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예술감독 공모에 대하여
국립 예술감독 공모에 대하여
  • 탁계석(예술비평가협회장)
  • 승인 2011.05.1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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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예술감독 공모에 심사조작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예술가는 명예로 사는데 명예가 한번 실추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었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공모제’는 말 그대로 널리 인재를 구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적지 않다. 당장 개선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를 막는 최선의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우선 ‘공모제’에 여론을 환기시키고 절차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엔 이를 부인했겠지마 지금처럼 열린 스마트폰 세상에선 오히려 열지 않는 것이 이상해 보인다.
후보자의 면면이 드러나고 정치권이나 외부의 힘이 기세할 입지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우리가 학맥, 인맥, 계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만큼 틈을 줄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는데 공개 제도가 대안일 수 있다. 행정 편의주의가 아니라 낡은 관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서로의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공모가 장막(帳幕)뒤에서 서류 뭉치를 형식적으로 뒤적이는 짜고 치기의 전형으로 인식된다면 공공예술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합창단의 경우는 좋은 지휘자를 가장 잘 아는 것이 합창단원이다. 심사에서 이런 게 배제되는 것 자체가 옳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는가. 특별한 경우 초빙하는 경우는 예외 이겠지만.

국, 공립 단체는 개인 것이 아니다. 엄격한 기준과 자세가 필요하다. 예술가들에게 취약한 게 공공성과 사회성이다. 유아독존의 자세로 개성을 발휘해 예술을 만들다보니 습(習)이 되어 이를 버리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융화도 안돼고 나보다 못해도 끌어안고 동반성장을 해야 하는 흐름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국립오페라단이 민간단체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지금 국립합창단은 창단 지휘자가 몇 차례의 재임을 통해 기반을 쌓았고 후임자를 물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공모를 하고 싶어도 할 쉽게 응할 수 없는 것이 현 공모제가 안고 있는 문제다. 추천식이라면 몰라도 본인이 서류를 냈다가 이런 공모 사실이 알려지면 소속 단체와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잘못하면 갈등으로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번 국립국악원 부정 시비를 교훈삼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도출해 내는 것, 누구의 몫도 아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국립 예술단체의 수혜자는 국민이고, 국립의 리더십 여하에 따라 예술계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의 문제로 인식,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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