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 산수는 자연의 주된 구성물이고, 예부터 중국에서 산수의 풍경은 ‘아름다운 경치’ 등 경관을 뜻했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뜻으로 사용됐다. 우리가 정원을 만들 때 땅을 정리하고 먼저 연못을 파고 그 때 나온 흙으로 인공 산인 가산(假山)을 만들고 돌을 더해서 석가산(石假山)을 쌓는다. 이렇게 산수경관을 완성한다. 석가산이라는 말은 중국과 우리가 사용했고 일본에서는 축산(築山)이라 했다.
중국에서는 중국어로 정원을 뜻하는 원림(園林)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석가산이 많이 만들어졌고, 문헌 기록도 많다. 중국 원림사 연구에서 석가산 연구는 단연 으뜸이다. 우리도 ‘90년대 말부터 필자도 한 몫을 단단히 한 정식으로 시작된 석가산 연구가 있었고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일본 역시 축산을 예부터 정원 곳곳에 많이 만들고 문헌기록도 많고 연구도 활발하다.
중국 석가산은 당(唐)시대 묘에서 출토된 유물도 있고, 북송대 ‘간악기(艮岳記)에서 볼 수 있는 기교 넘치는 석가산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수조우, 항조우 등 강남지방 수많은 원림에서 석가산을 본 답사객은 꿈속에서도 크고 기묘한 형상의 석가산을 봤다고 실토할 정도로 원림의 주구성물은 석가산이다.
일본 정원을 답사할 때도 많은 돌로 배치한 축산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도 조선시대까지는 선비의 사랑받는 취미 중에서 으뜸이었지만 근대 이후 혼란기에서 망가지고 없어져서 남아있는 것은 손꼽을 정도로 소수만 있다.
현대의 정원에서 중국, 한국, 일본은 정원의 고전이 되는 석가산을 모던화했다. 정원뿐만 아니라 공원, 아파트 정원 등 공공장소에서 모던화된 석가산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들은 다양한 크기, 형태를 보이지만 근본은 돌을 사용해서 자연을 형상화하고 있다. 다원화 시대에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 도시인에게 모던화된 석가산은 생기 넘치는 산수자연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쓰인 정원과 원림 용어 통일문제다. 정원(庭園)과 원림(園林) 용어를 고찰해 보면, 중국에서 ‘놀고 휴식하는 장소’로 일반적으로 사용돼온 원림(園林) 용어는 한국의 경우에 문헌고증 결과,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서는 원림 용어는 정원과 같은 뜻으로 ‘동산의 뜰’로 사용됐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정원(庭園)은 정원 용어(庭園, 庭苑, 庭院)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다.
이 시대의 원림과 정원 용어 사용빈도 비교결과에서, 원림은 정원보다 절대적으로 많이 쓰인 익숙했던 용어였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전통조경이나 한국전통정원, 전통원림이 혼재되어 사용하고 있는 표현은 한국전통원림으로 통일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