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物語-6] 러시아의 아무르 강에서
[유주열의 동북아物語-6] 러시아의 아무르 강에서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나고야 총영사)
  • 승인 2017.06.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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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애환과 함께 타타르 해협 거쳐 동해로 흘러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베이징총영사)

최근 러시아의 연해주와 아무르 강을 다녀왔다. 연해주는 우리 선조가 세운 발해의 옛 땅이기도 하지만 일본 강점 시대 일본의 감시를 피해 독립운동을 한 곳이기도 하다. 연해주가 러시아령이므로 일본 경찰이 관여하지 못하는 보호지역(sanctuary)이 되어 독립투사들이 우수리 강을 건너 일본의 경찰서를 습격하고 연해주로 몸을 피하여 일본군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연해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스파이 침투를 우려한 스탈린은 1937년 한인들을 예고 없이 기차에 태워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20만의 한인들이 가축처럼 화물차에 실려 고향을 떠나야 했다.

연해주(沿海州)는 바다에 연해 있는 지역으로 러시아에서도 ‘바다(海)’라는 의미의 ‘프리모르스키’라고 부른다. 제정 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여 처음으로 만나는 바다가 동해이고 연해주는 동해 연안의 지역을 말한다.

난방 시스템이 없었던 시절 유럽의 귀족들은 모피 코트로 겨울을 견뎌야하므로 모피는 황금과 같은 고가의 상품이었다. 16세기 말 러시아의 이반 4세는 모피 조달을 위해 잠자는 땅(sleeping land)이라고 불리는 시베리아 개척에 나서기 시작했다.

17세기 탐험가 하바로프(1603-1671)는 용맹한 코사크 군의 보호를 받으면서 모피 사냥꾼을 인솔 아무르 강을 따라 남하하여 중국의 청조를 만난다. 당시 청조는 명의 잔존 세력의 반란 진압에 여념이 없었다. 청조는 러시아인의 남하를 막기 위해 조선의 지원을 요구했다. 역사에서 기록된 ‘나선정벌’이다.

1654년 조선의 장군 변급이 인솔한 100명의 무사들은 아무르 강에서 코사크 군을 만난다. 코사크 군은 아무르 강에 전함을 띄워 놓고 있었다. 조선의 파병 부대는 코사크 군의 사령관을 육지로 유인 전사시키는 전공을 올렸다.

청조는 조선군과 함께 간헐적으로 남하하는 러시아군을 막아내면서 시간을 끌어 오다가 반란군이 평정되자 코사크 군의 본거지를 공격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는 네르친스크 조약(1689)을 맺는다.

네르친스크 지역과 아무르 강 이북을 러시아령으로 하고 아무르 강과 우수리 강 동쪽 즉 연해주를 중국의 영토로 인정하였다. 시베리아를 정복하고 태평양을 나오고자 부동항을 노린 러시아로서는 정작 필요한 곳이 연해주였지만 강력한 청조의 기세에 억눌려 어쩔 수 없었다. 청조는 강희제-옹정제-건륭제로 이어지는 최성기를 끝내고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청국을 시험한 나라는 아편전쟁을 일으킨 영국이었다. 러시아는 아편전쟁으로 국력을 소모한 청국을 위협 1858년 아이훈 조약으로 연해주 공동관리권을 획득하고 1860년 베이징 조약을 통해 연해주의 완전한 할양을 받아낸다.

러시아는 하바롭스크에서 아무르 강과 만나는 우수리 강을 따라 연해주 남단 해삼위(海蔘威)에 이른다. 청 황제에게 해삼을 진상하던 조용한 어항을 제국의 위상에 걸 맞는 군항을 건설한다. 군항의 이름은 제국의 꿈이 담긴 ‘블라디보스토크’ 즉 동방(보스토크)의 정복(블라디)이다.

중국에서는 흑수 또는 흑룡강이라고 부르는 ‘아무르’는 현지 퉁구스(東胡) 말로 ‘큰 물’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말 ‘물’ 몽골어 ‘무렌’ 일본어의 ‘미즈’와 어원으로 연결된다. 우리 민족의 일부로 알려진 퉁구스계의 예맥(濊貊)족이 이곳에서 발원하였다고 한다. 하바롭스크 시의 시기(市旗)에는 예맥족의 토템이었던 곰과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볼셰비키 혁명 후 아무르 강을 둘러싸고 러시아의 적군(赤軍 볼셰비키 혁명군)과 백군(白軍 반혁명군 황제파)과의 내전이 치열했다. 일본군은 백군을 지원하기 위하여 시베리아에 출병하여 하바롭스크의 아무르 강 전투에 러시아 적군과 싸웠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주둔하던 일본군은 최재형 등 독립운동을 하는 한인과 민간인들을 학살하였다.

하바롭스크에는 김 알렉산드라 스탄케비치(1885-1918)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한다. 조선인 최초의 여성 사회주의자로 볼셰비키 혁명 후 극동 소비에트의 외무위원장이 되었다가 하바롭스크를 점령한 일본군과 백군에 의해 처형되어 아무르 강에 수장되었다. 하바롭스크를 탈환한 볼셰비키 적군은 김 알렉산드라를 추모하여 2년간 아무르 강의 물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1940년대에 소련은 아무르 강 하류 강변에서 야영소를 만들어 일본 관동군을 피해 온 중국과 조선의 빨치산 부대를 수용 게릴라 훈련을 시켰다. 하바롭스크에서 아무르 강을 따라 북동쪽으로 70km 떨어진 곳에 바츠코예라는 마을이 있다.

만주에서 활동하던 김일성(1912-1994) 항일 빨치산 부대도 이곳에서 훈련을 받다가 일본이 항복한 뒤 소련에 의해 북한으로 돌아 가 조선 노동당 위원장이 되었다. 김일성은 바츠코예에서 부대원이었던 김정숙과 결혼하여 정일과 만일 두 형제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흥안령 산맥과 스타노보이 산맥에서 발원한 아무르 강은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을 적시면서 2824km를 흘러 흘러 사할린과 마주하는 타타르 해협으로 빠져나와 동해로 내려온다.

필자소개
한중투자교역협회(KOITAC) 자문대사,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전 한국외교협회(KCFR) 이사, 전 한국무역협회(KITA) 자문위원, 전 주 나고야 총영사, 전 주 베이징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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