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작처당(燕雀處堂)과 2017 대한민국 토정비결
[칼럼] 연작처당(燕雀處堂)과 2017 대한민국 토정비결
  • 이종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6.12.19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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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용이 큰 물을 만난 형국"..."분주하게 움직여야"
▲ 이종환 객원논설위원

전국시대 진(秦)나라가 대군을 이끌고 조(趙)나라를 쳐들어갔다. 이때 이웃에 있던 위(魏)나라 조정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다. 한 대신이 나서서 진나라와 조나라의 전쟁에서누가 이기든 위나라한테는 이로울 뿐이라고 말했다. 조나라가 이기면 조나라를 섬기면 되고, 조나라가 패하면 조나라로 쳐들어가면 된다고 했다.이때 위나라 재상인 자순(子順)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제비나 참새는 모두 대들보 아래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운다. 그런데 어느날 마루와 추녀에 불이 났는데도 설마 대들보까지 오겠느냐며 가만히 머물러 있었다. 결국 둥지는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진나라는 탐욕스런 나라로, 조나라를 이기면 위나라로 쳐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불길이 추녀까지만 오고 대들보에 이르지 않을 것으로 여기는 게 제비나 참새의 생각과 뭐가 다른가?”

사자성어 ‘연작처당(燕雀處堂)’의 고사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강건너 불보듯 안일하게 지내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 지금 우리의 형국이 마치 이 사자성어와 같다는 얘기를 접한 것은 최근 북악포럼 모임에서였다. 송년회를 겸한 모임에서 이 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극기 전 농촌공사 감사가 국민들이 나라의 위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을 이 고사성어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그는 조선 말엽 일본에 수신사로 갔던 김홍집이 주일청국공사관 참찬(서기관)인 황준센(黃遵憲)으로부터 ‘조선책략’이라는 책을 써서 건네 받을 때 들은 말이라고도 덧붙였다.

개화파인 김홍집이 수신사로 일본에 파견된 것은 1880년이었다. 조선이 일본의 군사적 압박을 받고 강화도조약으로 부산 인천 원산 등을 개항한 4년 뒤였다. 조선은 임진왜란 후 200여년간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며 선진 문물을 전했다. 하지만 사정이 뒤바뀌었다. 일본은 1868년 명치유신으로 발 빠르게 근대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통신사는 이제 수신사로 바뀌었던 것이다.

김홍집의 공식 임무는 부산 개항장에 대한 관세율을 정하는 일이었다. 일본에 조선의 관세율 방침을 전달한 김홍집은 이어 동경에 있던 중국 공관으로 방문해 주일중국공사였던 허루장(何如璋)으로부터 국제정세를 소상하게 듣게 된다. 허루장은 특히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을 소상히 전해주면서 ”러시아는 조선에 위협적이니, 이를 막기 위해 청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일본과는 결속하고, 미국과도 연결해야 한다(親중국, 結일본, 聯미국)”는 내용의 ‘조선책략’을 제안했던 것이다.

촛불과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이 뒤엉킨 최근의 우리 정국을 두고 해방직후와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남한 단정을 수립하자고 주장하는 계파, 이북을 따르는 계파, 남북 연정과 통일을 주장하는 계파 등이 실타래처럼 뒤엉켜서 혼란을 빚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과연 지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낼 해법은 어떤 것일까? 하도 답답해서 신한은행이 홈페이지에 올린 내년도 무료 토정비결을 봤다. 나라라서 여성으로 하고, 출생연월일을 1948년 8월15일 사(巳)시로 넣었더니 내용이 이랬다.

“목마른 용이 큰 물을 만나 뜻을 이루고자 하니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받고 기뻐할 형국이다. 길성이 문을 엿보니 대문을 열어 길운을 맞을 것이다. 용이 여의주를 물었으니 조화도 신기하며 세상에 나서 비로소 큰 것을 이룰 수 있게 될 기운이다. 대통의 기운과 월성이 함께하여 고통이 와도 문제가 되지 않으니 어려움이 생겨도 결코 실망하거나 주저해서는 안된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재물이면 부자가 될 것이고 권리를 얻고자 하면 지위의 상승을 가져 올 것이니 앉아서 기다리는 우매함을 버리고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큰 뜻을 품었으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내용으로 봐서는 나쁘기는커녕 좋은일만 일어난다는데 정말 그리됐으면 좋겠다. 제발 연작처당이 아니길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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