 자신들의 선수 생활을 통해 온축된 실제적인 경험을 참고한 때문이었다.

어느 경기, 어느 시합을 막론하고 오직 승리만을 지상의 목표로 삼는 것은 공명정대한 스포츠정신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참가 선수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총동원해 상대를 꺾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겨도 좋고, 져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그는 벌써 선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다. 다만 승리만을 위해서 더티한 플레이를 일삼고 규정을 어기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스포츠정신을 좀먹는 나쁜 행동이라고 지탄받을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경기는 명문으로 규정된 규칙과 전통적으로 확립된 관례를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상대를 이겨야만 진정한 승리자로 인정받게 된다. 크고 작은 시합이 끝나고 나면 승패를 두고 말썽이 일어날 때가 있다. 특히 선수들이 일시적인 승부욕에 사로잡혀 약물을 사용했을 때 도핑테스트에 걸리면 선수 생명이 끝난다.

이처럼 엄청난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유혹에 넘어간 일부 선수들이 금지약물에 손을 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만 한국의 수영을 새로운 지평에 우뚝 올라서게 한 박태환 선수는 의사의 착각으로 감기 주사를 맞았다가 자칫 선수 생명에 금이 갈 뻔했으나 비교적 가벼운 징계로 한숨을 돌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역도의 사재혁 선수가 후배를 폭행했다가 10년 출전정지 처분을 받고 사실상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된 것은 스포츠는 운동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도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해프닝이었다. 그에게도 1년 정도의 징계로 호된 반성의 기회를 주고 구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선수들은 화려한 겉면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이처럼 잘못된 스포츠계의 어두운 면은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교육으로 마가 끼어들지 않도록 정신자세를 올바로 세워야 한다.

이번 곡성 유소년 8인제 전국대회는 바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제일보다. 축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는 어렸을 때 기초를 잘 닦아놔야 성인 선수로 컸을 때 그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일찍이 이를 깨닫고 유소년축구학교를 설립해 철저한 교육과 실제적인 훈련을 쌓도록 엄격한 커리큐럼에 따른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왔다. 브라질 유소년축구교실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축구에 소질이 있어 보이는 어린이들이 유학온다.

한국에서도 여럿이 이 학교를 거쳤고 그들은 한국을 빛내는 축구선수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된다. 스페인은 1988년도에 유소년팀을 도입해 철저한 훈련을 쌓고 그들이 성장한 후 월드컵을 거머쥐어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유소년 선수의 조기발굴과 체계적인 훈련에 눈을 뜬 축구인들이 8인제를 시험적으로 운영해 봤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번 곡성대회는 제1회 국회의장배를 내건 본격적인 경기로 승화됐다.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유근기 군수는 조직위원장을 맡은 무진 스님과 함께 적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곡성군은 섬진강을 끼고도는 천혜의 이름다움을 보여주는 증기기관차로 인기를 모으고 15년째 심청축제를 이어오는 데다가 유소년축구로 또 하나의 자랑거리를 창출한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요즘 난마처럼 얽힌 국회 사정에도 불구하고 격려사를 통해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리는 중국이 우리보다 빨리 유소년축구를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하며 유소년대회를 유치한 곡성의 미래비전을 격려했다.

나는 연맹회장 대회사에서 유소년대회로 기초를 튼튼하게 다진 곡성이 축구의 메카가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임을 확신한다고 다짐했다. 1월18일 기차마을 로즈홀에서 열린 전야제는 유근기 군수를 비롯한 군의회, 통합체육회 등 각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연맹에서도 회장인 나와 김병환 사무총장, 이병태, 윤광섭, 추종호, 이대규, 김승태 등 관계 임원들이 모두 나와 일호의 차질도 없는 완벽한 대회 운영을 다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준비가 잘됐어도 천재지변과 같은 사태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1월18일 전야제 때부터 내리던 눈이 심상찮더니 밤새 폭설로 변하여 20cm가 쌓였고, 전국이 영하15도로 곤두박질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눈길을 달려오던 대전과 인천팀의 차량이 추돌사고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긴급전화도 들어온다. 만부득이 유소년경기도 하루를 연기하여 진행시켜야 했다. 곡성군에서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과 통합체육회의 자원봉사자들이 제설작업에 헌신하는 모습이 모두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어린 선수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뛰고 즐겁게 공을 찬다. 자랑스러운 한국 축구의 내일을 보는듯하다. 운동장을 제공한 옥과초교는 110년이나 된 역사를 자랑한다. 문화센터 운동장은 시내 한복판에 있어 관중이 많다. 승패를 떠나 모두 하나가 된 7일간의 열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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