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페라 대본작가로 변신한 탁계석 평론가
[인터뷰]오페라 대본작가로 변신한 탁계석 평론가
  • 오한상 기자
  • 승인 2011.06.12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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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대장경에 이어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에 오는 7월 '논개', ‘메밀꽃 필 무렵’이 무대에 올라 그 어느 때 보다 창작에 관심이 간다. 창작오페라에 대한 깊은 애정 끝에 직접 대본을 써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탁계석 음악평론가를 만나보았다. <편집자> 

-대본 작가로의 변신은 동기가 있을 텐데요?
"평론 활동 30년에 오페라를 중점적으로 보았어요. 특히 창작오페라에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초혼’, ‘환

 
향녀’, ‘이순신’, ‘안중근’, ‘목화’, ‘불의 혼’, ‘박정희’, ‘유관순’, ‘윤동주’, ‘천생연분’, ‘춘향전’,‘논개’, ‘전봉준’, ‘황진이’, ‘행주산성’ 최근의 서울시오페라단의‘연서’,‘내 잔이 넘치나이다’‘심산 김창숙’ 등 거의 80% 가량은 보았다 생각이 되네요. 그러면서 첫 단추에 해당하는 ‘대본’의 잘못이 무대에서 크게 왜곡되는 발견했어요. 결과적으로 작곡가의 영감에 고통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기 때문에 직접 뛰어 들어 오해를 풀어보고 싶었어요"

- 그동안 가곡 작시를 많이 한 것 같은데요.
"6~7년에 걸려 한 50편 쯤 쓴 것 같아요. 작곡가들과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요. 창작을 둘러싼 환경 문제, 예술단체의 창작 예산부족, 작곡가 대우 소홀, 저작권 문제 등의 주제로 칼럼을 가장 많이 쓴 것 같아요. 독창성, 예술성,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도 많이 했고, 그래서 김치, 된장, 막걸리, 불고기 같은 한류음식 송이 나왔는데 반응이 좋았고 내년엔 외국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그간 쓴 오페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처음에 ‘소나기’(최천희)를 썼고 이어 ‘메밀꽃 필 무렵’(우종억) 그리고 ‘도깨비 동물원’(김은혜)이죠. 그리고 몇 편의 대본이 작곡을 기다리고 있어요"

- 연극 대본과 달리 오페라 대본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아시다시피 연극은 대사체입니다. 극이란 점에서는 같은 입장에 있지만 오페라 대본은 일단 음악적이어야 합니다. 연극처럼 풀어 놓기만 해서는 안되고 몇 배의 압축력이 필요합니다. 이태리 오페라처럼 아리아가 절대적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독일풍도 얼마든 있을 수 는 있지만 결국 구조와 전개가 오페라的이어야 하는 공통점에 충실해야 합니다"

- 우리 오페라 창작에서 부족한 것이 어떤 것인가요.
"성악과 관현악이 모두 잘되어야 하는 게 오페라입니다. 성악이 좋으면 오케스트라 안좋고
또 그 반대인 경우여서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메밀꽃의 경우 작곡가가 서양오페라와 우리 오페라를 수년간 집중 연구하였고 작업도 엄청 치밀하게 몰입해 작업을 했습니다. 공공기금지원 오페라처럼 허둥대는 것과 달리 집중을 위해 두 번씩이나 호주의 호텔에 장기 체류하며 24시간 창작에 매달리듯 했다고 합니다. 75세에 시작하여 오는 7월 재공연으로 다시 오페라하우스에 올리니 80세 고령에 완성한 셈이죠"

- 위인 오페라에서 문학오페라로 전환한 계기는요.
"베르디의 많은 작품들은 역사 인물이죠. 왕이거나 장군 등 셰익스피어 원작에서 많이 나왔지요. 우리의 인물 시리즈는 거의 바닥을 쳤다할 만큼 많이 했습니다. 거의 성공을 못했거든요. 난 때를 놓쳤다고 봅니다. 이태리처럼 그 역사적 사건이 있었을 즈음에 그런 오페라가 만들어졌다면 애국심에라도 불이 붙었을 텐데 국민들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때 배운 역사 인물은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예술로서의 기댓값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문제지요"

- 얼마 전 뮤지컬 제작자가 빚에 못이겨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창작자가 겪는 어려움은 말로 다할 수가 없지요. 그렇다고 효과적인 지원책을 지금 당장으로선 만들기가 어렵고요. 상업적 성공이 그만큼 힘든데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창작에 대한 사회인식이 매우 낮다는 것이죠. 엄청난 로열티 주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데도 너무 외국 작품에 투자가 쏠리고 있어요.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으니 서양 뮤지컬 식민지냐? 하는 소리도 나왔죠"

- 창작 오페라에 꼭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양념이 스며들어야 맛있는 요리가 되는 것처럼 시간을 가지고 할것과 작품 위촉을 할 때 작곡가의 작품을 잘 분석해 자기가 만들려는 작품과 맞는지 궁합을 따져 잘 중매를 해야 합니다. 베르디나, 푸치니의 명작이 한결같이 한,두 대본 작가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둘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지요. 축구만 손발이 맞아야 하는게 아니라 이건 정말 속궁합이 맞아야 해요. 생면부지에 초야(初夜)를 치루듯 오페라를 탄생시키면 총명한 아이가 나올 수 없지요"

- 작업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아무래도 몰입을 해야 할 것 같아 지난해 7월 양평으로 이사를 했어요. 오는 12월 서울시합창단의 정기공연 ‘한강 칸타타’대본이 끝나면, 김유정 작품이 대본에 들어가야 하고 3~4년 후에 올릴 작품을 대본가는 벌써부터 구상해야 하니 좀 바쁩니다. 때마침 대구오페라하우스에 이어 서울에서도 제 2회 오페라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오페라의 대중 확산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니까 이건용의 ‘봄봄’처럼 레퍼토리로 정착되는 작품이 앞으로는 많이 나올 것이란 확신이 있어 즐겁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작품이 나오려면 진지한 자세로 계속 쓰는 길 밖에 없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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